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시험 존치 논의, 본질 흐리기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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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시험 존치 논의, 본질 흐리기를 경계한다
  • 이호선
  • 승인 2015.07.21 11:20
  • 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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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국민대 법대 교수/변호사
 

닥터(Dr.) 유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중년 남자가 의사를 찾아왔다.

“선생님, 요즘 제 귀가 점점 안 들리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의 친절한 조언에도 남자는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전 조금 심한 편 같습니다. 요즘은 제 방귀 소리를 못 들을 정도라니까요.”

그러자 의사가 처방전을 내주며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정말, 이 처방전대로 약을 먹으면 될까요?”

의사가 씨익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보다 방귀 소리가 두 배는 더 커질 겁니다!”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쟁, 변호사시험성적 비공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나오는 법무부의 반쪽짜리 성적공개를 보면서 본질 대신 한참 곁가지를 훑고 있는 명의(名醫)들에게서 위 유머의 주인공 의사가 떠오르는 까닭은 왜일까.

국민들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이 존치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판, 검사가 되기 위한 공직임용의 기회를 로스쿨 외에 다른 통로로도 개방해 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법시험법 제1조는 "이 법은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군법무관이 되려고 하는 자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 등을 검정하기 위한 사법시험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시험법 제1조의 목적은 “이 법은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변호사시험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사법시험을 통해 양성하고자 하는 판사, 검사, 군법무관은 변호사시험법에는 빠져 있다. 두 법의 공통분모라고는 오로지 ‘변호사’ 하나인 것이다.

요리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겠다면서 간판만 살짝 바꾼 시내 중국집 주방장들이 모여 짬뽕 레시피 하나를 달랑 내놓으면서 기존의 짜장면, 우동, 짬뽕 세 가지를 담고 있던 레시피를 없애버린 셈이다. 앞으로 짜장면 먹을 사람은 짬뽕을 씻어서 따로 춘장 만들어 적당히 볶아 먹으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경력 법관을 뽑았다면서 변호사시험 출신 법관들의 경우 일선에 배치하기 위해 대법원은 8개월가량 더 연수를 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분명히 그 목적이 서로 다름에도 신법의 부칙을 통해 다른 법을 폐지하기로 한 그 초법적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어쨌건 본질은 판사와 검사라는 공직에 임명되는 길을 돈의 장벽으로 막아 놓은 원죄가 본질이지, 변호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부차적인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판사와 검사를 배출하는 학부의 숫자가 사법시험 때 보다 줄어들고 특정 대학으로의 쏠림이 심해졌다면 변호사 배출 학부가 몇 개 늘어났는지와 무관하게 로스쿨 제도는 그건 학벌 서열의 고착화라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만 해도 그렇다. 헌재의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현행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이 갖고 있는 비정상성들에 대하여 로스쿨 협의회와 법무부, 교육부는 문제 인식도 없고, 자정의지도 없다는 점을 공적으로 확인해 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걸로 해결된 공정이나 투명성의 문제는 없다. 상식의 원상회복의 단초가 비로소 마련되었을 뿐이다. 지금처럼 주관식과 객관식을 100점 만점으로 합산하면서 주관식에 300퍼센트의 가산점을 줌으로써 객관식은 0점 맞아도 주관식 54점만 주면 과락을 면해 이른바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당당히 갖게 되는’ 그런 시험 체제 하에서는 전혀 변별력을 기대할 수 없다. 고만고만한 시험성적이므로 오히려 집안 배경과 출신 학부에 따른 자의적 선발의 멍석만 깔아줄 가능성이 더 높다.

얼마 전 독일 어느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수들의 프로필을 본 적이 있다. 독일 교수들 중에는 출신 학부 옆에 자신이 치른 국가사법고시 등급을 명시해 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자신이 졸업하면서 치렀던 ‘등급: 매우 양호(Note: sehr gut)’의 제1차 국가고시의 성적을 명기해 놓고 있었다. 독일은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1차 국가고시를 붙어야 졸업이 되고, 2년의 연수 기간도 허락된다. 우리 사법시험 1차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18등급으로 세분되어 시험을 치게 되면 개인적으로 점수와 등급이 통지되도록 되어 있다. 점수는 소수점 두 자리까지 계산된다. 2차 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이 등급이 판사나 검찰관 임용, 대형 로펌 입사의 기준이 되고, 특히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 등급 이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우리 로스쿨이 금과옥조처럼 부르짖는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의 대표격인 독일의 사례이다.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오자 로스쿨 쪽 일부에서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 어려워졌다고 우려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 ‘교육자에 의한 법조인 자격증 남발’은 아닐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주, 객관식 합산 평가 기준 아래 석차나 등급 공개조차 시도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전에 정한 합격률대로 자격증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 한, 한국의 로스쿨은 ‘당신들의 천국’으로 지탄받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시험 성적 공개의 본질은 시험의 엄정성을 통한 검증 기능으로서의 신뢰의 회복에 있다. 이 논의를 젖혀 놓은 채 이뤄지는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는 무의미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의 조속한 변호사시험법 시행령상의 관련 규정 개정을 촉구한다.

