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300일내 출산시 전남편 아이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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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300일내 출산시 전남편 아이 ‘헌법불합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5.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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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인격권・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기본권 침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혼인이 종료된 후 300일 이내에 자녀를 출생하는 경우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 제2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5일 “해당 조항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모(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청구인(母)은 지난 2005년 4월 24일 유 모씨와 혼인했다가 2011년 12월 19일 이혼에 합의하고 2012년 2월 28일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를 했다. 이후 청구인은 송 모씨와 동거하면서 2012년 10월 22일 아이를 출산했다.

청구인은 2013년 5월 6일 송씨의 성을 따라 아이를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혼인관계 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했으므로 전남편의 성에 따라 전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했다.

▲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아이는 송씨의 친생자로 확인됐고 송씨는 아이를 자신의 친생자로 인지하려 했다. 이에 청구인은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로 인해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조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토록 해 진실한 혈연에 따라 가족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어 개인의 존업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혼인종료 후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의 기준에 대해 헌재는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lstlf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모・자・생부・부(夫)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ㅇ르 통해 법적안적을 찾고자 하는 자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의 영역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민법 제844조에 따라 인정되는 친생추정의 효력이 법률상 인정되는 다른 추정에 비해 강한 효력을 갖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생추정이 유지되는 한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를 생부의 친생자로 등록하거나, 자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하거나, 생부가 자를 인지하거나, 부(夫)가 자에 대한 양육 및 상속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송을 통해 친생부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같은 친생추정의 비합리성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즉 혼인 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추정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더라도 친생추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

이같은 기준에 따라 판단한 결과 민법 제844조 제2항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구체적으로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임신기간을 고려했을 때 300일의 기간을 정한 것도 합리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법률상 예외 없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인정됐다.

이혼숙려기간과 조정전치주의 도입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후 법률상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적 간격이 크게 늘어 부(夫) 아닌 생부의 자를 포태해 혼인 종료일 300일 이내에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했고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기존의 엄격한 친생추정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친생관계가 없음을 안 날로부터 2년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자는 생부에게 인지를 청구할 수 없고 생부도 자를 인지할 수 없어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할 수 없게 되는 등 오히려 친자관계를 신속히 진실에 맞게 합치시키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는 당사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결과만 초래한다”고 전했다.

이어 “생부가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예외 없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친생추정을 번복토록 하는 것은 친생추정의 주된 목적인 자의 복리에 비춰 보아도 지나치게 불합리적인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위헌 결정시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토록 했다.

반면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번복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법 제844조 제2항 자체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합헌적인 규정이라고 봤다. 다만 친생부인의 소를 규정한 민법 제846조와 제847조로 심판대상을 확장해 이 규정들이 추정을 번복할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부빈정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입법개선이 이뤄지는 경우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로 처벌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허위 출생신고를 하는 등 친생추정을 피하기 위해 이뤄지던 다양한 편법행위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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