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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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 양상윤
  • 승인 2015.09.18 10: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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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누군가 나에게 좌우명을 묻는 경우 난 항상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가 나의 좌우명이라고 대답해 왔다. 20살이 넘어가면서 항상 취미를 독서, 영화감상이라고 말하면서 좌우명을 대답해야 할 때가 간혹 생기면 어김없이 그렇게 말했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너무 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도 않고, 적당히 넘어가야 할 때 쓸 수 있는 괜찮은 좌우명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내가 그걸 내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살지는 않은 것 같다.
 
2002년 겨울 예비판사에 지원하면서 좌우명을 묻는 항목에 어김없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고 써 넣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좌우명이 아닌가 스스로 만족하면서 말이다.
  
그 후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관께서 나에게 좌우명을 물으셨다. 난 별 생각 없이 이미 쓴 좌우명을 말하였고, 면접관께서는 그 의미에 대해 다시 물으셨다. 난 약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자신 있는 태도로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면접관께서는 다시 그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는 게 아니냐고 물으셨다. 난 많이 당황해서 마음 속으로 이게 무슨 말씀이신가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고 마무리했다. 나름대로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자’라는 정도로만 그 의미를 새기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신뢰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믿고 기다린다니...
 
아직 그때 면접관께서 말씀하신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려면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나를 믿고 기다려줘야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늦었다고 생각한 후 포기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고,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신뢰하고, 동료들이 날 신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한 후 늦었다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말고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어가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신뢰를 지켜주고 있는지.
 
요즘은 빨리 포기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살아가련다. 오늘도 우리 재판부 실무관님들이 하신 일을 신뢰하면서, 내 좌우명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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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百己千 2015-09-22 12:58:54
본관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梁氏 성을 같고 있어 칼럼을 읽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判事님의 좌우명과 칼럼을 읽고
내 주변사람들이 나를 믿고 있을 정도로 내가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칼럼이었습니다
웃으게 소리로 개그맨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라고 웃으게 소리를 하던데 그 개그맨 말은 더 앞으로 前進하라는 뜻이 아니지 생각해봅니다^^

人百己千 2015-09-22 12:58:54
본관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梁氏 성을 같고 있어 칼럼을 읽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判事님의 좌우명과 칼럼을 읽고
내 주변사람들이 나를 믿고 있을 정도로 내가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칼럼이었습니다
웃으게 소리로 개그맨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라고 웃으게 소리를 하던데 그 개그맨 말은 더 앞으로 前進하라는 뜻이 아니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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