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과락파동에 '영어대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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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과락파동에 '영어대란'까지
  • 법률저널
  • 승인 2004.01.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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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 원서접수 결과 지난해보다 출원자가 1만명 이상 줄어든 1만9천여명으로 무더기 과락 사태에 이어 우려했던 '영어대란'까지 현실로 나타나자 수험가는 과락파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같은 출원자 수치는 10년전 최종합격자가 290명이었던 1994년의 수준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영어대체시험의 실시, 2006년 군법시험의 폐지방침 및 사법시험 1차합격자에 대한 군법1차시험 2회 면제제도 경과규정 적용 대상자가 없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아무리 영어대체시험이 시행되는 첫 해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험생들이 영어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에 우리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세워져 있은 이들의 꿈은 중대한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사법시험법이 2001년 제정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력을 양성하고 법률시장 개방에도 대비하기 위해 사법시험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전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으로 대체하여 합격여부만 결정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영어대체시험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약 40%에 이르는 수험생들이 영어대체시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법조인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 등을 검정하기 위한 사법시험의 목적과 합리적인 연관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출원자 급감을 두고 수험생들 사이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상황)식 논쟁이 뜨겁다. 일부에선 '영어대체시험' 책임론을 펴고 있다. 지난 연말 수험생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외국어가 꼭 영어여야 할 필요도 없다며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어·프랑스어의 유용성도 영어 못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사이에 '법조인력정책과'를 '법조인영어인력조달과'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1차시험 면제자들은 시험에 떨어졌을 경우 영어대체시험에만 매진할 수 없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험생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저조한 패스율을 보인 데는 수험생들의 안이한 대처가 가져온 예고된 결과라는 것이다. 영어의 기준점수가 듣기 영역에 익숙하지 않은 상당수의 수험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점수대라 할 수 있지만 사법시험에서 영어시험이 전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으로 대체 된다는 것이 이미 2년여 전에 확정되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고, 토익과 텝스가 12월 시험을 시행해 한 차례 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패스율은 누굴 애써 탓할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도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논할 수 있으나 좋건 싫건 이 나라의 사법시험제도인데, 현재로선 움직일 수 없는 제도를 더 이상 탓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시험이 임박해야 준비하는 것이 수험생들의 공부하는 습성이라 하지만 이 정도니 그 안이함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일부 수험생들은 영어시험의 기준점수가 그동안 고시공부에만 매달려온 수험생들의 현실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점수라고 항변하지만 거의 모든 시험에서도 이 정도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사법시험의 성격상 법률과목에 치중을 해야하는 점에서 여타 고시와는 달리 현재의 기준점이 상대적으로 높은감이 없지 않다. 법무부는 행여나 영어 때문에 법률적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 많은 수험생들이 사법시험에 응시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며,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은 행정의 책무라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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