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BIG ISSUE)와 회생,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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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BIG ISSUE)와 회생, 파산
  • 나원식
  • 승인 2015.08.2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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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식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가끔 강남역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법원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강남역 9번 출구에서 “빅이슈! 빅이슈 신간이 나왔습니다!”를 크게 외치는 판매원에게 5천 원을 내고 “빅이슈”라는 이름의 잡지를 사서 온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각종 기사나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는데다가 어릴 때부터 잡지라고는 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올해 초 KBS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에서 “두 번째 걸음마”라는 제목의 빅이슈에 관한 방송을 본 뒤로는 판매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하여 노숙인 봉사단체가 발행하는 대중잡지다. 그래서 빅이슈는 노숙인들만 판매한다. 빅이슈를 판매하려는 노숙인은 먼저 빅이슈 사무실에서 빅이슈 10부를 무료로 받은 다음 이를 판매하여 종잣돈을 만든다. 종잣돈으로 다시 빅이슈를 사서 1부당 5천 원에 판매하고 판매대금의 절반인 2천 500원을 갖는다. 판매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면 정식 판매원이 되는데 수익금 중 절반은 빅이슈 사무실에 맡기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임대주택을 마련하여 노숙인에서 벗어난다. 2015년 1월을 기준으로 판매원 70여 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20명은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빅이슈는 노숙인에게 단순히 음식과 잘 곳을 제공하는 자선이 아니라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자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방송은 처음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는 노숙인을 비롯하여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매원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었다. 기차역이나 터미널을 전전하던 노숙인이 자신을 사람들 속에 드러내면서 전에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잡지를 판매하는 것에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했다. 한 판매원은 하루 종일 지하철 출구에 서서 빅이슈를 크게 외치다 보니 나중에는 목이 쉬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날 밤은 깊어 가는데 5부도 채 팔지 못한 모습을 보니 몹시 안쓰러웠다. 그래도 판매원은 웃음을 잃지 않았고 내일을 기약하며 빅이슈 사무실에서 마련해 준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방송 말미에는 판매 수익금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취업도 한 판매원의 집에 다른 판매원들과 빅이슈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 축하해 주는 모습이 나왔다. 다른 판매원들은 집을 마련한 판매원을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하루빨리 돈을 모아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빅이슈는 희망이 없던 노숙인들에게 삶의 목표를 부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을 통하여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회생 및 파산이라는 업무도 어쩌면 빅이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과다한 채무로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는 회생이나 파산제도를 통하여 재기의 기회를 부여받는다. 회생의 경우 채무자는 경제활동을 계속하면서 장래의 수입 중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채무잔액을 면책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파산의 경우에는 가진 재산을 채권자에게 모두 배당하는 대신 채무로부터 면책되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 만약 회생, 파산제도가 없다면 채무자는 영원히 재정적 궁핍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채무자를 방치하면 채권자들 사이에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하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가져온다. 빅이슈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되었던 노숙인에게 자립의 기회를 준 것처럼 경제적 파탄 상태에 이른 채무자에게 새로운 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회생 및 파산절차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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