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무원 면접시험에 애국가, 참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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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무원 면접시험에 애국가, 참 기묘하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7.24 12: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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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미국 등 선진국이 문명국일순 있어도 문화국이라고 일반화하기는 무리다.” 대학 시절 서양법제사 강의시간에 들은 명제다. 동서양 법의 역사, 문명과 문화의 차이, 일반화의 오류 등 제법 굵직한 주제들을 접했고 그 때의 깨침은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판단의 기재가 되고 있다.  

주식마저 도박이며 사회의 또 다른 악의 한 축이라고 생각하는 기자지만 돈 놓고 돈 굴리는 미국 금융가가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고 호주나 캐나다의 이민 수용정책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라도 본다. 개고기 문화가 썩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퍽 나쁜 것도 아니다. 문화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의 경륜을 통한 자연스런 습득의 결과이기 이전에 20대 초반에 들었던 강의 구절이 적지 않게 기자의 삶에 관여한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좋은 게 좋다’며 체념 아닌 체득의 묘미를 생활화하곤 한다. 때론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고 똥고집도 부리지만 날이 갈수록 나태해지는 탓인지, 이마저 그 횟수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기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상대성을 부정하는 절대적 가치들이 있다. 인간이므로 인간다워야 한다는 것과 그래서 나 외의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약속이라는 것도 사회상규상 무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구타유발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기적, 악의적이고, 타성에 젖어, 타인의 삶을 짓밟고 깨트리는 경우다. 국가론의 근거인 사회계약을 인위적으로 무너트리는 무책임한 이들을 보면, 분노가 쌓여 온종일 뒷골이 뻑뻑 차오르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공무원의 부정, 비위, 비리, 범죄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인구 50명당 1명꼴이다. 경제활동 연령 대비로 치자면 35명당 1명꼴이다. 34명이 아무리 썩을 대로 썩더라도 단 한 명의 공무원라도 그들은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 달라고 법으로 계약을 맺은 공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공무원 면접시험을 대폭 강화한다며 크게 홍보했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9급 공무원시험 면접에서 느닷없이 ‘애국가 4절을 아느냐’라는 질문들이 쏟아져 응시생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월요일 아침 조회 때면 그토록 외워 불렀던 애국가. 이후 20대의 나이에 30개월 군생활을 하면서 애국심을 빌미로 병사들을 사병(私兵) 부리듯 했던 군대와 그 조직의 상급 장교들의 태도에 애국가며 애국심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유사시 이들보다 먼저 국가를 위해 싸울 준비는 돼 있다.

과거 사관학교 입시 면접에서 애국가 4절을 모두 외워보라는 질문은 있었지만 익히 수십년이 지난 지금의 일반 공무원시험에서 애국가 타령이라니. 조석으로 울리던 국기 계약·하강식도 폐지된 마당에 애국가를 공직관의 잣대로 내민 발상 자체가 자못 궁금하다. 오히려 면접관님들, 당신들은 다 외울 수 있느냐고 먼저 묻고 싶다. 물론 평소에 투철한 애국심과 준비된 사명감으로 애국가 4절 모두를 외운 이들도 있겠지만 별 생각 없이 앵무새마냥 기억을 회상시키는 어처구니없는 평가방법으로 과연 국민과 공무원간의 사회계약 의미를 검증해 낼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

비정상의 정상화, 즉 공무원 필기시험에 헌법 과목을 넣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 4년전 이명박 정권 말에서 고등학교 출신자들의 공직진출을 꾀한다며 꺼낸 9급 공무원시험 선택과목 시행을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 다행히 5급 공채에서는 2017년부터 헌법이 부활된다. 애국가가 그렇게 중요할까. 세무공무원 선발에 세법이, 경찰공무원 선발에 경찰학개론이, 검찰공무원 선발에 형사소송법이 빠져도 되는, 작금의 공무원선발 제도자체가 참으로 기묘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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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5 23:04:30
글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15-07-25 23:04:30
글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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