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병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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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병존하여야 한다
  • 이호선
  • 승인 2015.05.15 16:32
  •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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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사)대한법학교수회 사시존치대책위원장

 

사법시험 존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로스쿨 도입은 오래 전부터 계획되었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면서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한다. 우선 필자는 로스쿨을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사법시험과 병행하자는 이야기를 곧 바로 ‘로스쿨 죽이기’로 몰아가는 그 논리적 비약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또 하나 오래 전부터 로스쿨 도입을 위한 연구가 있었다는 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말 본 받았다는(?) 미국식 로스쿨이 뭔지나 알고 도입했을까? 사람을 안다고 할 때 현재의 외모와 행실만이 아닌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파악해야 알 듯, 어떤 제도도 그 역사적 태동과 전개과정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좀 낯설어 보이지만 “남의 옛날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왜냐하면 어떤 부류들은 한사코 “그”를 잘 알고, 오랫동안 사귀어서 집으로 초대했다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별로 잘 알지도 못하고, 만일 잘 알았다면, 그런 차림으로는 집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제안을 재산도, 물려받은 것도, 뭣 하나 없이 가장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 농부와 기능공의 아들들, 그리고 타고난 의지 하나로 한 손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이들의 이름으로 거부한다." 

1890년대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미국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로스쿨들에 대하여 로스쿨 입학자격으로 일정 연한의 학부(college)에서의 수학 경험을 조건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로스쿨들의 반응은 단호했다. 위 말은 그 당시 미국 로스쿨협의회(American Association of Law Schools)공식 반응이었다. 

‘미변협’이 위와 같은 제안을 한 것은 187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뉴욕 주를 비롯한 많은 주에서 변호사 자격 인증권을 갖고 있던 각주의 법원들이 거의 200년간 내려오던 개인도제 훈련 연한을 줄이거나 로스쿨들의 방학 기간 동안 몇 번에 나누어서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배출되는 변호사들의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학부제 직업 로스쿨들을 운영하고 있던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2-3년 가량의 칼리지 수료를 요건으로 하게 되면 서민들의 법조직역 접근의 균등한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변협’의 제안을 맹비난하였다. 원래 영국 식민지 하에서의 미국에서의 변호사 양성은 유럽적인 전통에 따라 개인 도제식으로 출발하였다. 보통 한 명의 변호사에게는 한 명 내지 두 명의 도제만이 허락되어 7년간 그 밑에서 일을 배우면 다른 변호사들의 추천을 받아 해당 법원이 인증하는 형식으로 자격을 취득하였다. 7년의 도제 훈련 기간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도 상세하게 나올 만큼 서구 사회에서는 프로페셔널로 인정받기 위한 사회적 관행이었다. 

독립혁명 후 미국의 법학 교육은 두 가지 제도를 통해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나는 종합대학교(university)였고, 다른 하나는 영리목적의 사립단과대학(commercial private college)이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1790년), 윌리엄메리 대학(1793), 컬럼비아 대학교(1794년), 트랜실베이니아 대학(1799) 등 18세기말부터 많은 대학(교)들이 그 안에 법학과를 두기 시작했고, 19세기 초에 프린스턴 대학교 (1812)와  하버드 대학교 (1817년)가 그 뒤를 이었다. 이 학교들이 모델로 삼은 것은 그 때까지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었던 영국의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였다. 이 학교들은 장래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일련의 법학 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하였지만, 그것은 모든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 과정의 일부였고 수강 자격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경우 "모든 전문 직업인들 특히 입법 과정을 조력하는 전문가들, 치안판사 및 변호사라는 신사들에게 합리적 유용성을 띈 흥미"를 제공하는 데 학과의 목표를 두고 있었고, 프린스턴 대학은 1812년 법학과를 만들면서 교육의 특성을 "자유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법학, 정치학 및 공법, 자연과 국가들 간의 제법의 원리들을"포괄하는 것으로 하였다. 

