[사설] 변호사시험의 투명성 가로막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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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호사시험의 투명성 가로막는 법무부
  • 법률저널
  • 승인 2015.09.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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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데 이어 이번엔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전에서도 법무부가 패했다. 항소심 법원이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법무부의 ‘깜깜이 변호사시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고법 행정11부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23일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는 지난 2012년 제1회,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 때는 합격자의 응시번호와 성명을 공개했지만 지난해 제3회 때부터 합격자의 응시번호만 밝히고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합격자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정보공개법 위반 여지가 있고,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어느 정도 특정된 집단이어서 합격자 이름이 공개될 경우 불합격자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맞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는 다른 직업군보다 더 높은 공공성을 지니고 특히 일반 직업인보다 한층 더한 도덕성과 성실성이 요구되고, 공적 존재로서 직무수행에서 국민들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므로 변호사시험 합격여부, 합격연도 등 해당 변호사에 관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 또 합격자들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과 공개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을 비교·교량하면 공개의 필요성이 더 크다면서 법무부의 비공개 처분을 법률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으로 판결했다. 

법무부는 항소심의 판단도 바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소송을 이어갔지만 2심 역시 1심과 다르지 않았다. 1심 판결대로 명단을 마땅히 공개했어야 함에도 법무부의 몽니가 결국 국가적,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키운 셈이었다. 유력 집안 자녀의 특혜 채용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건 이처럼 투명성이 없는 ‘깜깜이 변호사시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에 관련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여 채용 과정에서의 다른 요인이 고려되지 않도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이를 가로막은 셈이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야 할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에 대한 설익은 정책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운 것이다. 

최근 또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법무부 개정안은 ‘응시자 본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에 한하여 그 성적만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헌재의 성적공개는 단순히 점수만이 아니라 성적에 따른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석차까지 포함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의 주관적이고 그들만 국한 된 특수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제3자인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경쟁력 있는 법조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도록 그들의 보편적 ‘알 권리’로 봐야 한다. 법무부의 예고 법안은 ‘본인의 성적’만을 당사자에게 공개토록 하는 것이어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채용과 선발의 객관적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변호사시험 응시자 본인의 성적만을 알려줄 경우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 변호사시험은 법조인으로서의 전체적인 능력과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유효하고도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임에도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측정할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이 없다보니 채용 과정에서 능력보다는 학벌이나 배경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혹을 낳게 한 것이다. 법무부의 이런 잘못된 정책이 잠재적으로 ‘현대판 음서제’의 싹을 틔운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 석차까지 공개하고, 일본의 사례와 같이 성적분포 또한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합격자 명단 또한 법원 판결대로 공개함이 마땅하다. 합격자 명단과 석차 공개는 변호사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도 법부무가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법무부의 옹고집이 변호사시험에 대한 불신을 점점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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