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은 돈으로 만든 ‘황금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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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은 돈으로 만든 ‘황금 사다리’
  • 김태환
  • 승인 2015.05.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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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 사법연수원 39기

 

신영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하, 신영호 교수)은 외국 로스쿨의 장점만을 접목시킨,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출범한 로스쿨 제도에 대해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이 로스쿨제도를 흠집 내고 있고, 로스쿨제도가 진정한 희망의 사다리라는 취지의 글을 법률저널에 기고했는데, 본인은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몇 자 적고자 한다. 

신영호 교수는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다수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신 교수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을 낭인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사법시험 제도를 폄하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사법시험의 경우 낭인을 양산하는 문제점이 있고, 로스쿨 제도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 행정고시, 공무원 시험, 대기업 입사시험 등 모든 시험에 있어 응시자수가 합격자수보다 많기 때문에 일부는 합격을 하고 다수의 응시자는 합격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고, 로스쿨 제도 하에서도 로스쿨 입학시험, 변호사시험에서 응시자 수가 합격자 수 보다 많기 때문에 신 교수가 말하는 낭인의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사법시험의 경우,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는게 쉽겠지만,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낭인들은 그들이 투입한 시간, 등록금 등 비용, 거기다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만간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낭인이 출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 로스쿨 장학금은 빛좋은 개살구

신영호 교수는 로스쿨에서는 경제적 약자들의 법조계 진입 및 안정적인 학업 수행을 위해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면서 특별전형제도, 장학금 제도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은 학부 과정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이어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신 교수가 말하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결국 대학은 졸업하였으나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못한 지원자들을 배려하는데 그칠 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것이다.

장학금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학금은 로스쿨에 입학한 이후의 문제이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진학할 수 없다는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좋은 장학제도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을 다닐 수 없는 진정한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학금 제도가 누구의 부담 하에서 운영되는지도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고, 로스쿨 내부에서도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국가에 대해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는 로스쿨 운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학금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 최근 한 로스쿨에서는 개원 당시 약속했던 재학생 장학금 비율을 75%에서 40%로 낮췄다가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하였다. 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로스쿨의 재정상태는 악화될 것이고, 지금은 상당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하지만 과연 그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중 상당 부분은 다른 학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충당될 것인데 개인이 특정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학비를 이들과 전혀 무관한 다른 학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국립대학 로스쿨의 경우 장학금 중 상당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로스쿨의 학비는 1년에 2천만 원 내외의 고액인 점,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여 대다수의 학생들이 신림동 학원 강의를 듣거나 학교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특강을 여는 점, 장학금 지급은 위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 점, 사법시험의 경우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이 있으나 로스쿨 제도하에서는 고정비용을 개인의 노력으로 절감하기는 어려운 점, 로스쿨 학비도 고액이지만, 로스쿨 재학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는 경우는 기회비용도 상당하여 장학금이 지급된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할 수 없는 점, 결국 로스쿨은 1년에 2천만 원에 육박하는 학비, 로스쿨에 재학하는 3년의 기간동안 충분한 생활비, 가족을 부양하는 등의 부담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진학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왜 대학 나와야만...로스쿨은 황금 사다리

신영호 교수가 내세우는 로스쿨 제도의 긍정적인 면에는 사법시험 제도하에서 보다 다양한 대학출신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신 교수는 이를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 제도보다 우수하다는 논거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나, 이는 사법시험의 경우 1,000명을 선발한 반면, 로스쿨 제도하에서는 이의 2배가 넘는 인원을 선발하였기 때문이지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 제도보다 우수하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또, 이러한 출신학교의 다양성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입학전형을 통한 로스쿨 입학과 로스쿨 내에서 충실한 법학이론 및 실무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결국 로스쿨 제도라는 것은 아무나 쉽게 법률가가 되는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로스쿨 입학과정에서는 법률지식을 평가할 수 없고,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이른바 스펙을 비롯한 면접 비중이 커 입학과정이 투명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교육과정 역시 실무교수 비율이 낮은 점, 이론 교수들이 전부 로스쿨 교수가 된 점, 법과대학 시절과 비교하여 교수방법이나 교재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 제대로 된 교재조차 마련하지 못하여 사법연수원 교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점, 법학을 전공한 학생과 법학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학생들을 동일한 과정에서 교육하는 점, 특히 비법학도의 경우 이른 바 기본적인 법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 형법, 헌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행정법 등의 기본 법리를 익히는데 3년은 부족한 점, 이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처음 내세웠던 전문분야에 대한 교육은 불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와 같은 현상을 문호가 개방되고 있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인이 생각할 때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학교-로스쿨이라는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으면 변호사, 나아가서는 판사, 검사가 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점이다. 신 교수를 비롯한 로스쿨 제도 옹호론자들은 장학금 제도,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이 잘 마련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 한해서, 장학금은 로스쿨 입학 이후에나 의미가 있을 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즉 학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고, 지금의 로스쿨 제도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변호사가 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판사, 검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박탈하고 있어 헌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학사고시, 독학사 등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로스쿨에 진학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반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나, 그동안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 중 학사고시를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면 이러한 주장의 부당성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 많은 로스쿨, 경청과 성찰이 우선

