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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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5)
  • 신희섭
  • 승인 2015.04.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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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에너지 자원이 국제정치의 중심에 있다. 특히 에너지는 국가 간의 권력변동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제정치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권력약화와 중국의 권력상승으로 표현되는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는 미중간의 패권 예측의 시금석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자원은 권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원 자체가 경합적인 성향을 가지며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경성권력과 관계된다. 쉽게 이야기해서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국가들 간 상대적인 권력차이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패권변동과도 관계된다. 미국과 중국으로 좁혀져 있는 패권변동가능성에 대해 누가 에너지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는지는 권력격차를 결정한다.

유가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에너지 시장의 게임에서 핵심은 ‘에너지=권력’에 있다. 권력은 복잡다양한 주제이다. 권력이 복잡한 것은 유형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권력이 전적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입증 가능한 유형적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라면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사기, 민족주의의 집단주의 정서, 국가의 국내외적 자원 동원력과 같이 무형적요인들도 권력에 영향을 미친다. 셰일가스는 복잡한 권력에서 유형적 요인으로 지정학적 권력과 자원권력과 관계되고 이것은 다시 경제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무형적 요인인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준다.

셰일가스가 미중간의 패권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중국을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국으로 본다면 에너지 자원의 확보는 경제력으로 그리고 국력증대로 이어진다. 물질적인 능력의 증대는 중국의 성장속도를 높여 미국과의 힘의 격차를 줄일 것이고 이는 중국의 패권도전과 세력전이(transition)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에너지자원 증대→경제력의 증대→국력의 증대→도전가능성증대’

반면에 패권국가 입장에서 에너지자원의 증대는 패권의 수성가능성을 높인다. 패권국의 에너지자원의 확보는 경제력의 상승과 패권국가의 국력상승을 가져온다. 상대적권력의 상승은 도전국의 도전가능성 자체를 불허하게 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에너지자원증대→경제력의 증대→국력의 증대→패권국가의 패권수성’

셰일가스는 미중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국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패권경쟁가능성을 가진 국가들 간의 관계이다. 이들 간 역학관계의 변화는 향후 몇 십 년 길게는 백년이상의 권력관계를 고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간의 권력관계의 변화가능성을 보기 이전 셰일가스와 관련해 두 가지를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과연 셰일가스가 실체가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2013년 파이낸셜 타임즈는 미국의 셰일가스 다행증(euphoria)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의 경제반전을 가져올 것이라던 흥을 깬 파이낸셜타임즈의 반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셰일가스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셰일가스가 시추에 드는 비용이 크다는 점과 시추 후 수출용 터미널 건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둘째, 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셰일가스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고압으로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진을 유도할 수 있고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실제로 펜실베니아에서는 가정용 수도 물에서 메탄이 올라와서 물에 불이 붙는 경우도 생겼다. 셋째, 수출이 많이 되지 않을 것인데 그 이유는 지속적 공급이 어렵고 운송비용이 많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비판은 셰일가스의 특성상 지층 속에 있는 가스가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광구당 생산량이 빨리 줄어들 것이고 현재 예측한 공급량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셰일가스가 버블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기술발전이라는 요인이 공급량측정과 안정적인 공급량의 유지와 공급비용하락 뿐 아니라 환경오염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와 관련해서 현재 고려해야 할 두 번째 요인은 최근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셰일가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유가는 더욱 하락하거나 하락된 시세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유소에 가보면 기름 값이 올라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유가 상승은 셰일가스가 벌써 그 의미를 소진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하게 한다.

최근 2015년 1월과 비교할 때 유가가 상승해 있다. 휘발유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국제석유시장에서 정제된 휘발유, 정유, 경유 거래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실제 국제유가와 차이가 나는 측면이 있다. 싱가포르 시장가격이 소비자들이 주유하는 주유구에 영향을 미치는데 까지 걸리는 시차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싱가포르시장 자체가 다른 요인들 예를 들면 국가들의 투자 축소나 경기부양책사용 여부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와 휘발유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은 국제원유가 자체가 상승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은 몇 가지 요인들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였고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예측에 기반한다. 미국이 금리를 상승시키고 돈을 풀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셰일산업을 키운 사람들에게 자금 확보와 금리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투자확대를 막을 것이다. 실제 미국은 최근 셰일 광구수가 줄고 있고 투자대비 수익이 높지 않다는 점까지 가세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중국의 자원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다. 급속한 자원수요 상승이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이 시장에 가격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원유시장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 내 채굴건 수가 18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네 번째는 예멘사태로 인해 사우디와 이란이 개입하면서 중동 질서가 불안하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으로 인해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될 경우 중동질서의 역학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멘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잠재적인 권력경쟁을 현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셰일가스가 휘발유시장보다 불안정하고 그 불안정을 가져오는 이유들에 정치적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인지는 경제적인 고려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아나고 있는 미국경제와 경제를 팽창시키는 셰일가스분야등과 같은 투자분야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긴축정책을 과연 미국 정치인들이 선택할 것인가하는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2016년이 미국대선인데 대선을 앞두고 과연 금리인상을 통해서 경제를 위축시키는 공약을 제시할지 의심스럽다.

중국의 경우 현재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자금을 더 풀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중국은 더 많은 자금을 풀 것이고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해상과 육상 실크로드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수요증대와 함께 공급 측을 자극하기도 할 것이다. 에너지수요는 더욱 증대하게 될 것이고 이 지역의 발전과 유통망의 강화는 공급 측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동의 정치도 중요하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중이다. 이란의 온건파가 주도권을 쥔 현재 시점이 미국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해결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이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이란으로 이어진 연결고리에서 이란을 떼어내고자 한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여 미국은 이란을 중동질서의 중요한 세력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슬람국가(IS)가 수니파를 중심으로 한 데 비해 시아파중심의 이란을 중동의 중심세력으로 만들게 되면 중동 질서에 있어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만들 수 있다. 오바마정부는 부시정부가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엉망으로 만든 중동질서를 자신의 임기 중에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부활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사우디가 감산을 통해서 다른 국가들의 유류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게 한다.

세 가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유가는 영향을 받을 것이고 셰일가스 역시 그 영향권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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