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03 / ‘상가’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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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03 / ‘상가’의 이모저모
  • 이용훈
  • 승인 2015.09.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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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북적대는 인파, 바닥에 도배된 분양 전단지, 분양 홍보 플래카드. ‘**지구’로 준공이 임박한 개발지구의 일상이다. 이 지역의 매력을 드러내는 홍보성 기사는 뉴스형태든 블로그 글이든 검색하면 줄줄이 사탕이다. 1차 완판, 마감임박, 마지막 물량 등의 자극적 문구부터, 항아리 상권, 자족도시 등의 용어까지 ‘이 지역이 이렇게 매력 있습니다.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이미 정형화됐다. ‘떴다방’이 도로변을 뒤덮고, 준공이 임박한 상가 1층에는 분양사무소가 속속 포진한다. 상가를 팔려는 자, 상가에 투자하려는 자들로 북적대는 이곳의 속사정을 한 번 들춰보자. 

개발지구마다 무엇을 지을 수 있는 땅은 공개매각 또는 수의계약으로 매각된다. 상업용지는 일반적으로 최고가 낙찰로 소진되는데, 공급가격의 1.5~2배 가까운 가격으로 낙찰됐고 낙찰자가 제 정신이라면 이 지역은 ‘노다지’일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가 땅을 분양받고 도급업체를 불러 공사를 시킨 후 준공 한참 전에 분양공고를 낸다. 분양가 결정은 시행사 마음이다. 받고 싶은 가격에 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도 일자무식이 아니다. 시행사가 제시한다고 그 가격에 사지 않는다. 여기저기 정보를 주워듣고 이곳저곳의 분양가를 비교해 보기 때문이다. 

상업용지의 낙찰가와 제반 부대비용, 도급공사금액, 일반관리비, 분양대행수수료 등이 상가 공급 원가라고 보면, 여기에 시행사의 이익이 더해져 최종 분양가가 결정되는 구조다. 한 10~20% 남으면 충분할까. 그 정도를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드는 시행사는 없다. 꽤 많이 남는 구조다. 저층부분의 상가만 희망가격에 분양해도 원가를 너끈히 건질 수 있는 사업이다. 분위기를 알 수 있는 1차 분양분의 성패가 중요하다. 후속 분양물은 1차 분양가를 기준으로 청약률을 고려해 공급가격을 조정한다. 완판행렬만 이룬다면, 분양가 할인행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면, 한 사업장에 백 억 이상의 시행이익을 보이기도 한다. 

투자한 이들 입장에서 살펴보자. 일단 분양금액 수준에 따라 수요층이 나뉜다. 분양면적과 층별로 구매력에 따른 수요층 분리 현상이 나타난다. 임대수익이 목적인지, 시세차익에 주안점을 두는지에 따라 층별 선호도는 뚜렷하다. 잔금 납부 전 분양권 전매에 나서는 이들이 대부분 1층 물건 계약자인 점을 고려하면 시세차익은 1층 계약자의 몫일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가 총 투자금액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행사와 직접 계약하면서 중개수수료야 절약하겠지만, 건물부분의 부가가치세는 수분양자 몫이다. 임대사업자 등록 후 환급 대상이 되지만, 선납해야 할 금액은 총 분양가 대비 몇 %에 달한다. 주택에 비해 상가에 부과되는 비율이 높은 취·등록세 역시 만만치 않다. 분양가 10억 원 정도의 상가라면 부대비용 두 개 항목을 합쳐 1억 내외에 이를 정도다. 

투자액 50% 정도는 대출로 조달할 수 있어 ‘저렴한 실투자금액’인 점, 잔금 납부 당시 임대계약이 체결되면 각종 부대비용은 보증금에서 융통할 수 있는 점, 현재 저금리를 고려하면 지분투자수익률은 총 분양가 대비 임대수익 비율보다 2~3%는 올라간다는 사실을 내세우지만, 원금 상환 부담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준공 후 한동안 공실이라면 임대수익은커녕 관리비와 대출이자가 생돈같이 나간다. 하긴 분양사무소의 분양대행사만큼 이곳을 잘 홍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분양가에 분양대행수수료가 얹혀 있으니, 중개사무소만큼 분주히 고객 설득에 나설 것이다. 건 당 인센티브 구조에서 이렇게 열렬한 홍보대사에 맞서려면 투자자는 사전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중개수수료를 노리고 부지런히 프리미엄 작업하는 ‘떴다방’의 입김까지 불어오니 섣불리 판단하면 10년의 후회기간을 감수해야 한다. 신탁계좌로 들어가는 가 계약금 형태의 청약금이 변심자에게 환불되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상가마다 공통적인 사항은 내부 구획 양상이다. 중앙부에 엘리베이터, 계단, 화장실 등을 배치하고 둘러가며 도로변으로 세로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으로 잘랐다. 접면너비는 최대한 줄이면서 세로장방형 모양으로 잘라 놓은 것은, 상가 호수를 최대한 뽑아내려는 내부 구성이다. 분양가격 수준의 상대적 높낮이는 상식적인 줄 세우기 놀이다. 역 주변과 후면, 요충지인 모서리와 한 면에 접한 상가의 분양가격 격차는 분명하다. 후면이 약진했다면 ‘먹자골목’일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층별 분양단가 격차는 대략의 범위가 있다. 같은 층 내에서는 전면과 후면, 각지와 한 면의 차이가 상당하며, 호별 상가면적에 분양 단가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음도 상식 수준이다. 상층부를 오피스텔로 쓰느냐, 오피스로 쓰느냐에 따라 저층 상가부분의 매력도를 달리 따지기도 한다. 1명이 거주하는 공간에 비해 여러 명의 사무직원을 둔 오피스는 낮 시간 상주인구가 상당하다. 건물 내 자체 소비여력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유동인구의 동선을 파악해 추후 가격 상승 여력이나 공실 위험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북측이 꽉 막힌 업무지대에서 남측 업무지대 경계에 있는 상권은 최소한의 수요층을 확보한 셈이다. 쏟아져 나오는 인파의 행선지, 동선을 파악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라면 보험을 들 만한 곳이다. 개발지구마다 상가용지의 평균적인 비율이 있는데 이 지구는 한참 거기에 못 미친다는 정보, 상가가 공동주택 단지 입구에 위치해서 입·출자는 반드시 거쳐 가는 항아리상권이라는 홍보를 듣더라도 부정적인 면도 생각해야 한다. ‘20만 명의 유동인구’라고 소개하는 문구가 있다고 해도, 그 유동인구 상당 부분이 등산객이라면 일반음식점 외에 다른 상가가 활성화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행자, 투자자, 홍보자, 중개자가 한 데 어울려 좌판을 벌이는 곳, 수 백 개의 상가는 이런 개발 지구에서 왕성히 공급되고 분주하게 소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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