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법시험에 대해 상당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마치 ‘사법시험 콤플렉스’로 방향 잃은 폭언으로 비쳐졌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7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방문해 강연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강연회에는 서울대 로스쿨생 300여명과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장 등 다른 대학 로스쿨생도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로스쿨생들이 이 의원을 환대한 것은 그가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국회 입법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데다 사법시험 존치를 극히 반대하는 몇몇 안되는 우군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장이 “최근 로스쿨 제도의 단점만 부각하면서 사시를 존치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억울하면서도 불안하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저도 사시 출신이지만 사법연수원 기수 위주의 폐쇄적인 문화에 진저리가 났다”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법률가의 경쟁력이 너무 뒤처지는 등 문제가 있어 로스쿨 도입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로스쿨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미 기득권을 쥔 법조인, 로스쿨 없는 법대 교수 그리고 신림동 고시촌 상인이 대부분”이라고도 했다.
사법시험에 대한 이상민 의원의 발언은 한마디로 근거없는 주장,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 주장이다. ‘로스쿨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미 기득권을 쥔 법조인, 로스쿨 없는 법대 교수 그리고 신림동 고시촌 상인이 대부분’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부적절한 것이고,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하다. 누구보다도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열어놔야 할 의원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는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으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이 아닌가. 웬 뚱딴지같은 소리로 국민을 실소(失笑)하게 만들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의원의 말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드러난다.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금처럼 유지해야한다’는 응답이 61.3%로, ‘계획대로 폐지해야한다’는 응답(20.2%)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 ‘사법시험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74.6%로 폐지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3일부터 6일 동안 중앙일보 홈페이지 ‘디지털 썰전’을 통해 진행된 ‘사법시험 폐지’ 투표 결과, 총투표 참여자 9,073명 중 7,242명(80%)이 ‘사법시험 폐지’ 반대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1,831명(20%)에 불과했다. 한국경제가 지난달 8월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열의 아홉’이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했다. ‘사법시험 존치’ 찬성(90.9%)이 반대(9.1%)보다 압도적이었다.
이상민 의원은 또 “사법시험은 아무나 시험을 다 볼 수 있으니까 기회가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착시현상”이라며 “300명 뽑던 시대와 2,000명 뽑던 시대 중 어디가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이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참 가관이다. ‘300명 뽑던 시대와 2,000명을 뽑던 시대’를 비교하는 자신의 말이 오히려 착시다. 사법시험 300명 시대가 대체 언제적 얘기인가? 사법시험은 이미 2001년부터 ‘1천명 시대’로 접어들어 ‘개천의 용’은커녕 치열한 생존경쟁이 된지 오래였고,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2010년부터 매년 선발인원이 감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의원의 논리라면 로스쿨만으로 2,000명을 뽑는 것보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합쳐 2,500명을 선발하는 게 기회가 훨씬 더 많지 않은가?
기수문화도 사법시험뿐인가? 앞으로 로스쿨도 기수문화가 나올게 뻔하고, 국회의원은 기수문화가 없는가? 국회의원 선수(選數)와 당직(黨職)에 따라 예산을 나눠먹고 지역구를 봉토화(封土化)하지 않는가. 동업자의식은 여야 간에도 통한다. 온갖 특혜적 권한까지 넘친다. 국민은 사법시험 폐지가 아니라 이상민 의원이 몸담고 있는 국회를 없애야할 판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