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비자는 왕이다 수험생은 을(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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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비자는 왕이다 수험생은 을(乙)이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0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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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흔히 소비자(고객)는 왕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과연 소비자가 왕일까. 기자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유인 즉, 판매자나 공급자가 판매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왕이 못된다. 다만 왕이 될 수도 있다. 판매자가 소비자를 왕이라고 생각하고 깍듯이 대하는 순간 그 때, 왕이 된다. 

기자가 이같이 정의하는 것은 ‘소비자는 왕’이라는 명제가 공급자 중심에서 나온 말이라는 데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내키지 않는 손님에게는 팔지 않으면 된다. 오히려 공급자가 왕이 되는 꼴이다.

이를 반대 해석하면 공급 과잉은 실제 소비자를 왕으로 만들 수 있다는 명제가 가능하다. 절대재든, 대체재든, 보완재든, 재화나 용역에서 공급자가 차고 넘치면 상호 경쟁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손님을 왕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수요공급이 자본주의의 시장이론의 절대가치로 인식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2000년부터 매년 1천명의 신규 변호사들이 쏟아지고 특히 근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대거 배출되면서 변호사업계는 곤궁한 지경이라고 한다. 때문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방아가 법조계에서 오르내린다. 과거 변호사사무실을 들르면 사무장과의 면담으로 법률상담은 끝났다. 변호사를 직접 대면하기란 불가했다. 지금의 젊은 변호사들은 입구에서부터 친절히 맞이 하고 출구까지 나와 배웅해 주는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다. 공급자가 증가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다. 

고객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법서를 껴안고 시름하는 젊은 변호사들을 적지 않게 목격하곤 한다. 격세지감이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법률사무실을 찾으면 된다. 지금의 법률소비자들은 그만큼 행복해 진 것은 분명하다. 

최근 한 외국 언론은 하나의 질병을 두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찾는 것을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 현상으로 꼽아 보도했다. 의료 불신에 기반한 것도 있지만 한국 의료산업이 향상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 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법조계나 의료계에서는 언감생심이었다. 공급자 확대는 경쟁을 촉발하고 질적 향상도 가져 오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사법시험, 로스쿨, 공무원시험 등 어떤 선발 또는 채용 제도에서든 수험생은 수요자가 되기도 하고 공급자가 되기도 한다. 주관 기관에서 보면 수험생은 시험에 응시해 주는 수요자가 되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공급자가 된다. 그래서 지원자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내키지 않는다며 공급자로서의 수험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그 국가나 기업 등 채용기관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갑(甲)은 을(乙)이 되고 乙이 甲이 되는 경계선에서 살고 있다. 한 해의 절반을 넘겨, 작렬하는 8월의 한 가운데 있다. 조만간 로스쿨 입문시험인 법학적성시험이 치러지고 9월 중순엔 외교관후보자시험(구 외무고시) 면접이 치러진다. 그 외 세무사 2차, 노무사 2차, 법조윤리시험, 법원행시 1차, 입법고시 면접 등이 기다리고 있다.

시중의 책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지문이 출제되거나, 극소수설을 마치 일반론인 냥 정답을 찾으라고 하거나, 괴상망측한 질문으로 면접자를 당혹케 하는 등과 같은 것은 시험위원들의 인품이 덜 익은 현학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또 로스쿨 입시처럼 알맹이 있는 정보는 죄다 비공개로 하는 것 등은 공급자를 무시하는 지나친 배짱과 행정편의주의다.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뤄야 적정 사회가 된다. 특히 공급이 풍부할 때 수요자도 풍요로워진다. 소비자가 무조건 왕이 될 수 없듯, 수험자 또는 결코 乙일 수는 없다. 그래서 수험생들도 甲이 될 수 있는 열린 선발, 채용, 입시 제도가 펼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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