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간통죄 폐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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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간통죄 폐지의 의미
  • 김현
  • 승인 2015.05.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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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혼인빙자간음죄는 성인 남녀 간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여서 폐지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넘어 가정과 혼인제도에 대한 법익침해를 내포하므로,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 위헌제청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015년 2월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의 위헌을 선언했다.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보호가 승리한 한편,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보장,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에 대한 법적 보호의 종말을 고한 것이기도 하다.   

간통죄를 처벌하는 방법은 남녀평등처벌주의, 남녀불평등처벌주의, 남녀평등불벌주의가 있다. 중국은 단순히 간통한 것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으나 직권이나 종속관계를 이용한 간통은 처벌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구형법은 남편과 부인의 간통을 달리 처벌했고, 일본이나 우리 구형법은 부인의 간통만 처벌하는 남녀불평등처벌주의를 취했다. 덴마크, 스웨덴,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간통죄를 폐지했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은 형법에 중혼죄를 규정해 일부일처주의를 보호한다.  

우리 현행 형법과 미국의 일부 주는 남녀평등처벌주의를 채택하며, 대만도 간통죄를 처벌한다. 우리나라와 대만 같이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극소수 국가에서만 간통죄를 처벌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간통죄 폐지는 세계적 현상이므로 찬반논쟁은 큰 의미가 없으며, 향후 건전한 성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고소취하의 조건으로 간통죄를 저지른 배우자에게 거액의 위자료나 합의금을 받아내던 수단은 사라졌다. 간통에 대해 고소할 수 없고, 수사 중인 간통사건은 불기소처분이 불가피해졌다. 재판중인 경우 검사는 공소취소를 해야 하고, 검사가 공소취소를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무죄판결을 하게 된다. 헌재가 마지막으로 합헌결정을 내린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죄로 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청구를 통해 전과기록을 삭제할 수 있고, 간통죄로 구금된 경우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보상도 받을 수 있다.  

간통죄가 위헌이라도 형법상 간통죄로 처벌하지 못할 뿐이고,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민법이 규정한 이혼사유이므로 민사상 위자료 지급이나 이혼의 책임을 부담한다. 간통의 상대방도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책임을 지게 된다. 간통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통한 비공식적 증거수집에 국한되고 과거처럼 간통고소를 통한 수사기관에 의한 증거수집을 할 수 없게 되어, 증거수집의 제약이 있게 되었다. 반면에 민사나 가사재판에서는 입증의 정도가 형사재판에 비해 완화되어 있으므로, 간통의 입증이 더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혼 시 간통행위는 위자료 산정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것이지만 위자료가 간통 방지의 예방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서구 주요 국가와 일본은 간통죄 폐지에 대응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했는데, 대법원도 향후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것이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탄주의는 축출이혼을 인정하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파탄주의로의 이행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통죄 폐지를 돈벌이 기회로 삼아 불륜을 조장하는 기혼자 만남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는데, 적절한 규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간통에 대해 국가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간통에 따른 책임은 도덕이나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간통한 배우자가 재산이 없을 때 배우자의 간통에 대해 특별히 법적 대응을 할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칠천 겁(劫)의 인연으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진다고 하는데, 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만이 가정을 지키는 보루로 남게 되었다. 간통죄가 폐지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건전한 성문화가 정착되었음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건전한 성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한다면 간통죄 폐지에 따른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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