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환봉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자질과 양식 의심” 검찰에 고발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서는 화기애해한 분위기 속에서 37명의 로스쿨 출신 3년 단기경력 신임법관에 대한 임용식이 거행됐지만 청사 밖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같은 시각, 대법원 정문 앞에서 바른기회연구소(소장 조성환)가 이번 경력법관 임용식의 부당성을 알리는 피켓시위를 했고 오후에는 한 변호사가 신임법관 중 한명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기 때문.
이날 법관으로 임명된 박 모(여·31) 판사. 그는 경북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2012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고등법원에서 각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박씨는 재판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그가 근무하던 재판부에 대구고등법원 한 사건이 배당됐고 박씨는 이 사건을 직무상 취급했다. 당초 이 사건은 1심에서 원고가 전부 패소한 후 원고가 항소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진행되던 2014년 2월 박씨는 재판연구원에서 퇴직해 A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했고 같은 해 3월 바로 이 사건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해 사건을 수행했다. 사건은 같은 해 7월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나왔고 판결문에는 박씨가 변론기일에 참석했기 때문에 변호인으로 기재됐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은 변호사의 수임제한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항 3호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수임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 변호사법 제113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7월 1일자로 경력법관(3년 단기 법조경력 판사)으로 임용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출신 37명의 신임법관에 박씨가 포함된 사실로 밝혀지면서 법조계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급기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8, 29일 “대법원은 자격 없는 경력법관 임용내정자에 대한 인사를 즉각 취소하라”며 법관임용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관식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법관인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경력법관으로 임용될 박씨가 자신이 법원 재판연구원 시절 맡았던 재판부 사건을 변호사로 수행한 사실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임용을 철회할 정도는 아니라 판단했다”며 박 씨에 대한 법관 임용을 강행했다.
1일 오전 대법원에서 37명의 경력 신임법관 임명식 직후인 오후 2시경, 변환봉 변호사(법무법인 율, 사법연수원 36기)는 “박 신임법관은 변호사로서의 양심을 망각하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 변호사법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조치했다.
변 변호사는 “이번 사안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분명 저해하였다고 인정하면서도 박씨에 대한 임용을 강행하는 대법원의 태도는 사회정의의 보루라는 책임을 방기하고 대법원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공무원으로 재직 시 취급한 사건을 수행한 것과 관련하여 김 모 변호사가 구속됐고 같은 이유로 지난달 30일 모 법무법인 소속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징계신청 결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그는 “이처럼 법조계 내부에서는 재판의 공정성 확보와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자성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부의 비판에 귀를 닫고, 보수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대법원의 행태에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씨에 대한 엄정한 법의 판단을 통해 실추되었던 사법정의와 사법신뢰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고발장에서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하고 법조일원화는 사법의 민주화와 국민의 사법 신뢰를 위한 매우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을 취급할 개연성만 있어도 수임제한규정에 위반함이 명백함에도 박 신임법관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며 “그의 변명 자체가 법적으로 의미가 없음은 물론, 법관이라는 지위가 갖는 중요성과 무게감을 고려할 때 그에게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양식이 있는지 극히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부적절한 인사를 강행하고 외부의 문제제기를 무시하는 법원 역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피고발인을 철저히 수사하시어 엄중히 처벌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바른기회연구소는 이날 오전 대법원 청사 내에서 신임법관 임명식이 거행되고 있는 같은 시간에 대법원 정문 앞에서 “법을 모르는 로스쿨 변호사를 판사로 특혜임용한 대법원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이번 법관임명의 부당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