반면 영리목적의 칼리지는 철저하게 직업학교로 운영되었다. 군소대학에 설치된 직업로스쿨들에서는 도제 채용의 제한이 없었는데, 이를 이용하여 개인 변호사들이 들어가 사실상 도제식으로 학생들을 훈련시켰다. 미국의 로스쿨은 이론 로스쿨과 직업 로스쿨, 두 가지로 출범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로스쿨들은 지금처럼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제로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두 가지 형태의 로스쿨들이 직업학교 하나로 되면서 대학원 과정으로 있게 되었을까?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직업로스쿨들로 몰리는 바람에 이론 로스쿨들은 학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단적인 예로 <미국법 평석(Commentaries on American Law)>의 저자로 저명한 변호사였던 제임스 켄트(James Kent, 1763-1847) 경우엔 컬럼비아 대학 법학 교수로 부임한 2년째 되던 해엔 학생 두 명과 자신의 서기를 앉혀 놓고 강의를 해야 했다. 3년째에는 학생이 전혀 없었고, 4년째 가서 겨우 6명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론 로스쿨들은 직업 학교로 커리큘럼을 바꾸었고, 이렇게 변신하자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메이저 대학 졸업장이 주는 평판도 경쟁에서 군소 직업로스쿨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학부제 로스쿨들이 변호사 양성의 주된 통로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1896년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 대학원 로스쿨은 하버드가 유일하였다. 나머지는 학부 로스쿨들이었고, 이들은 대학원 체제로 갈 이유도 없었고, 전혀 그럴 생각도 없었을 뿐 더러, 대학원 로스쿨은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약 이십년간 지속되었다. 하지만 변화는 다시 시장에서 촉발되었다.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주류 로스쿨들은 자교 출신 변호사들에게 학부 졸업장보다는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의뢰인을 확보하고 좋은 직장을 갖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미 로스쿨의 선두주자 격인 하버드는 대학원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입학 요건도 비슷하게 맞춰둘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로스쿨들은 자발적으로 입학요건을 더 높이게 되었다. 1917년이 되면 하버드 외에 주요 여섯 개 로스쿨들이 입학요건으로 3년 이상의 학부 경험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기에 미국변호사협회는 미국의사협회의 모델을 따서 로스쿨 인증제를 실시하였는데,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증제였지만, 학생들에게 인증된 로스쿨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학교 선택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다. 자연적으로 시장에서는 인증 로스쿨로 학생들이 몰렸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학부제 직업 로스쿨이 대학원 체제로 전환된 것은 변호사 자격증 시장에서의 졸업장을 더 매력 있게 보이게 할 마케팅 전략의 결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우리가 내세우는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과도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대학원제 로스쿨들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뒤따랐다. 주류 로스쿨들의 마케팅 전략을 따라갈 수 없는 소득계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간 로스쿨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특히 사립 야간 로스쿨들은 로스쿨 입학 자격 요건으로 학부 졸업을 요하게 되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능력이 있는 자격이 충분한 지원자들 앞에 '귀족적 장애물(aristocratic impediment)'을 놔두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적극 반대에 나섰다. 그 중의 대표적인 학교가 1907년 보스턴에 새로 설립된 서퍽 로스쿨(Suffolk Law School)이었다. 설립 목적을 ‘이 세상에서 어린 시절에는 교육의 기회에서 배제당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스스로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천명한 서퍽 로스쿨은 최소한 고등학교 1학년 상당의 학력만 있으면 학생들을 받아 주었는데, 그 결과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로스쿨이 되어 1920년대에는 재학생이 약 2,500명에 달하기도 하였다. 서퍽 로스쿨과 그 밖의 다른 야간 로스쿨들의 약진과 교육철학은 주 입법자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매사추세츠 주는 1915년 모든 지원자들로 하여금 로스쿨 입학 전에 '보편적 교육(general education)'을 어느 정도 이수하였는지 여부를 테스트하고 그 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로스쿨 입학을 허용하도록 했었던 1904년의 법을 폐지하였다. 1938년까지 로스쿨 입학자격을 학부졸업생으로 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한 주는 뉴멕시코, 애리조나, 그리고 하와이 세 개 주뿐이었고, 그 밖에 다섯 개 주가 변협의 인증기준과 비슷한 정도의 내용으로 로스쿨 교육 기준을 법제해둔 것이 전부였다.  