또 하나 본인이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로스쿨 제도를 옹호하던 분들은 변호사가 되려는 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류의 주장을 해 왔으면서 정작 지금에 와서는 사법연수원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을 로스쿨에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연수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개인이 자신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어떤 이유에서 세금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로스쿨제도가 출범할 당시에는 아주 이상적인 제도처럼 보였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입학과정의 불투명성과 스펙위주의 선발,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음으로 인한 서열의 고착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 낮은 실무가 비율, 법과대학의 교과과정과 큰 차이가 없는 커리큘럼,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점, 로스쿨의 재정적인 열악함, 변호사의 대량 배출로 인한 실무수습처 확보 곤란 및 취업의 어려움,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지역별로 로스쿨 정원을 배정하였지만 상당수의 학생이 서울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로스쿨에 진학한 후 다시 서울로 가서 취업을 하는 현상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지적을 경청하고 개선을 위해 힘쓰기 보다는 로스쿨 흠집내기라고 폄하하고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영호 교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 로스쿨제도가 외국 로스쿨 제도의 장점만을 모아 만든 훌륭한 제도라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대학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법률가가 되는 길을 열어두자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로스쿨 제도가 그렇게 훌륭한 제도라면 사법시험이 존치되더라도 학생들은 2가지 방법 중에 자연스럽게 로스쿨에 진학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고, 사법시험은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인데 무엇을 겁내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면, 각 국의 축구선수 중 각 포지션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여도 기존의 브라질, 스페인과 같은 팀 보다 전력이 약하고, 눈, 코, 입 등 각 부분이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의 각 부분을 조합하여 얼굴을 만들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것처럼 외국 로스쿨 제도의 장점만을 가지고 와 우리나라 로스쿨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외국의 장점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로스쿨은 돈으로 만든 황금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민들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는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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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5-06-07 19:25:51
솔직시 사시도 지금은 돈 없으면 하는게 거의 불가능하고, 고졸 출신합격생도 앞으로 거의 안나올텐데(대학진학률봐라.) 1000명에 한두명 있을듯 말듯한 케이스를 내세우는 논리는 이제그만. 차라리 원안대로 로스쿨 인원 더 늘이고 실질적인 장학금을 확중하며 입학기회를 더 다양-확대하는게 서민들에게도 현실적임. 그리고 시험이나 졸업후 채용에 부정이 있으면 관련자 전원 면허를 영구박탈 시켜야함.

공정사회 2015-05-26 15:30:31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김변호사님, 사랑합니다♥ 2015-05-21 19:00:51
김태환 변호사님 사랑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X 1,000,000

변호사님의 이런 속이 시원한 寄稿(기고)가 모든 사법시험을 유지하기 바라는 국민과 수험생에게 힘이 될 듯 합니다.

역시 연수원 출신은 글 필력이 달라도 다르군요. 오목조목 글쓴 솜씨가,,,,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oo 2015-05-19 11:49:36
http://newsgo.co.kr/m/page/detail.html?no=1516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한 “체면 구긴 김앤장, 입도선매? 로스쿨生 변시 낙방?”에서 한 국립대 총장의 딸로 표현된 로스쿨생은 성낙인 서울대총장의 딸로 확인됐다. 동작구갑 전병헌(새정치민주연합)국회의원의 딸도 삼성 사내변호사로 입사했지만 최근 4회 변호사시험에 낙방했다. 전의원 딸도 고려대 4기 로스쿨 학생으로 알려졌다. 더 웃긴건 성낙인 서울대 총장님이 로스쿨 처음 생겼을때 서울대 법대학장이었는데 로스쿨생들 실력 없다고 완전 깠습니다. 그리고 전부 사법연수원 2년 교육 시키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자기 딸은 그렇게 못했군요.

300 2015-05-19 06:09:23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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