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왜 도발할까?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왜 도발할까?
  • 신희섭
  • 승인 2015.08.1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었다. 지난 8월 4일 파주 GP의 남측 철책에서 지뢰가 폭발하여 대한민국 병사 2명이 다쳤다. 철책근무를 하던 병사들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해 공격을 받은 것이다.

8월 10일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지뢰가 북한소행임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도발에 대해 강경한 응징을 공언했고 북한 도발을 실제 경험한 병사들을 불러 보복의지를 다졌다. 4일 도발이 있고 10일 발표까지 몇 일 동안 우리 정부는 이 도발이 북한 소행인지를 파악하고 공개하는데 시간을 썼다. 증거부족으로 인한 역풍이라는 천안함도발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처리한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지뢰가 폭발한 것과 이 문제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처리한 것 사이에 시간이 길었다. 지뢰가 폭발한 날은 8월 4일이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8월 8일에 열렸다. 청와대의 입장은 북한소행인지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간혹 지뢰가 비로 인해 토사유실과정에서 흘러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논리인 듯 하다.

정부의 발표대로면 정부 내의 사실조사와 대책마련을 위한 프로세싱이 있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하고 대응논리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중하고 더딘 프로세싱은 다른 문제를 가져왔다. 8월 4일 오전 7시 35분에 벌어진 지뢰폭발은 한 시간 뒤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 5일 대통령은 오전 11시에 열린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있었던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 참석했고 여기서 남북 화해를 강조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반에는 통일부가 북한에 대해 포괄적 대화를 제의하는 전통문을 보냈다. 게다가 통일부는 10일까지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수용 여부를 네 차례나 확인했는데 통일부의 제안은 국방부의 지뢰폭발에 대한 공식발표가 있던 10일 오전에도 진행되었다. 이것을 보면 10일 국방부의 발표가 있기까지 1주일간 청와대와 국방부와 통일부의 행보는 같은 정부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지뢰도발로 다시 한 번 정부통제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통제력 부족과 함께 지난 메르스 대처에서의 미숙함에 이어 이번 국가안보 사안에서도 청와대가 과연 콘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있는지 있는 것인지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지뢰도발은 대규모안보도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부의 발표이후 몇 일이 지나면서 지뢰도발이라는 안보문제는 점차 정치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정부는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정치력부재를 내년 총선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안보도발이라는 시험대에서 과연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끌고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고 이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 궁금한 것은 왜 북한이 도발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치력도 향후 정책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주제지만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지뢰도발이 있고 나서 가장 궁금한 것은 ‘왜 북한은 도발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다시 구체적으로 분화하면 “지금 시점에서” 왜 도발했을까와 “누가” 도발을 주도했을까와 도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 있을까로 나눌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북한의 상황은 남한에 대한 국지적인 도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다.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중국의 북한 지원을 어렵게 만든다. 미국의 이란과의 핵협상으로 인해 이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북한 도발은 북한의 위협을 핵문제와 연계 시켜 전세계적인 문제로 확대할 수도 있다. 최근 북한 내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이 남한에게 이러한 국지적인 도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천안함도발로 인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마당에 추가적인 도발은 북한의 대남외교를 파국으로 몰아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도발을 통해서 북한이 국가차원에서 얻게 되는 이익은 적다. 기껏해야 남한 내의 여론 분열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화정도 얻을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이익이 북한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되겠는가? 또한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도 이러한 도발이 가져오는 혜택은 적다. 도발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강화할 것이고 김정은이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들인 자금유입원이 막힐 수도 있다. 비겁하게 지뢰를 매설한 것을 가지고 북한군부와 북한의 인민들을 설득하거나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할 수도 없다. 8월 13일 현재까지 북한정부의 공식적인 발언이 없다는 것은 북한도 이 문제를 아직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북한의 도발은 누가 이 문제를 일으켰을까로 귀결된다. 김정은이 성격이 급하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해도 이러한 국지적인 차원의 도발을 직접 계획하고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전체 외교 ‘정책’적 입장보다는 군사적인 차원에서 ‘전술’적으로 접근해 들어간 누군가가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북한 군부의 김영철이라는 인물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철은 현재 북한에서 정찰 총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2014년 소니사해킹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김열철은 김정은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많이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 2월 대장에서 그 해 11월 중장으로 강등되었다가 다시 2013년 2월 대장으로 복원되었다. 그러나 2015년 4월 다시 상장으로 강등되었고 이번에 지뢰 도발을 전후로 해서 다시 대장으로 복귀한 인물이다. 현재 69세의 나이에 있는 그가 30살 조금 넘은 김정은과 같은 어린 지도자에게 이런 모욕을 경험하면서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권력욕구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그 자리를 유지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숙청과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도발은 북한군부의 과잉충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선군정치로 표현되는 북한의 군대가 과도하게 커져있는 상태라는 점과 북한이 가진 태생적 전략이다. 북한은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일으키는 과정과 한국전쟁이후의 전과정에서 공격적 전략을 가지고 있다. 무력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방어적전략이 아닌 속전속결의 공세적인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전쟁이후 공세적인 통일전쟁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군부를 키웠다. 이에 더해 김정일시기 선군정치를 기치로 걸고 군조직을 가장 앞세웠다. 120만의 북한 군대와 20만에 이르는 특수전 전력이 대표적이다.

군대가 비대해지고 이들의 전략과 전술이 공세적인 경우 군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을 군사적 행동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징표이자 자신들 조직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온건파에 대항해서 예산책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국가를 만들면서 그리고 전쟁을 거치면서 이 경로를 지속적으로 이용해왔다. 게다가 최근 젊은 지도자는 군대의 경험은 없고 아이들이 탱크와 비행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군사무기에 관심이 많다.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수집가로서. 김정일시대에는 장군들을 진급시키는 것으로 장성관리를 한 것과 달리 김정은은 별을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나이든 장군들을 능멸한다. 이러한 김정은의 지도력은 군이라는 조직을 점점 긴장하고 조바심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군대는 언제라도 개인의 생존과 조직의 유지 강화를 위해 도발을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북한 도발 방지를 위해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거대한 조직과 공세적인 문화를 가지고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북한군대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가 다음의 고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