여기까지가 남의 옛날이야기이다. 그 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짐작하는 대로다. 그냥 시장에서 대학원 졸업장이 먹히니까 로스쿨들은 대학원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다. 그 뿐이다. 변호사 양성과 대학원 과정으로서의 로스쿨은 논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상당수 주들은 로스쿨의 교육편제에 달리 법적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고 정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미국 로스쿨협의회가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원제 로스쿨에 강력히 반발했었다는 사실을 우리 로스쿨 도입 주도 세력들은 알았을까? 아니면 일본이 미국식 로스쿨을 가져왔다니 그저 일본을 베껴오자는데 급급했을까? 우리 로스쿨이 무지(無知)로 도입되어, 탐욕(貪慾)으로 고수되는 제도가 아닌가 씁쓸하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필자는 로스쿨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사법시험과의 공존을 주장할 뿐이다. 사법시험 존치에 반대하는 분들은 로스쿨의 장학금 제도를 들어 로스쿨이 ‘희망의 사다리’라고 한다. 좋은 말씀이고, 고마운 일이다. 그 ‘희망의 사다리’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사법시험도 희망의 사다리이니 또 하나 살려두면 오죽 좋은가? 희망의 사다리가 두 개인 것이, 하나인 것보다 낫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 희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정이다. 사법시험은 이 사회 공정성의 대명사이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이 희망과 공정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하자. 선의의 경쟁과 시장에서의 선택은 당초 로스쿨 도입을 주장했던 분들의 단골 구호였다.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사라진, 그러나 매우 중요한 사회적 활력의 담보 요소인 이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그것이 무지에 의해서 도입되었건, 아니면 어떤 숨은 의도 하에 도입되었건 간에 기왕 들어온 로스쿨의 폐단과 부작용을 견제하면서 건강하게 생존케 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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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5-05-19 11:47:27
http://newsgo.co.kr/m/page/detail.html?no=1516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한 “체면 구긴 김앤장, 입도선매? 로스쿨生 변시 낙방?”에서 한 국립대 총장의 딸로 표현된 로스쿨생은 성낙인 서울대총장의 딸로 확인됐다. 동작구갑 전병헌(새정치민주연합)국회의원의 딸도 삼성 사내변호사로 입사했지만 최근 4회 변호사시험에 낙방했다. 전의원 딸도 고려대 4기 로스쿨 학생으로 알려졌다. 더 웃긴건 성낙인 서울대 총장님이 로스쿨 처음 생겼을때 서울대 법대학장이었는데 로스쿨생들 실력 없다고 완전 깠습니다. 그리고 전부 사법연수원 2년 교육 시키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자기 딸은 그렇게 못했군요.

노무룩 2015-05-18 14:11:50
변시와 중개사 시험중 더 어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이라 죄송합니다.)

ㅋㅋ 2015-05-17 22:30:26
사시존치 되서 로스쿨생도 사시랑 변시 병행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쓴소리 2015-05-17 20:10:54
로스쿨...경찰 순경시험 합격자들만 도 못한 실력,,, 공인중개사 합격룰보다 너무나 높은 합격률...실력또한
공인중개사 합격자들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모든 것이 비공개,불투명한 이상한 제도...
과연 미국도 지금 이나라의 로스쿨만큼이나 개판일까?

ㅇㅇ 2015-05-16 15:04:42
ㄴ폐지같은소리하고 자빠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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