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치 구도 변화를 위한 선거제도개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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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치 구도 변화를 위한 선거제도개편 (1)
  • 신희섭
  • 승인 2015.06.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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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재미있는 정치적 제안이 나왔다. 정의당의 심상정의원이 소개를 하고 최병모 의원과 68명의 의원들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청원한 것이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권역별’은 인구편차에 따라 지역을 조금 큰 단위로 구분하는 방안이다. 현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안으로 비례대표제도는 전국을 단위로 한다. 2004년 이후 우리는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데 사용하는 표 하나와 정당을 선택하는 표 하나를 각기 따로 가지고 있다. 이때 정당에 대한 선호는 전국을 기반으로 하여 계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재의 계산방식을 전국단위가 아니라 권역이라는 중선거구제도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제안된 비례대표의석 배분의 권역은 6개로 나뉜다. 인구편차를 기준으로 나뉜 6개의 구분은 다음과 같다. 1. 서울특별시, 2.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3.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4.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5. 광주광역시,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시, 6.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이렇게 구분된 6개 권역을 기준으로 하여 각 지역에서 받은 정당에 대한 표를 계산하여 비례의석을 나누어준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안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총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지역 240개 비례대표 120개의 의석으로 구성을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의원정수보다 60석을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여론의 거센 저항을 가져오고 있다. 저항의 핵심에는 의석수 증대가 있다.

“돈이 아깝다.” 국회의원의 증대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생각의 핵심이다. 이것은 시민들이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는 낮은 반면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는 것 별로 없이 돈은 많이 챙겨가는 집단이라 생각이 강한 것이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지표는 수도 없이 많다. 2015년 3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를 때 의회의 신뢰도는 17.4%로 조사대상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의료계가 63.7%로 1위를 했는데 의회와의 격차가 4배 정도에 달한다. 이 연구조사에서 국회를 매우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1%에 불과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2011년의 직업별 신뢰도에서는 국회가 10점 만점에 2점을 받았는데 길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4점 인 것과 비교하면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교도소의 재소자에 대한 신뢰도 보다 낮게 나온 자료도 있다.

이렇게 낮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가져가는 세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연간 세비는 1억 3796만이다. 이외에도 사무실유지비, 차량유지비, 출장경비 등으로 9010만 원 정도가 추가 지급된다. 이것을 비교정치 차원에서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우선 한국내의 일반 노동자와 먼저 비교하면 의원의 세비가 제법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노동자 평균임금이 3800만원인데 의원의 세비는 이 보다 3.7배 정도 높다. 노동의 질을 따지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이다. 국정판단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면 유사하게 국정과 관련하여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다른 나라의 의원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세비의 기준에서 미국의 의원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억 8천 5백만원을 받는다. 일본의 의원은 1억 6천만원선이고 독일에서는 1억 4천원을 의원들에게 지급하며 프랑스는 1억 2천만원을 영국은 1억 1천만원 정도를 의원 세비로 지불한다. 돈의 액수로 보면 한국의원의 세비가 다른 나라들 보다 현저히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의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1/2정도 되는데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유사하거나 조금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는 대한민국의 의원이 받는 세비는 높은 편이다.

낮은 신뢰도와 높은 세비의 두 가지 이유가 한국에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을 거부하게 만드는 이유라면 실제 이 두 가지 요인을 제외하면 의원의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비교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의회의 의석수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체 의원 수는 300명이다. 의원 수가 600명에서 700명 선이 가장 많은 나라들이 가진 의원수다. 한국은 의원 1인이 대표하는 유권자가 17만 1천명으로 세계 4위이다. 의원 1인당 유권자수에서 세계 1위는 미국이다. 미국은 의원 1인이 69만 명을 대표한다. 2위가 멕시코로 19만 1000명을 대표한다. 3위는 일본으로 의원 1인당 17만 6000명을 대표한다. 다음이 한국이다. 이 분야 최하위는 아이슬란드로 이 나라의 의원은 한 사람이 단지 5,064명만을 대표한다. 이 비율로 보면 미국의 유권자는 아이슬란드에 비해 거의 1/140에 불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아이슬란드인들은 미국인들보다 140배정도 목소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의원 당 유권자 수는 2만 명 정도이다. 이런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8배 정도 의원수를 늘릴 수 있겠다. 그러면 국회는 2천명이 넘을 것이다. 이것을 과연 유권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많은 인원들이 과연 합의는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이다. 양원제인 영국은 의원이 1,429명으로 임명직인 상원의원이 779명이고 선출직인 하원의원 650명이다. 가장 적은 의원을 가진 나라는 단원제를 운영 중인 룩셈부르크로 이 나라의 의원이 60명이다. 인구가 3억이 넘는 미국의 의원은 535명이고 1억이 넘는 일본의 의원은 722명이고 인구가 8천만을 조금 넘는 독일은 667명의 의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의회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은 그 국가 시민들의 가치판단이다. 따라서 모범 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결정을 요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의회를 구성하는 문제는 낮은 신뢰와 세비에 발목이 잡혀있다. 신뢰부재를 해결하는 것과 세비가 아깝지 않게 하는 것은 정치개혁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다. 정치가 지금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가만히 두면 무엇이 바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것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각오를 하고 지금상태를 흔들어야 한다. 변화는 안정된 상태에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인구 편차조정을 촉구한 것에서 시작된 선거제도개편논의는 그 핵심에 지역구의석조정이 아니라 비례대표제도확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제도가 3:1로 인구편차를 가질 수 있는 것을 2:1로 조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해 말까지는 지역구의 인구편차를 2:1로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의석을 늘리는 방법은 의회가 정할 문제이다.

주된 한국의 정치개편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어왔다. 헌법재판소가 1인 1표 제도를 고치게 하여 2004년 선거부터 1인 2표 제도를 사용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진보정당이 제도 정치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한국정치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비례대표제도의석수를 증대하고 독일식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해 볼 수도 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여 볼 수도 있다.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석패율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제도정치내에 도입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제도 개편은 향후 십년이상 한국정치운영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 영향은 수 십년간 지속될 수 있다. 어떤 제도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다당제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선거제도논의에서 중심적 의제는 미래 한국이 지향해야할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 정치발전을 위해 제 3당이 진입할 수 있는 제도개편으로 선거제도변경의 방향을 정해야한다. 왜 제3당이 필요한지와 어떤 제도적 효과가 있을지 다음시간에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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