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개정 국회법과 메르스, 그대는 낙타를 탔는가, 낙타고기를 먹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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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개정 국회법과 메르스, 그대는 낙타를 탔는가, 낙타고기를 먹었는가?
  • 오시영
  • 승인 2015.06.05 11: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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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어떤 독자분이 필자에게 했던 말, “교수님은 박근혜 대통령을 엄청 짝사랑하시나 봐요.”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어쩜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이 잘 되기를 바라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정치행위들을 수없이 지적하며 고치거나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필자에 대한 독자의 농담이었다. 짝사랑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리도 잘 되기를 바라느냐는 것이다. 웃고 말았지만, 많은 것을 혼자 생각해야만 했다. 반면교사라는 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마이동풍, 우이독경의 현실이라는 벽은 참으로 높고 견고하다. 

차이 중 가장 큰 차이는 생각의 차이이다. 생각이 다르면 모든 것이 다르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 생각이 다르게 되면 해결방법이 달라지고, 해결방법이 다르게 되면 결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치지도자는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고 믿고 살고 있다. 물론 옳은 약자에 대한 것이다. 정치란 사회의 중심을 잡는 균형추여야 한다. 강자와 약자는 기본적으로 시소게임처럼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내려가는 관계이다. 올라가는 쪽이 좋아 보이거나 낮아지는 쪽이 좋아 보이거나 어느 한쪽이 좋아 보이는 듯하지만, 균형추가 무너진 채 계속 올라가거나 계속 내려가게 되면 결국은 시소가 부러지거나 시소를 타고 있는 사람이 나가떨어지게 되어 양쪽이 필패하고 마는 것이 시소게임의 본질이다. 그러기에 그 중심에 무언가가 있어서 불균형이 과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가벼운 사람이 시소 끝부분에 가서 앉고, 무거운 사람이 시소 안쪽으로 앉게 하는 교통정리, 바로 그 역할을 정치가 맡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과연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미안하지만 참으로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매주 칼럼을 쓰다 보니 일주일 내내 다음 주 칼럼 주제에 갇혀 사는 칼럼병에 걸려 있다. 칼럼병환자의 특징은 세상사 모든 것이 칼럼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에 자주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이 논제야말로 이번 주 칼럼의 주제이다라고 생각했다가도, 책상 앞에 앉아 막상 써내려가다 보면 아, 이건 아니야 하면서 다른 주제를 칼럼의 기본내용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 좋은 주제와 내용의 칼럼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칼럼병환자는 한 주 내내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독심술을 부려 현상과 화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 주 내내 대한민국을 뒤끓게 했던 두 주제가 있다면 국회법 개정과 메르스 전염이었다고 할 것이다. 모법을 벗어난 대통령령 등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권을 둘러싸고, 삼권분립정신에 어긋나는 반헌법주의적 발상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노(?)가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대한민국헌법 체계를 보면 3장이 국회, 4장이 정부인데, 4장 중 제1절이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헌법은 국회를 정부 및 대통령보다 우월적 헌법기관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 뜻을 법제화하는 입법이 그 입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나 대통령보다 우선한다는 당위 때문에 그렇게 순위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여, 국회의 위임법률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을 제정하도록 제한을 가하고 있다. 대통령령의 내용이 위임 모법을 위반할 경우 대법원에서 위헌위법명령(법률을 위반한 대통령령)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결정하지만, 대통령령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면 대법원에서 위헌위법 여부를 결정토록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대통령령에 대해 수정 또는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3권분립에 위반하는가 여부인데,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이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국회는 대통령령에 제정된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의 성문법률을 제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령에 포함된 내용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그와 반대되는 상위 법률을 제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국회가 다수결에 의해 그러한 법률을 제정하게 되면 이에 반하는 대통령령은 “신법 우선의 원칙” 및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법리에 의해 “당연히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이 되고, 국회가 대통령을 완전 무시하는 꼴이 되어 입법부와 행정부가 엄청난 갈등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그 중간 방법으로 “국회의 모법 위반의 대통령령에 대한 수정 및 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이유라고 할 것이다. 아주 점잖은 해결방법의 모색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당연한 입법부의 권한행사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 대하여 대통령과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위헌행위가 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대통령령이 집행되기 전에 국회의 수정ㆍ요구에 좇아 수정 또는 변경하여 모법의 입법취지에 따름으로써 처음부터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 집행으로 국민의 권익이 침해된 후 대법원의 위헌위법명령심사권에 의해 사후구제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잘못된 뒤에 고치는 것보다 미리 고쳐 잘못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입법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98년 12월 당시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33명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공동발의했는데, 그 주요내용은 국회법 제98조의2를 신설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하여, 국회(소관 상임위원회의)의 의견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대통령령을 수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즉 17년 전에 현행 개정된 국회법보다 더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국회가 법률로 행정부에 위임한 행정입법이 많아지고,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국회가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17년 전에 자신이 공동발의한 내용보다 훨씬 완화된 내용의 개정국회법을 향해 3권분립에 어긋난다거나,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엄청난 자기모순이고, 자기불신의 정치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큰 것은 작은 것을 포섭한다. 상위법은 하위법을 당연히 포섭한다. 큰 법을 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입법부가 작은 법을 행정부나 대통령에게 위임하여 큰 법의 입법취지를 잘 살려 행정입법을 제정하라 하였는데, 큰 법을 벗어나 혼자 놀겠다고 하면, 큰 법을 제정하는 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을 위헌적 발상이라 공격하는 것은 앞서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행위에 비추어 보아도 황당할 뿐만 아니라, 법리상으로도 황당하다. 오죽하면 야당 원내대표로부터 헌법공부를 해야겠다는 핀잔을 받기까지 하겠는가? 17년 전 자신의 공동발의는 합헌이고, 현행 개정 국회법은 위헌이라면, “닭이 먼저인가, 아니면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메비우스의 띠에 스스로를 가두는 함정이 아니겠는가. 제발 그러지 말자.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정치인의 행태라고 하지만, 이래서야 어찌 기준이 섰다고 할 수 있으며, 그리도 좋아하는 원칙주의자라는 말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겠는가?

