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메르스사태의 진짜 원인, 한심한 인사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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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메르스사태의 진짜 원인, 한심한 인사공백
  • 법률저널
  • 승인 2015.06.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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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가 대한민국을 집어삼켜버렸다. 이 글을 쓰는 현재, 확진 환자가 122명에 사망자가 9명이다. 격리대상자가 3천명을 넘어섰다. 지난 주에 비해 세 배로 모든 것이 확대되어 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야 인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일정을 취소하였다. 웬만하면 물리지 않을 방미계획을 취소한 것을 보면 청와대도 나름대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메르스지원대책본부, 메르스종합대응TF, 메르스즉각대응팀, 메르스긴급대책반으로 상징되듯,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 혼란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대책본부가 생긴다. 이렇게 대책본부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어제까지의 대책이 잘못된 대책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니, 한 마디로 가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환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환자 발생 지역도 제주도를 뺀 거의 전국적이다.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을까? 누구를 탓하기 앞서 사태진정에 전력투구해야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

대한민국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 바로 메르스사태가 아닌가 한다. 대한민국 밀접성의 대재난이다. 경부고속철도의 빠르기만큼 전염병의 전파속도가 빠르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수준의 한계이고, 담당공무원들의 한계이고, 청와대의 한계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한계이다. 초기단계에서 정확한 현황파악 및 전염병의 향후 악화방향에 대한 진단이 잘못된 참혹한 결과가 오늘의 사태라 하겠다. 보균자들에 대해 정확한 처방과 교육이 선행되었더라면, 시한폭탄이 되어 버린 환자들이 그렇게 대로를 활보하며,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환자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초기대응을 잘 했더라면 이렇게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일한 상황인식으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국민들의 내수 소비가 끊기고,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대외신인도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경제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다. 정부 스스로 대한민국을 잡아먹는 하마가 되어버렸다. 말만 할 뿐인 지도자의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메르스 상황이다. 국가의 요소요소에 이런 무능력과 몰상식이 넘쳐 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들이 수많은 공직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직위의, 최고책임자의 임명이 정부의 보이콧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근한 예로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을 놓고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인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자신과 밀접한 존재들과는 한 몸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굉장한 불신을 갖는다. 내 편이 아닌 사람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문체부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들이 그런 사람들이다.”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정부 내 인사혁신처에서 새 관장 적격자로 문체부에 그를 추천하였으나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나서서 적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공모를 지시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정부 내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자질 등을 심사하는, 말 그대로 인사전문국가기관이다. 그런 인사전문국가기관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추천한 자를 부적격자라고 판단한 문체부, 말 그대로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김사열 교수, 지난해 시월 경북대학교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경북대총장으로 선임된 분이다. 그러나 국립대학총장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장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후보를 추천하라며 그를 총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유를 밝히라고 해도 밝히지 않고, 1만3천여 명의 지역 주민들의 탄원서가 제출되어도 요지부동이다. 어찌할 수 없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임명거부처분취소처분을 구하는 행정소송 중이다. 마찬가지 사태가 국립대학인 공주대학과 방송통신대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 자체적으로 총장 후보를 뽑아 추천하였으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총장 임명을 교육부가 보이콧하고 있다. 두 대학은 소송을 통해 승소까지 하였으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부장판사 출신의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판결을 무시한 채 그들을 총장으로 임명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임명거부가 교육부장관이나 문체부장관의 고유한 권한행사에서, 다시 말해 독자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닐 것이어서 문제인 것이다.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에 대한 고위직 공직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결과가 결국 예스맨의 양산이고, 노맨은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게 되고 마는 것이다. 예스맨으로 조직되어 있으니 일사불란으로 효과가 극대화되어 좋지 않겠느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동종교배는 필망의 지름길이다. 오죽하면 근친혼을 금지시키겠는가? 능력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필요한 직위에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러한 이들이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조직을 활성화하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면 청와대가 더 이상 염려할 것이 없게 된다. 모든 조직이 말이 끄는 마차가 될 수 있게 하면 다들 알아서 제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모든 차량을 운전하려 하니 운전수 부족현상이 생기고, 운전수가 한 눈 팔면 달리던 차량이 절벽으로 곤두박질치게 되는 것이다.

