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래옥 메르스를 이겨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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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래옥 메르스를 이겨내다!!
  • 신희섭
  • 승인 2015.06.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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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메르스의 공포가 대단하다. 확진환자수가 매일 늘어나고 있고 확진에 이어 사망자가 늘고 있다. 2015년 6월 11일 현재 9명이 사망했고 메르스 확진환자는 122명이 되었다. 자가 격리자수와 3차 감염도 확산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6월 10일 세계보건기구의 휴교령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휴교령을 6월 12일 금요일까지 연장하였다.

메르스의 공포가 심각해지고 있다. 메르스자체의 감염에 의한 공포를 넘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메르스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선 관광객이 급감하여 관광연관분야가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메르스를 치면 연관되는 단어가 한국이 나온다고 한다. 중국관광객들은 헌국여행을 취소하였다.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남대문은 휴장한 듯 하다. 남대문시장으로 대표되는 전통시장의 영세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다. 심난한 것은 관광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호텔들도 울상인 것은 동일하다. 호텔의 주요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의 승객은 50%이상이 줄었고 택시이동도 줄어 들어 회사택시들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할 실정에 있다. 도로에 나가보면 일요일 오전정도의 교통량을 보여준다.

메르스의 공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요일의 교회에는 아이들이 오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도 같이 오지 않아 유치부와 유아부 교실이 텅 비어버렸다. 이런 사정은 교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형종교시설들은 사람들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참여가 줄고 있다. 실제로 정부도 종교행사나 집회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메르스의 공포가 종교의 개인적 신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메르스가 더욱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내가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생활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는 13일에 치르는 서울시공무원시험에서 메르스 자가 격리자에 한 해 자택시험을 보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불공평함에 대해 항의를 만들어내고 있다.

메르스가 특히 우려를 넘어서 공포로 다가오게 된 원인에는 확실히 정부의 대응방식이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은 굉장히 단호했고 확신에 차있었다.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고 자신 했던 정부의 발표와 달리 감염자가 늘면서 정부의 불신은 질병의 두려움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대처방식으로 인해 감염자가 확산된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더 불안하게 되었고 SNS는 정체모를 대처법이 돌게 되었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자 정책결정자 리더십의 문제이다. 이런 상황들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잘해달라고 시민들은 5년에 한 번 지도자 선택의 시간을 가진다. 리더십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시민들마다 다를 것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고 덜 두렵게 해줄 것을 바라는 것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낙타고기와 낙타우유를 마시지 말라”는 사우디아라비아식의 정책권고를 내렸다. 놀라운 것은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낙타고기가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림축산부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고기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대책으로 먹지 말라고 한다. 이런 발표는 순간 정부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든다. 사람들의 반응은 “집에 있는 낙타를 잘 숨겨야지”거나 “출근할 때 타고 온 낙타 내일부터는 타지 말자”이다. 어려울 때 보여준 정부의 유머에 대한 감사.

한국 정부의 태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닮았고 미국과 반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년째 메르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010명이 감염되었고 442명이 사망했다. 3년이라는 시간으로 볼 때 이 수치는 확산되는 속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6만 마리의 낙타를 가지고 있다. 네이쳐지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낙타를 700만 마리를 가지고 있고 케냐는 300만 마리가 살고 있지만 이들 나라에는 메르스 환자가 없다. 한국이 40여 마리 낙타를 가지고 있지만 메르스환자수 세계 2위라는 점을 보면 감염은 낙타사육두수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메르스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이들의 생활방식에 기인할 여지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10년부터 낙타사육을 권장했고 이 과정에서 낙타우유를 직접 먹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사우디정부는 개체수증가를 처리하고자 낙타고기를 먹으라고 권하는 캠페인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낮은 위생관념과 허술한 의료체계가 인간감염을 증해하게 한 것이다. 병원에서는 감염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이들을 같은 병실에 몰아넣었다. 특히 의료진마저 손세척을 하지 않으면서 직접 감염자가 되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행된 실험에 따르면 200마리 중 3/4의 낙타가 메르스에 감염된 경력이 있다고 한다. 낙타는 메르스에 걸리면 가벼운 감기증상을 보이고는 쉽게 완치가 된다. 낙타에게는 코와 입의 상부호흡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에 콧물이 나고 마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이 되면 상부호흡기 말고 하부호흡기인 폐와 기관지에도 영향을 주어 중증호흡기 질환을 가져온다고 한다. 따라서 낙타에게는 안전하지만 인간에게는 위험한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이미지 때문에 지금까지 보고된 것 보다 많은 자료를 은폐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사우디에서 나온 메르스관련 정보에는 신뢰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해 볼 나라는 미국이다. 2014년 4월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메르스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입국과정에서 여행지역을 파악하고 이들을 응급실에서 관리하였다. 실제 두 명의 메르스환자가 미국에 입국했지만 이들은 곧바로 격리되었고 이 두 명으로 미국내 메르스환자는 끝이 났다. 국가통제가 질병 자체를 격리한 것이다.

한국도 2013년부터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메르스는 정부의 방역망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뚫어버렸다. 공항에서 예방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다 보니 일은 더 커졌다. 사태가 악화되고 박원순시장이 공세를 가하자 정부는 병원명단 공개 등으로 대처했지만 시민들의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이미 때는 늦었다. 구제역으로 그 많은 소와 돼지들이 살처분 되었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세월호의 무기력함이 잊혀지기 전에 정부는 다시 메르스의 중심에 섰다.

지금 따져 볼 것은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가이다. 불확실성. 우리는 불안함을 가져오는 메르스 이면의 불확실성을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의료진과 정부와 시민들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마치 어두운 동굴안을 더듬거리는 사람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다. 괴담이 퍼지는 것을 걱정하기 전에 이 괴담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야 한다. 거기에는 불확실함이 있다. 교회를, 성당을, 절을 찾지 못하게 하는 그 불확실성이 우리를 가장 인간의 기저에 닿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도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상태에서 느끼는 두려움.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확실성과 신뢰이다. 정부의 통제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유능한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나의 위생예방책이 감염의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는 신뢰. 이러한 신뢰들이 어두운 동굴 속의 공포를 잠재우고 다시 우리를 일상으로 복귀하게 한다.

어제 오랜만에 주교동에 있는 우래옥(又來屋)을 찾았다. 오후 한 시를 지났는데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과연 메르스가 돌고 있기는 한 것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우래옥은 평양냉면 신자들을 영접하고 있었다. ‘또 오라’는 신뢰를 가진 이름 우래옥. 불확실함과 공포의 시류를 비웃듯이 우래옥은 냉면을 즐기기 위한 이들의 성지이자 안식처로 그 자리에 있었다.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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