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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치 구도 변화를 위한 선거제도개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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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치 구도 변화를 위한 선거제도개편 (2)
  • 신희섭
  • 승인 2015.06.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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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은 대통령제를 사용하고 있다. 왕조국가의 전통과 1948년 국가를 구성할 때 대통령제를 시행했다는 점과 제 2공화국에서 내각제를 사용했던 짧은 경험과 이후 권위주의 정부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대통령이라는 인물중심의 정치로 돌아간 점과 1987년 민주화의 역전을 막고 재빠르게 제도정치로 돌아가기 위해서 대통령제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대통령제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통령제는 즐겨 입는 청바지처럼 편하게 되었다.

대통령제를 사용하게 되면 특이한 제도구성원리를 마주하게 된다. 대통령제도가 미국에서 발명될 때 제도창시자들은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의회권력의 강화를 걱정했다. 유럽의 절대주의를 거부하면서 미국이라는 개척지로 넘어온 이들은 새로 구성하는 국가의 권력집중을 우려했다. 그들은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몽테스키외의 아이디어에 눈을 돌렸다. 권력을 최대한 분리함으로서 권력집중과 자의적 통치를 피하고 했다. 그래서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대통령제도는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그 사람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않는 부정합적인 제도가 되었다. 인물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대통령제도는 제도적으로는 특정인에게 권력집중을 거부함으로서 자신들이 선택한 지도자에게 권력을 집중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자체모순적인 제도가 되었다.

선거제도를 이야기하다 정부형태를 논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제도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제도들이 가진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할 수 있는 현재 시점에서 어떤 선거제도를 선택할 것인가는 다른 제도들과의 조응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다른 제도와 같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도들이 조응하기 위해서는 제도 각각이 가진 가치가 어울려야 한다. 즉 불신에 기반을 둔 제도는 불신을 가정한 다른 제도와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회구성을 위한 선거제도는 의회의 상대방이 되는 행정부구성방식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의원내각제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정부구성을 의회에 위임한다. 의회가 권력을 장악하기 때문에 권력분립을 강조하는 대통령제와 달리 권력집중을 통해서 정국을 운영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영국은 의회를 장악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동당이라는 대중정당이 만들어지면서 정당정치가 정치무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중심축이 되면서 정당이 의회와 정부를 지배하게 된다.

정당이 먼저 발전한 유럽 국가들은 의회의 전통적인 기능보다 정당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1차 대전이후 보통선거권이 부여되면서 대중민주주의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유럽은 의회가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이때 소수의 납세자들로 구성된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인물은 시민들 자신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 흔히 명망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지적으로도 뛰어난 이들이었다.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과는 신분적으로나 지적으로 다른 이들이 구성한 의회는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런데 대중민주주의의 시대는 정치무대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정당은 투표권을 받은 대중인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당은 자신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평범한 이들을 의회로 보내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들이 모인 의회를 대중들과 동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의회로 바꾼 것이다. 인물의 특별함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정당이라는 제도가 가진 집단적인 차원에서의 이념과 가치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벨기에에서 생겨난 비례대표제도는 이런 정당중심 정치를 강화했다. 사회적으로 특정한 가치를 강조하는 소수정당들은 인물들을 내세워 의회로 입성하기가 어렵다. 소수정당들은 정당에 대한 지지를 의석수로 바꾸는 것이 선거판에 나가서 자신들의 후보를 장렬하게 전사시키는 것보다 유용하다. 그런 점에서 정당이라는 제도를 강조해서 인물보다는 특정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믿어달라고 하는 것이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이들의 공통된 아이디어이다.

유럽에서 비례대표제를 강화한 이들이 소수정당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상대다수제의 지역구보다 비례대표제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인물위주의 선거경쟁에서 실제 경쟁력이 낮은 정당들이다. 한국은 지역구 246석이 한 표라도 더 받은 인물이 당선이 되는 구조이다. 이 제도에서는 정당공천도 중요하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무소속으로 나와서 당선되는 이들은 정당평가보다 인물평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정당공천을 받고 치열한 격전지에서 살아남는 이들은 정당에 대한 지지와 함께 자신이 가진 인물평가를 동시에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정당을 믿을 것인지 인물을 믿어야 하는지에 달려있다. 제도인가 인간인가에 대한 정치학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정치가 혼란스러운 것은 혼합형선거제도를 통해 인물중심과 제도중심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어느 것을 더 지향할지를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아니 제도도 시원치 않고 인물도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의석수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해방 70년에 국가건설이 67년이 되었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상당한 정도의 제도적 시간을 보냈다. 이정도면 한국정치가 믿고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제도 숙성의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 정치학 원론으로 돌아가 한국정치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들은 인간 특히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있을까? 우리는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거나 이런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제도구축과 운영수준을 신뢰하여 정당을 한국정치의 중심에 둘 수 있는가?

앞서 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답은 단순하다. 한국의 정부형태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제다. 그런데 과거 한국정치는 보스로 불리는 이들이 지역주의 정당을 기반으로 하여 강력하게 정치무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의회는 정당이라는 제도가 장악하고 있고 대통령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견제와 균형’논리에 압도당해 한국정치는 대립정치의 표본이 되었다.

현재 한국정당정치는 양당제 중심이다. 정당내부는 특정계파들로 구분되어 운영된다. 인물보다 정당이 정치중심에 있으면서 대통령제도가 작동한다.

정당이 중심에 있지만 낮은 투표율과 정당지지를 볼 때 정당정치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개혁이 되려면 정당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 정치개혁은 새로운 정당에 의한 기성정당에 대한 도전이 있을 때 가능하다. 1992년 정주영,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그동안 수많은 정치변화요구들은 특정개인들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갈망하며 그 중심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 있기를 열망했다. 인물은 한국정치의 중심을 관통해왔다.

그런데 인물중심의 정치는 지속성이 약하다. 특정인물에 대한 기대는 빨리 식어버린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물을 중심으로 하되 제도가 인물을 보완하여 지속적인 정치변화를 이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정당이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기성정당에서 사람을 빼오지 않으면서 새 인물들이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을 통해서 제도정치에 진입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한 신생정당 등장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정당진입의 개방성증대에 있다. 새로운 인물들이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례대표의석수 확대는 제 3 당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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