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약육강식, 법조계에도 드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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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육강식, 법조계에도 드리우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2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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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850년대 미국 시애틀의 한 인디안 추장은 피어스 당시 미국 대통령 등 백인 대표자들이 강압적으로 땅을 팔 것을 제안해 오자 “당신들은 즐기기 위해 사냥을 하지만, 우리는 살기 위해 사냥을 한다”며 백인들의 야만성을 지적한다. 땅은 소유의 개념이 아닌 신이 내린, 삶을 위한 공유의 터전인 것을 주장하는 소위 시애틀의 명연설을 남겼다. 백인의 탐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최근 미국 한 치과의사의 아프리카 원정 사자 사냥과 또 한 여성의 기린 사냥 사건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20대 초반 시절, 모 평론집에서 읽은, 150여 년 전 미국에서의 이같은 마지막 추장의 일화를 떠 올리게 한다.

근래 불거지고 있는 가진 자들의 독식(獨食) 탐욕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의 로스쿨 출신 법조인 자녀의 취업 부정청탁 의혹이 크게 보도 되면서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의혹이 불거지는 자체만으로도 비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소위 국민을 대표하는, 녹을 먹는 국회의원이 내 자식, 내 가족이라는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국민이 부여한 권력과 위세로 허세를 부린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허돼야 한다.
많이 갖고 잘 나가시는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신 분들이 무엇이 부족해서, 또 아직도 얼마나 더 배가 고프기에, 자녀들에게까지 그 위세를 물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법관에게는 좌면우고(左眄右顧) 하지 않고 법적 양심에 따라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직업관이 요구된다. 변호사 또한 결코 사익만이 아닌, 의뢰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이를 통해 사회정의 구현에 첨병으로 나서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안고 있다. 이 영역에, 그것도 권력의 최상위를 점하는 국회의원이 ‘내 이쁜 아들 딸에게 선물하는’ 횡포를 휘두르는 꼴이다. 이런 막돼먹은 개판이 어디 있나 싶다. 뭐가 부족해서, 대물림까지 하려는 걸까.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성역과도 같은 법조계 취업마저 부정청탁의 검은 손길이 드리워진다는 우려에 속이 쓰리다 못해 지랄 같다. 

법조인력양성 및 배출을 두고 로스쿨 일원화로 가느냐, 아니면 사법시험과 병행하느냐를 두고 법학계, 법조계, 입법부 등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사법시험 주장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로스쿨=불투명(현대판 음서제)”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비꼬고 있는 반면 로스쿨측은 “일반화 금물, 과거 사법시험에서는 깨끗했나”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솔직히 지난 수십년간, 암암리에 익숙했던 현상이 우연히 로스쿨 시대에 운 나쁘게 드러났을 뿐인 것은 아닌지, 왠지 걱정부터 앞서는 조바심도 든다. 다행히, 후자의 우려에 대해 지인 변호사들은 학을 뗀다. 이유인 즉 사법연수원 출신들은 얼추 서로의 실력과 성적을 안다는 것. 따라서 뜬 금 없는, 예상을 뛰어 넘는 고품격 취업으로 동기들을 놀라게 하는 비율은 거의 없다며 기자를 잡아먹을 듯이 꽤나 불쾌해 하는 것을 보면, 단지 기우였나 싶다.

국회의원 자녀의 부정청탁을 경유한 경력법관 임용과 기업체 변호사 취업 의혹은 반드시 해명돼야 하고, 이것이 명확한 사실이라면 국민적 심판이 따라야 한다. 

어디 들어가고 싶은데 인맥, 학맥 등이 배경이 부족해 탈락했다는 슬픈 소식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가장 올곧어야 할 법조계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비굴한 방법으로 판, 검사가 되고 때깔 좋은 곳에 취업해서야 어디 타인의 송사에 떳떳한 모습으로 설 수 있겠나 싶다.

“나, 실력 하나로 당당히 취업하고 성공했노라”고 환호할 수 있는 사회는 요원할까. 그래서 공무원시험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사법시험 제도가 이것 하나만은, 소중한 사회적 재산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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