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기획]정보의 주인은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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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기획]정보의 주인은 소비자다
  • 법률저널
  • 승인 2004.01.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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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순서-
① 독자의 알 권리와 언론의 역할 
   ② 판례로 본 정보공개
   ③ 국내 시험정보공개 실태
   ④ 시험정보공개의 과제와 전망


'시험정보의 주인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인 수험생의 것이다'

이것은 원론적이면서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선 정보를 생산하는 자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시험정보를 생산하는 담당자들도 기자 접촉을 피하고 시험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때문에 항상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긴장관계에 놓이게 되고, 정보격차가 존재한다. 일을 맡기는 주인과 그 일을 맡아 처리하는 대리인이 전도된 채 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최근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행정정보공개의확대를위한지침'(총리령)에 따라 각 부처의 업무성격에 맞는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쓰레기 정보로 가득하다는 비판이 높다. 시험정보의 경우, 특히 2차시험에 관련된 주요정보들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묶어 두면서 주인이 위임한 목표와는 다른 대리인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표를 극대화하려는 굴절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보의 주인인 소비자가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생산자의 행동을 관찰·감시할 수 있도록 해 생산자 본연의 역할로 정상화되도록 강제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놓여있는 장벽을 낮추거나 허물어야 한다. 그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생산자가 생산·취득한 정보에 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정보공개이며, 그 중개자 역할의 상당부분을 언론이 담당하고 있다.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 특히 정부의 시험에 관한 중요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그 올바른 의미를 해석해 주는 것이 바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제1의 존재이유라고 하겠다. 그러면 과연 '독자의 알 권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 '알 권리'란 정보유통에 참여할 권리

알 권리란 말 그대로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자 정보유통 과정에 참여할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국가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이행청구의 실현권리라고 할 수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비록 알 권리에 대해 명백히 정의하지 않았지만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의 원리, 제21조의 표현의 자유, 제10조의 인간존엄과 행복추구, 그리고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규정에서 나타난 정신을 근간으로 한 헌법적 권리로서 인정되고 있다.

실제로 알 권리라는 용어 자체는 미국의 수정헌법이 제정되기 이전인 1772년 독립직후 반연방주의자(Anti-Federalist)들이 연방주의자(Federalist)들에게 국민들이 세금과 국가자원의 집행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요구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언론에 맡겨지는 국민의 알 권리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 주어지는 어떠한 특권'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실제로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계는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없는 외적인 세계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단지 3가지 방법, 즉 '개인 스스로가 현상을 탐색하거나,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또는 단순히 그것을 상상할 도리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는 현대의 복잡하게 분화된 사회에 있어서는 결국 외부의 정치세계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누군가로부터의 보고, 즉 언론의 보도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언론은 개인을 대신하는 정보공개의 대리자

이러한 시각에 따르자면 언론은 알 권리의 실천을 위한 국민의 대변자로 인식될 수 있으며, 언론의 자율성에 대한 억압은 취재보도에 대한 위축적인 위협(chilling threat)을 가져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제약함으로서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언론에 있어 알 권리란 공공기관과 사회집단으로부터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그에 관한 취재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현대의 정부활동이 방대하고, 전문화되고, 기밀주의적 성향을 띠므로 정책집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개인이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론이 개인들을 대신하여 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실상 알 권리는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는가 아닌가의 결정에 근거하여 실현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언론과 정부의 갈등이 존재하는데, 언론은 정부의 비밀주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고 비판하는 반면 정부는 언론이 무책임하게 보도해 일을 그르치게 한다고 비난한다.

결국 '국민의 알 권리'라고 칭하지만 결국 국민이 보호받는 것은 알 권리가 아니라 '알고자 하는 권리' 또는 '알기 위해 노력하는 권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알 권리의 실현을 어느 정도 언론에 위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알 권리가 헌법적 권리로 보장되는 추세에 있지만 이는 여전히 추상적인 성격을 가지며 실제로 개인들이 어떤 내용의 권리를 보장받는가에 대해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 법률형태로 나타난 것이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정이다. 국가 권력의 제1 원인자가 국민이며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그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제화가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전개된 알 권리 운동의 결과로서 1966년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FOIA)이 제정되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적인 정보의 공개를 독립된 법률로 명문화하였다. 정보자유법은 이후 수 차례의 개정을 통하여 1974년 현재의 법적 토대가 확립되었다.

한국에 있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차원에서 있었던 최초의 정보공개는 1980년에 제정된 구언론기본법 제6조 '언론의 정보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언론의 발행인이나 그 대리인의 청구가 있는 경우 공익사항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후반이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정보공개운동에 편승하여 알 권리는 국민들의 법적 권리로서의 인정을 획득하였으며, 알 권리 실현의 장치로서 1996년 12월 31일 법률5242호로 '공공기관의정보공개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고, 그 결과 모든 국민은 기밀이나 인사에 관한 사항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 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문서의 열람과 복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공개법은 공공정보의 공개를 통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도를 높이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법 제1조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라고 입법취지를 밝히고 있고, 국민은 누구나(제6조 제1항),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제2조 제1호),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제2조 제3호) 정보공개법은 국가사회의 민주화 및 국민의 알권리의 실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은 그 목적에 맞지 않게 상당히 많은 제한점을 내포하고 있어 실제 적용에 있어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정보공개법 제7조의 경우 다른 법률에 의해 비밀로 지정된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규정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가안보·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그리고 국민의 생명, 신체, 그리고 재산에 피해를 주는 사항에 대한 정보는 공개에서 예외로 규정함으로써 공공기관이 독선적으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 두었다.

따라서 알 권리가 법률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가 중요하다. 국가 권력의 제1 원인자가 국민이며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그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주석기자 seok153@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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