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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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4)
  • 신희섭
  • 승인 2015.04.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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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주제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셰일가스과 기정학이슈를 다루도록 한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라는 전략이 부상하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중해에서의 중국 해군훈련이나 중국의 에너지 수급을 위한 노력들은 모두 동일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권력강화! 이것이 본질에 있다.

지정학관점에서 중국이 외부로 나가는 확장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을 하나 빌려와보자. 추크리와 노쓰(Choucri & North) 교수가 제안한 ‘횡적팽창압력이론’은 경제적 발전과 함께 사회적수요로서 인구 증대가 국가로 하여금 식량과 에너지 자원과 같은 자원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자원에 대한 수요가 국내공급을 넘어설 때 국가는 해외로 팽창하게 된다. 산업화가 국가들에게 유사하게 진행될 때 국가들은 해외시장으로 나서게 되며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이론의 핵심은 인구증대와 자원확보를 위한 지정학적 경쟁이 국가간 갈등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인구가 급증했던 경향을 살펴보자. 1750년에 유럽 인구는 1억 4천만이었다. 1800년에는 인구가 1억 8천 8백만으로 증대했고 1850년에는 2억 6천 6백만이 되었다. 그동안 유럽인구의 성장이 질병과 기아 등으로 완만하게 유지되었던 것에 비해 1750년부터 1850년 까지 인구는 거의 2배에 가깝게 증가했다. 게다가 1760년대에서 1830년대의 1차 산업혁명과 1890년대의 2차 산업혁명은 국가들의 성장을 과거 마이너스 성장이거나 자연성장률에 불과하던 상황에서 1%대의 연간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인구증대와 경제발전의 요인들은 더 많은 식량과 자원에 대한 요구와 함께 잉여공산품을 팔 수 있는 수출 시장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의 지정학적인 팽창이 19세기의 제국주의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상황은 BRIC로 불리는 새로 성장하는 국가들의 인구증대와 경제적 성장이 압박하는 자원과 공간을 향한 팽창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을 넘어 가장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국이 있다. 중국의 인구는 공식적으로 13억 6천만이 넘는다. 1953년 6억에 불과했던 인구는 60년이 지난 현재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고령화와 저출산문제를 겪으면서 한족에 대해서도 산아제한정책을 풀었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의 산모당 출산율이 1.5명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 하지만 현재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자녀들을 감안하면 공식적인 통계가 가지는 의미는 현저히 떨어진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인구 압력은 자원에 대한 수요 증대를 어마어마하게 가져온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이 수입산 우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우유수입 시장의 1위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세관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중국의 우유수입액은 2천 톤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2만 톤이 되었고 2013년에는 19만 5천 톤으로 늘었다.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상태인 우유시장이 중국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2014년 이후 중국 우유수요량이 줄어들면서 다시 세계 우유시장은 초과공급 상태로 회귀했다. 이 사례는 중국시장 가체가 가진 구조적인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인구 외에도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압력이 큰 상황에서 중국은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1978년 중국은 과감하게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등소평의 이 결단은 중국역사상 최초로 중국인들이 굶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건설하게 했다. 경제성장이라는 고속열차에서 중국인들은 내리기 두려워한다. 중국정부에게 이 고속열차를 멈추는 것는 재앙이다. 중국인들이 타고 있는 이 열차운임이 민주주의를 포기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정당성은 부족한 중국성장의 고속열차는 빨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달려서 정치적으로 부족한 명분을 채워야 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열차는 속도로 자신들 체제 취약성을 감춰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지 않아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기차처럼 중국은 환경피해와 민주화요구와 인권침해라는 바깥 풍경을 무시하면서 달려왔다. 그런데 중국 역시 전세계적인 저성장의 구조를 피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뉴노멀(New Normal)의 중국판인 ‘신창타이(新常態)’를 시진핑이 공개적으로 이야기 했다. 이것은 중국이라는 열차가 이제 속도조절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렇게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 차창밖에 지나치던 풍경이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 빠른 속도에서 보이지 않았던 크고 작은 집들간의 차이, 누런 황사로 뒤덮인 하늘, 마시기 힘든 개울물, 높아진 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굽은 허리.

성장의 후폭풍이 날아오는 것을 중국공산당은 점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중국공산당은 권력승계가 내부적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공산당 내부에도 정파들간에 견제가 작동한다. 하지만 1억이 넘는 55개의 소수 종족의 통합을 유지하면서 13억 인구를 이끌고 가는 체제는 내부적 민심이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자건거처럼 서면 쓰러지는 것이다. 중국이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음 시간에는 자원과 관련해서 미중간 권력정치의 변동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살펴본다.

300회 칼럼을 게재하면서 

2007년 8월에 쓰기 시작한 칼럼이 300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7년 5월에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2007년 가을 학기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쓰기 시작한 칼럼은 이제 만으로 8년이 되었다. 한 주에 한 회를 쓰는 글이 이제는 하나의 의례(ritual)가 된 듯하다. 칼럼을 한 회 쓰는 것이 한 주를 의미 있게 보냈다는 의미부여 차원에서 의례적이다. 숫자가 나름의 의미를 준다는 점에서도 의례적이다. 100일, 100회, 1주년.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사람들은 허망함을 피하기 위해서 의미를 부여한다. 칼럼이 필자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의례적이다.

그 동안 많은 주제들을 다루었다. 이 칼럼의 원 취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있다. “좋은 정치체제는 좋은 사람을 만든다.” 그런데 좋은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이것은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이다. ‘운명의 여신(Fortuna)’이 부리는 장난을 극복하는 지도자의 덕목(Virtu)을 강조한 마키아벨리는 국제환경이 공화국의 운명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정치학에는 또 다른 언명(maxim)이 있다. “좋은 인간이 좋은 정치체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스 시대와 춘추전국시대 이래로 정치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이렇게 인간에 집중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인간이 정치체제를 구성할 뿐 아니라 전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는 상호 구성적이다. ‘인간↔ 국가 ↔ 국제정치’의 관계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할까를 탐구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주제들을 다루었다. 그래서 결론을 찾았을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통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인간이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볼수록 대단한 존재이다. 개인 혼자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집단으로는 대단한 역량을 발휘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이 그 증거이다. 한편 인간은 그 대단한 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서 타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확히 1년 전인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선박회사와 정부의 위기 대처방식이 전형적이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총리와 현직 경남지사도 수사결과여부를 넘어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는 이슈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체이다. 언제 어떤 일로 권력을 장악하고 어렵게 잡은 권력을 놓치게 되는지를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인간들이 변화무쌍하게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역시 살아있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문제로 골치 아플지 2003년 이라크를 개입할 때 알 수 있었겠는가? 인간애 즉 휴머니티를 다루는 정치사상도 생명체인 인간들 간의 가치와 이념을 다룬다는 점에서 살아있다. 살아있는 정치를 총체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와 관련된 글을 만드는 일은 흥미와 부담을 준다. 다음 400회까지 지금 예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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