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결 구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법시험 폐지를 지지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과 존치를 주장하는 대한법학교수회가 성명전으로 맞붙으며 확전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단체를 만들어 집단 대응에 나서면서 사법시험 존치 논의에 대한 본질에서 벗어나 양 출신간 힘겨루기로 비화되고 있는 셈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대(對) 사시 출신 변호사, 로스쿨 재학생 대 사법고시생에 이어 로스쿨 교수와 일반 법학과 교수들까지 이해당사자 전부가 ‘사법시험 존폐 논쟁’에 가세해 사회적 갈등으로 커지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 논쟁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법시험을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제정된 변호사시험법 부칙에는 사시를 2017년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폐지 로드맵에 맞춰 법무부는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매년 감축해 왔다. 하지만 로스쿨법이 사학법 개정과 맞교환하기 위해 졸속으로 이뤄진 여야 간 ‘빅딜’의 결과물인 것은 분명하다. 논란 끝에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시 존폐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이 달렸다. 결국 법은 사법시험을 일단 폐지는 하되 로스쿨을 운영하면서 2013년에 다시 논의해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법시험 존치 논의는 지극히 필요한 것이었고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2014년에 돼서야 공청회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이 최초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발의안은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제도를 골자로 했다. 이후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의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고 로스쿨 재학·휴학생과 졸업생들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올 6월까지 5개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사법시험 존치 법안만 6개에 달하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놓고 있다. 내년부터 사시 폐지가 현실화되면서 수험생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며 국회에서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주길 바라고 있지만 법사위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행사에 기웃거리며 얼굴마담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법사위 차원에서 우선 논의에 착수해야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뭉개고 있다. 이상민 의원의 사법시험에 대한 인식도 자신의 과거 경험의 잣대에 함몰돼 있다. 1000명 뽑던 사법시험에서 이미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는데도 과거 300명 기준으로 사법시험 폐해를 논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법시험 존치 요구는 개천에서 용이 되도록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학벌과 학력, 경제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균등한 기회의 문’을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주는 ‘기회의 사다리’, ‘희망의 사다리’를 요구한 것이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건전한 논쟁의 차원을 넘어 집단이익을 위해 끼리끼리 조직까지 만들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어 더 이상 국회에서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직접 뽑은 국회의원들이 ‘몽니를 부린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루빨리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은 이상 사법시험 법안은 심의조차 못하고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급성이 요구된다. 예정대로 사시 폐지로 결론 나든, 로스쿨과 사시 병행으로 바뀌든 간에 해법 도출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국회가 하루빨리 공론에 부쳐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은 로스쿨의 근본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법조인 선발 과정에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모두 포크레인으로 퍼서 한강에 쳐넣어야 나라가 바로산다.
백해무익한 국민혈세 먹는 쉬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