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전관예우 깨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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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전관예우 깨는 계기 삼아야
  • 법률저널
  • 승인 2015.07.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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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3일 형사사건 당사자와 변호사 간에 맺은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례를 변경하면서 변호사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를 하는 등 변호사 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의뢰인과 맺은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 결과를 금전적 대가로 결부시켜 민법 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대법관 13명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민사 등 다른 사건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합의해 보수를 정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형사사건은 변호사 직무의 윤리성과 독립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변호사도 판사·검사와 마찬가지로 ‘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성공 보수는 형사 절차, 법조인 전반에 대한 신뢰성·공정성 문제와 매우 가까운 관계가 있어 시장의 영역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수사나 재판 결과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과 건전한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며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의뢰인은 곤경을 면하기 위해 과다한 성공 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불신이 쌓이면 변호사 제도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형사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을 가로막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는 우선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는 대법원의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보인다. 변호사법은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재판·수사기관의 부패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행위’에 대하여는 실제로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이 제공되지 않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뢰인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형사사건에서 석방 등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성공보수가 변호사의 판사·검사 등에 대한 교제, 청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전관예우’ ‘연고주의’ 변호사를 찾게 되고, 결국 의뢰인과 일반 국민에게 ‘유전무죄-무전유죄’ 등의 사법 불신을 초래하며, 재판·수사기관의 부패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착수금-성공보수 체계는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왔기 때문에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반 국민들은 ‘유전무죄-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등의 시비를 차단하여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는 법원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가 무효라고 판단되면 당장 변호사들은 착수금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결과와 무관하게 지급하여야 하는 금액이므로 그 금액은 성공보수금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변호사보수의 과다 논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일한 만큼 받는 시간제 보수약정을 체결하거나, 착수금을 받으면서 일정한 경우에는 추가 보수를 받기로 약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변호사 보수체계가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변론활동에 대한 보수결정방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됨으로써 형사사법제도의 운용과 변호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을 구현하고 선진적인 법률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호사 단체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반발할 것이 아니라 성공보수가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계속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던 점에서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 나라 법조의 어두운 관행을 끊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법조가 정의롭지 않으면 사회는 부패의 악취를 풍기게 된다. 성공보수 약정은 뒷거래일 뿐이고 진작 사라졌어야 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워 온 고질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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