메르스사태도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이 메르스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니 그 밑의 차관이나 차관보, 실국장들이 메르스라는 중동발 호흡기증후군의 무서운 전염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신중한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 조언에 나섰더라면 발병초기에 이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인데, 이곳저곳에 퍼진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태까지 확산되도록 무작위 방치한 잘못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은 잘못한 업보치고는 대가가 너무 크다. 보건복지부가 보건과 복지를 함께 다루는 정부부서이다 보니 두 분야를 모두 잘 아는 전문가라는 게 사실상 있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복지를 경제와 연결 짓기는 조금 곤란하지만(복지는 베푸는 것이고 경제는 빼앗는 속성이 있어 서로 반대작용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과 관련이 있으므로 경제전문가인 문형표 장관 임명을 이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하지만 경제학박사인 문형표 장관은 복지로의 발전보다는 오히려 경제 마인드에 더 충실한 정책을 수립해 복지에 인색한 정책을 펼쳐 온 것이 사실이다) 보건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그가 메르스사태를 맞아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국가적 재앙에 부딪혔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민주주의국가의 대통령은 만기친람의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 만기친람하겠다는 대통령이다. 다시 말해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잘 뽑아, 그들로 하여금 그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그러한 대통령이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신뢰가 바탕 되어야 한다. 그들의 능력을 믿을 수 있어야 그러한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믿음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우니,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게 되고, 그게 일상화되면 발밑에서부터 무너지는 자기붕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재로 대통령이 전문가 영역의 분야를 잘 아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지 않느냐 말이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을 2년 넘게 지켜보았으니 대충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청와대 사투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어록에 대한 번역기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에 이르렀으니, 대통령의 무능력에 대한 풍자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슬프지 않느냐는 것이다.

황교안 총리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마무리되었다. 국회에서 총리후보에 대한 안건이 제때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수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이완구 총리처럼 결국은 통과될 것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밝힌 그의 총리로서의 포부를 들어 보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임검사들에게 애국가를 4절까지 큰 소리로 부를 줄 아는 것이 애국이라고 호통치는 그의 모습에서 총리로서의 그의 미래가 보이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 인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풀어 줄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황교안 총리후보는 박 대통령의 고정관념에 쇠말뚝을 박아 더욱 공고하게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자성을 가진 강성과 강성이 결합하면 더 큰 강성을 만들어낼 것 같지만, 결합된 더 큰 강성은 농도가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스스로 파괴되어 버리는 얼음처럼 스스로 파괴의 길로 걸어가지 않을까 두렵고 염려스러운 것이다.

현직 법무부장관직을 사표내지 않은 채 국무총리후보로서 인사청문회에 응하는 황교안 후보의 모습은 참으로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 법무부장관을 총리후보로 임명하면서 후임 법무부장관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더더욱 잘못되었다. 당연히 두 보직에 대한 임명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게 옳다. 그래야 업무공백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임명된다면 그 순간 법무부장관은 공석이 되고, 또 인사청문회절차를 밟기 위해 상당기간 법무부장관 부재의 상황이 오게 된다. 이처럼 모든 공백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이야말로 현재 일을 하지 않은 상황을 자인하는 것이고, 피해는 자꾸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쌓이는 적폐가 되어 결국 어느 순간에 가면 곪아 터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메르스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북대총장이 임명되지 않듯, 공주대총장이 임명되지 않듯,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임명되지 않듯, 공석이 될 것이 뻔한 법무부장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듯, 자꾸 공석을 만들고, 그 공석의 틈바구니로 각종 메르스 바이러스가 침범해 대한민국을 좀먹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만기친람을 하겠다는 것은 바로 예스맨으로 충전되는 배터리가 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생각이 달라야 미처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다. 예스맨으로만 채워지면 일사불란하게, 군소리 하나 없이 한 방향으로 내달리게 되니 효율적일 것 같지만, 그 곳에 낭떠러지가 있고, 불구덩이가 있고, 지옥의 아가리가 있으면 어찌 하겠는가? 정부의 무능력을 보다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적극 대응을 격려하기는커녕 영역 침해인 양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협소함으로 어찌 대한민국 국정을 총괄할 수 있겠는가, 그 다음날 그대로 따라 하게 될 줄을 몰랐단 말인가.  

국가재난이다. 모두가 협력하여 이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주위를 청결하게 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노맨을 찾아 나서 보자. 영화 간신의 마지막 자막 “중종반정에 성공한 공신들은 다시 간신이 되었다.”가 아른거린다. 오로지 예스만 할 줄 아는 이들은 간신일 뿐이다. 메르스가 가장 우습게 아는 것은 바로 간신, 비전문가가 전문가인 척 하는 것일 것이다. 정부가 만든 공백의 틈새, 과연 누가 메꿔야 하는 것일까? 답이 없다, 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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