또 하나 요즘 묘하게 본질을 흐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 사법시험 존치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예비시험이나 야간로스쿨, 방통대 로스쿨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야간 대학이나 방송대를 통해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면 왜 지금처럼 대학원제 로스쿨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해도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 정도로 가능한 것이지, 법조인들 중 얼마는 거기에서 예외로 두어도 된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전자 같으면 대학원 로스쿨 대신 학부제 로스쿨로 하는 편이 훨씬 더 간명하고 좋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 보자. 그렇잖아도 학벌 고착화, 집안의 사회적 지위 세습이 문제되는 판국에, 야간 로스쿨 나와 변호사 자격 하나 갖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본질로 돌아가 야간대, 방통대 출신 중에서 판사와 검사가 나올 수 있을까 자문해 봐야 한다.

야간 로스쿨이나 방통대 로스쿨 출신들은 주류 로스쿨들의 바닥을 깔아주는 영원한 주변인들로 머물고 말 것이다. 이러한 불순한 의도는 일각의 예비시험 주장에서도 드러난다. 말이 좋아 한 통로이지, 그 통로의 주류와 비주류는 입학전형의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집안과 학벌 서열로 결정되어 버린다. 사회에 나가서는 더 말할 나위없을 것이다. 일본이 예비시험을 두고 있으니 우리도 예비시험이 괜찮겠다는 말은 심하게 말하면 제2의 로스쿨 도입 개악(改惡)에 다름 아니다. 예비시험이 나름대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본 정도의 입학에서의 전문성 측정(법학소양능력), 출구에서의 엄정성(신사법시험의 검증기능 충실)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집안 좋은 사람들이 쉽게 들어가서 똑 같은 자격 받고 나오는데 누가 예비시험이라는 관문으로 들어가려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기회균등 외에 ‘실력’이라는 차별화 유인동기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비시험 진입은 스스로 ‘나는 별 볼일 없는 배경을 가진 가난한 자’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효과 밖에 갖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예비시험은 변호사시험 5진 아웃 자(者) 구제 통로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예비시험의 근본적인 한계는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비로스쿨들이 커리큘럼을 완전히 개편해서 변호사시험 준비 쪽으로 가지 않는 한 예비시험 합격자들이 기댈 곳은 학원 밖에 없다. 학부를 남겨 놓고 있는 일본과 달리 비로스쿨들 마저 실무 교육기관이 되면 우리 사회의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비로스쿨들이 로스쿨 아류(亞流)화 되는 건 로스쿨들로서도 반가울리 없을 것이다. 당장 학부와 다른 게 뭐냐는 질문에서부터 대학원제 로스쿨 회의론에 접하게 될 테니 말이다.

희한하게도 요즘 들어 방귀 소리만 잘 들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 논의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그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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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ㅜ 2016-05-17 17:00:02
국립인천대,국립창원대,국립목포대,국립안동대까지 전국도청소재지급 국립대조차 로스쿨없는 도 급이 4군데다. 지역 실수요와 행정구역및 인구 무시 로스쿨인가였기에,최소한 이들 4개 도청소재지 국립대부터 로스쿨 우선 인가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고질적인 대학서열화 수단 되어버린 현행 로스쿨을 전국150개 4년제대에 전부 인가하고 연간1만명입학으로 가던지, 사시 연간3천명 선발로 입법해서 로스쿨입학수와 대등하게 가야한다.방통대 로스쿨은 수만명입학에도 달랑 50명~100명만 졸업시켜도 할말없는 제도라 절대 반대한다

zz 2015-07-26 13:16:20
불교 만세! 화이팅!!!!!!! 사법고시 존치한다.. 안그렇면 대한민국 망한다..

В.В.Путин 2015-07-25 19:30:53
명쾌하고 정확한 현상진단을 담은글에 예비시험이니 야간로스쿨이니 로스쿨 제도를 전제로 한 물타기 제도를 옹호하는 한심한 인생들은 뭔가? 말장난하지마라. 예비시험이 뭐냐? 예비시험보고 또 로스쿨출신들 들러리서면서 변호사 시험보게? 그런거 주장하는 인생들은 다른사람 예비시험하고 25만원짜리 변호사시험 5만원짜리 법조윤리시험 응시비용 니들 주머니에서 꺼내어 다른 사람들 대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거지?

논리같은 허당 2015-07-25 11:17:56
가짜같은 // 말되는 글에, 말안되는 비판을 하기 힘들면 그냥 있어라. 누가 뭐라 안그래. 바보야, 논리 전개에 찬반이 어디있냐? 자기 논지에, 논거 대고 가는데 오류가 있으면 논리가 아닌거지. 그걸 찾아서 비판하던지..로스쿨 설득력 가지려면 물타기로 현혹하려 하지 마..아무도 현혹 당하지 않겠지만. 위 글에서 아닌 것 하나 콕 집어서 니 논리로 썰을 풀어내면 내 인정하마..아님 그냥 잠자코 있으면 돼.

진짜같은가짜가짜같은진짜 2015-07-24 20:00:23
찬반에 대한 특정 입장을 정해놓고, 논리를 갖다붙이는 글에 불과함. 둘다의 장단점을 솔직히 고백해야 제3의 대안이나, 로스쿨제도의 보완책이 나올수 있고, 설득력이 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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