국회법 개정에 항의하며 정례적으로 열리던 당청회의를 보이콧해버리는 현상은 정말이지 “철없는 공주의 짜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런 당청회의는 필요 없어요.”하는 사감에 의한 말도 되지 않은 국가통치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직해야 한다는 소리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공공연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견이 다를수록 토론하고 대화하여 접점을 찾는 것이 정치이다. 그런데 무조건 청와대의 말을 들어야지, 안 들으면 대화마저 안 해 버리겠다며 문을 걸어 잠구어 버리는 것이야말로 오기이고 독선이자 개인적 감정의 폭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당ㆍ정ㆍ청이, 여ㆍ야ㆍ청이 대립하고 있는 사이에, 중동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2003년 중국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국무총리가 확산방지에 주력하여 군의관까지 동원한 초고속, 초고도의 방역대책으로 환자 세 명 발생에, 사망자가 한 명도 없게 했던 것에 비해 메르스 발생 보름만에 35명이 넘는 환자 발생에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두려울 지경이다. 메르스의 무서운 점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마저 속수무책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생관념이 최고로 철저한 의사들마저 속수무책으로 전염되고 있으니, 일반인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접촉을 통해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이 전염되고 있다니 접촉을 차단해야 할 것인데, 감염 후 보름이나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난다니 감염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걱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통제한 채, 어느 병원에서 메르스가 감염되었는지, 어떤 사람이 감염되었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니, 모두가 불안하고, 눈 뜬 장님이 되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발 사스 당시 중국 당국은 중국 국민들에게 사스 정보를 알리지 않고 쉬쉬하다가 사망자가 급증하자 결국 국민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협력을 당부하였었다. 그 당시 중국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이 사스로 사망했으니, 결국 중국 대륙에서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648명 발생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중국 인접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최인접국인 대한민국에서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청정국이라는 칭찬까지 들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메르스 발병 15일만에 종합대책회의를 열었다. 여전히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단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격리자가 1,300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국민은 불안하다. 메르스 대책수립을 위한 새누리당의 당ㆍ정ㆍ청 회의요청을 청와대는 거절하였다고 한다. 지금 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거절이유이다. 여전히 국회법 개정으로 갈라서버린 당ㆍ청 사이의 갈등의 폭은 깊다. 대통령이 전력투구해야 할 현안은 메르스 대책이지 합헌인 개정 국회법을 위헌이라고 억지 부리며 국회나 여야 정치인들과 다투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컨트롤타워의 작동이 되지 않는 걸까? 정말 묻고 싶다, 대한민국에 정부가 있는가? 어느 칼럼니스트의 한 마디,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을 스스로 무정부상태로 만들어버렸다.”는 말이 실감나게 심장을 뚫고 박혀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또박또박 지시사항을 읽어 내려간다. 자신에게 전혀 책임이 없는 듯, 아래 사람을 질타하고, 연목구어식의 해결방안을 읽어 내려간다. 참 잘 읽는다. 저 글을 누가 써 주었을까?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대책을, 그것도 옳고 신속한 대책을 국민은 원한다. 국민여러분, 모두 메르스로부터 살아남읍시다. 손도 자주 씻고, 건강상태를 양호하게 지키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각자도생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싶습니다. 메르스 귀신아, 물럿거라. 지난 3월 중동순방길에 두 번 낙타고기를 대통령이 대접받았다지만, 착한 국민들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대로 전염원인 낙타 근처에도 가지 말고, 절대 낙타고기를 먹지 맙시다. 메르스가 잠잠해질 때까지. 그리고 살아남아서 사막지대로 여행가게 되면, 그때 낙타를 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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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류 2015-06-05 19:47:18
글 잘보고갑니다.. 확실히 아직 전염자파악도 못하는 상태라 메르스로 진단을 받지 못한 추가사망자가 발생해해도 다른 사인을 쓰게 되어 사망자 추정마저 못하게 될것같네요

문화 류 2015-06-05 19:47:18
글 잘보고갑니다.. 확실히 아직 전염자파악도 못하는 상태라 메르스로 진단을 받지 못한 추가사망자가 발생해해도 다른 사인을 쓰게 되어 사망자 추정마저 못하게 될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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