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전 감방 유전 특별면회실 관행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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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전 감방 유전 특별면회실 관행 없애야
  • 법률저널
  • 승인 2015.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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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와 피고인은 법률 전문가인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피의자나 피고인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만 아니라 구속되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은 대개 법률을 잘 몰라서 자신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그래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 기관과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형사 재판 절차에 이르기까지 인정된다.  형사소송법은 수사 기관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은 “형사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라고 하여 국선변호인 제도까지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지방 법원 판사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공소를 제기하기 전이라도 국선변호인 선정을 인정하고 있다. 형사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 변호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 접견을 폭넓게 허용하고, 형사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접견 시간·횟수에 대한 제한도 없다. 

그런데 이런 변호인 접견권을 악용해서 구치소 수감자의 말동무나 심부름을 주로 하는 이른바 ‘집사(執事) 변호사’가 성업 중이라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초창기 집사 변호사는 주로 구치소에 수감된 재력가 혹은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류를 전달하거나 옥바라지를 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하지만 국내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돌파하고 로스쿨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젠  평범한 수감자들도 집사 변호사를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근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변호사는 접견만을 목적으로 구치소를 드나들며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구치소가 징계를 요청한 변호사들도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이 중 6명은 여성 변호사였다고 한다. 

변호사 접견권은 수사기관에 맞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이런 헌법상 권리를 일부 수감자의 말동무나 심부름을 하는 데 악용한다는 것은 변호사의 품위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이러한 일탈에 가담한 변호사들의 행태는 징계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집사 변호사’의 접견권 남용은 돈없고 힘없는 수감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특정 수용자가 변호인 접견실을 독점하게 되면 막상 접견이 필요한 다른 수용자가 못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구치소 ‘갑질’ 논란으로 불거진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구치소 내 여성전용 변호인 접견실은 단 두 개 뿐인데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장시간 접견실을 독점해 다른 변호사들이 대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변호사들의 접견을 방해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변호사들에 대해 단순한 경고 조치나 징계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를 계기로 변호사 사회의 자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집사 변호사’를 고용해 영업을 일삼는 일부 로펌과 중견 변호사들의 비뚤어진 행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징계한다면 변호사 사회의 자정은 멀고 먼 일일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무전 감방 유전 특별면회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원칙을 세워 바로 잡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변호사들, 특히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이 위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접견권 남용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변호사 단체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이 변호사들에게는 얼마나 냉소적이고 모멸적인 표현이겠는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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