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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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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6)
  • 신희섭
  • 승인 2015.04.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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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즘은 큰 아이들이 너무 많다. 필자의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고 키가 130cm이다. 주변에서는 학교에서 제일 큰 아이가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실제로 딸아이는 반의 여자 14명중에서 9번째로 키가 크다. 반에서 제일 큰 아이는 키가 150cm에 가깝다고 한다. 이 정도 키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키가 아닌가 싶다. 9살인데 키가 150cm정도 되면 성인키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키가 커지게 된 것은 음식과 관계가 깊다.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물 섭취가 과거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의 평균 키가 커지게 된 것이다. 에너지원과 키와의 관계 사이를 비교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훨씬 재미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북한사람들의 평균키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는가? 북한 평균키는 남성 158cm이고 여성 153cm이다. 대한민국인의 평균키가 남성 174㎝이고 여성 160.5㎝이다. 1945년 해방 이후 70년간 분단으로 만들어진 결과는 키에서 남성은 16cm, 여성은 7.5cm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의 평균키가 제일 크다. 일본은 남성이 170.7cm이고 여성은 157.9cm로 나타났고, 중국은 남성이 169.7m이고 여성은 158.6cm이며, 베트남은 남성이 165cm이고 여성은 153cm이다. 남성이 158cm와 여성이 153cm에 머문 북한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들은 종족(ethnic group)이 다르기 때문에 키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유전적 요인이 같은 남과 북에서 키 차이가 16cm와 7.5cm 정도 난다는 것은 영양분부족의 차이가 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북한의 남성평균키가 조선시대의 평균키보다도 작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6세기에서 19세기의 조선 남성의 키는 161.1㎝가 되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오차가 있겠지만 연구결과로 나온 조선 남성의 키보다 북한 남성의 키가 3.1cm정도 작다. 북한 체제 70년이 가져온 비극이다.

에너지의 섭취라는 영양상태와 관련해서 북한은 남한과 비교해볼 때 열악한 환경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두 개의 지표가 더 있다. 첫 번째는 기대수명과 관련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한 남성의 기대 수명은 77.8세인데 비해 북한 남성은 65.6세로 남한과 북한 남성간의 기대수명은 12.2세 차이가 났다. 2055년에 예상되는 기대 수명은 남한 남성은 85.9세인데 비해 북한 남성은 71.4세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남북간의 차이는 14.5세로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여성의 기대 수명도 차이가 나고 있는데 남한 여성은 84.7세이고 북한여성은 72.4세로 남북 여성간 기대수명차이는 12.3세로 나타나고 있다. 2055년의 기대수명은 남한여성은 89.8세이고 북한여성은 77.9세로 남북간 차이는 11.9세로 좁혀질 전망이다.

두 번째 지표는 영아사망률이다. 영아사망률이란 1세 미만에 사망한 영아 수를 1년간 태어난 총 출생아 수로 나눈 비율이다. 영아사망률은 영양공급뿐 아니라 보건의료 시설의 낙후라는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1000명당 영아사망율은 2010년과 2015년간의 평균으로 남한이 3.4명인데 비해 북한은 22명으로 6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평균키와 기대수명과 영아사망율이 영양상태라는 단일한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지만 영양분 공급에 의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물론 중요하다. 네덜란드가 전세계 평균 키 1위인데 남성의 평균키는 182.5cm이나 되고 여성 평균키는 170.5cm에 달한다. 하지만 남북은 이런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영양상태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다 보니 정치체제의 비교라는 정치학의 근본적인 명제로 가게 되었다. “좋은 정치체제가 좋은 인간을 만든다”는 언명은 “좋은 정치체제가 평균키와 수명을 높인다”는 변형판을 만들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지난 시간에 하던 에너지와 국력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영양상태와 관련된 에너지는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가들도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더 많은 에너지가 개인에게 더 큰 키와 더 높은 기대수명을 부여한 것처럼 더 많은 에너지는 국가들에게 더 많은 성장 동력과 높은 부를 가져다준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는 권력자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에너지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권력자원으로서 경제력을 확보하게 할 뿐 아니라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외교력을 향상시킬 것이고 군사력증강에도 기여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미국의 셰일가스 역시 미국의 총체적인 권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생산이 현실화되었고 채굴비용이 줄어들게 된 미국만이 현재 셰일가스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반면에 셰일 매장량이 세계 1위인 중국은 셰일가스 생산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물이 부족하며 셰일 매장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셰일 생산이 어렵다.

그렇다면 셰일가스는 미국의 구체적인 권력지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먼저 미국의 경제력에 미치는 영향부터 본다. 셰일 버블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셰일가스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와 가스 수입국가에서 2009년부터 셰일개발로 수입을 줄이게 되었고 현재는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바뀌었다. 2013년 기준으로 일일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2천 2백만 배럴로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되었다. 과거 2차 대전 이전 최대 에너지 수출국가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미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19년 가스 순수출국으로 돌아서고 2040년에는 전체 생산량의 12%를 수출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EIA는 경우에 따라서는 2030년대 중반부터 원유도 순수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이 보유한 석유와 천연 가스량은 각각 2.2%와 4.1%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셰일가스는 미국의 에너지 자원부족도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다. 반면에 세계 유가 하락으로 인해 생산단가가 높은 셰일오일은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은 미국 경제력전망을 어둡게 한다.

만약 국제에너지기구가 예측한 대로 석유의 사용양이 줄어들고 가스사용양이 늘어난다면 미국의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셰일가스 개발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가스가 전세계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1%에서 2035년 25%로 높아지면서 석유 비중은 32%에서 27%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가스사용량이 늘어나고 석유비중이 감소하면 전통적인 산유국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고 가스 생산국가들의 입지가 커질 것이다.

석유매장량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세계 매장량의 19.1%로 1위이고 베네주엘라는 15.3%로 2위이며 이란은 9.9%로 3위이다. 그 뒤로 이라크(8.3%), 쿠웨이트(7.3%), 아랍에미리트(7.1%), 러시아(5.6%), 리비아(3.4%), 카자흐스탄(2.9%), 나이지리아(2.7%)의 순서로 세계 10위 석유 매장국가가 도열해 있다. 그러나 가스분야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러시아가 23.9%로 1위이며 이란이 15.8%로 2위이고 카타르가 13.5%로 3위로 석유매장량과는 다른 구성을 보인다. 그 뒤로 쿠르크메니스탄(4.3%), 사우디아라비아(4.3%), 미국(4.1%), 아랍에미리트(3.2%), 베네수엘라(2.9%), 나이지리아(2.8%), 알제리(2.4%)가 순위를 구성하고 있다. 이 순서에서 알 수 있듯이 석유의존도의 약화와 가스사용의 증가는 국가들의 영향력을 변화시키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직접적인 권력의 증대 외에도 미국은 셰일가스와 에너지가격 하락에 기반하여 제조업분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하락이 가져온 제조비용의 하락은 제조업성장을 견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GE(General Electric)사가 순간 온수기 ‘지오 스프링'을 중국공장에서 켄터기 주로 옮긴 것을 들 수 있다. 순간온수기의 중국산 가격이 대당 1,599달러인데 비해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1,299달러로 오히려 저렴하게 되었다. 이런 가격하락은 물류비용하락에도 기인하지만 에너지 분야의 비용절감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셰일가스가 미국의 외교력과 군사력에 미칠 영향과 중국의 셰일가스 활용가능성에 대해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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