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의 행정학 읽기 / 행정학 속의 정책학(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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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의 행정학 읽기 / 행정학 속의 정책학(28)
  • 박훈
  • 승인 2015.04.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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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정책이론(1) -

 

 

 

 

 

박훈 합격의법학원 행정학 전임

Ⅰ. 신제도주의

1. 개요

(1) 개관

신제도주의란 ‘제도가 중요하다’(institutions matter)는 기본 명제에 입각하여 ‘제도와 개인의 행태 및 정치적 결과 사이의 관계’, 그리고 ‘제도의 지속성과 변화’ 문제를 분석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방법을 말한다.

제도는 사회과학의 오래된 연구 주제 중의 하나이며, 행태주의 혁명 이전에 구제도주의가 있었다.

① 구제도주의는 1880∼1890년대의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채택되어 192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한 연구방법으로서 바람직한 정부형태(통치구조)와 같은 규범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그 해답은 현존 제도에 대한 상세한 기술(description)을 토대로 하였다.

② 그런데 행태주의자들은 제도란 기껏해야 개인 행태의 단순한 총합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행태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적인 ‘제도’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방법론적 개체주의에 기초한 역동적인 ‘행태’였기 때문에 자연히 제도는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신제도주의는 행태주의 혁명 이후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제도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신제도주의는 행태주의와 같은 정치행태와 맥락에 대한 원자적이고 비사회적인 설명 방식을 거부하면서, ‘제도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는 행위자 및 그 행위자의 행태를 형성하는데 제도가 수행하는 역할’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리고 헌법이나 법률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의 기술에 치중했던 구제도주의와 달리 신제도주의는 제도의 개념을 동태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제도 자체가 수행하는 독립적인 기능이나 제도가 인간의 유인체계에 미치는 제약을 분석한다. 따라서 신제도주의는 공식적인 제도를 단순히 기술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인간의 선호․유인․전략 그리고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제도적 맥락 하에 있는 개인행위를 설명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2) 제도의 의미

신제도주의라는 단일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통일된 이론체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제도주의의 분파로 일컬어지는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경제학적 시각), 역사적 신제도주의(정치학적 시각), 사회학적 신제도주의(사회학적 시각)는 강조점이 매우 상이하며, 동일 분파 내에서도 학자별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제도주의의 각 분파에서 제도를 보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① 제도는 사회의 구조화된 어떤 측면을 의미하며,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에는 이런 구조화된 측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② 제도는 개인행위를 제약하며, 제도적 맥락 하에서 이루어지는 개인행위는 규칙성을 띠게 된다.

③ 제도가 개인행위를 제약하지만, 개인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제도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는 독립변수인 동시에 종속변수이다.

④ 제도는 공식적인 규칙이나 법률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규범 및 관습도 포함한다.

⑤ 제도는 개별 행위자들의 선호를 넘어서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단 형성된 제도는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쉽게 변화하는 게 아니다(제도의 안정성).

2.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

(1) 이론적 배경

① 경제학과 정치학의 영역에서 발전되어 왔는데, 경제학에서의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는 제도경제학을 기원으로 한다. 19세기 후반 독일 등의 역사학파 논의가 20세기 초반 미국의 제도경제학자들에 의해 수용․발전되었는데, 이들은 현실세계의 경제는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단순히 가격기구에 의해 작동하는 것(보편성, 연역적 연구)이 아니라, 법률과 사회적 관습 등 각종 제도에 의해 규정된다(특수성․상대성, 귀납적 연구)고 강조하며, 경제분석에는 반드시 제도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② 초기 제도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빛을 보지 못하였는데,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경제학계 일각에서 다시 제도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제도분석을 경제학에 재도입하려는 각종 연구들이 쏟아지게 된다. Coase, Williamson, North, Ostrom 등이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2)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의 특징

① 완전한 합리성을 가진 개인을 가정하지는 않으나, 개인은 합리적이며 자기이익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선호는 선험적으로 그리고 제도와는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지고 안정된 것(given and stable)으로 가정한다.

②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여 인간을 사회현상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인식한다. 또한 제도는 인간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인간의 행태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③ 정치를 일련의 집단행동 딜레마(a series of collective action)로 이해하므로, 행위자들이 집합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낳는 행동 혹은 대안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적절한 제도적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집단행동 딜레마의 고전적인 예이다.

④ 어떻게 제도가 생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연역적인 접근법을 통해 설명한다. 제도생성과정은 대개 관련 행위자들의 자발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3)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의 주요 논의

1) 코즈(Ronald Coase)

① 완전경쟁의 세계에서는 선호에 따른 즉각적인 조정이 가능하므로 굳이 개인들이 위계적 집단을 형성하여 협력하는 제도인 기업(firm)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의 수립과 집행에 드는 비용, 즉 ‘가격기구를 사용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이 존재한다고 본다.

②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제도의 구성여부(재산권을 어떻게 만들고 누구에게 부여하는가)에 따라 거래비용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경제성과에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연구는 ‘재산권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2)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① Simon이 제사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기회주의(opportunism),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자산특정성(asset specificity) 등의 개념을 결합시켜 Coase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다.

② 거래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이 높고, 합리성의 제한 정도가 심하고, 기회주의적인 행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거래대상의 자산특정성이 높을수록 시장보다는 기업내부조직을 통한 거래가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 노스(Douglass North)

① 경제적으로 발전한 서구 국가들과 저발전 국가들의 차이는 행위자들로부터 조화와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되며, 각 국가에서 진화되어 온 제도분석이 그 해답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제도는 게임의 규칙으로서 행위자들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쳐 선택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규정한다.

②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제도의 성격에 따라 거래비용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선진국의 경제성과가 높은 것은 바로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제도가 존재하고 잘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때 거래비용이란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정보’를 얻는 과정의 비용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 측정비용(measurement costs)은 교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상대방의 속성을 측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 집행비용(enforcement costs)은 계약을 집행하고 감시․감독하는 비용이다.

3. 역사적 신제도주의

(1) 이론적 배경

① 1960∼1970년대 비교정치학을 전공하는 정치학자들에 의해 탄생한 역사적 신제도주의는 당시 사회과학의 지배적인 이론인 행태주의에 기반한 집단이론(groups theories)과 구조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하였다.

㉠ 정치의 핵심을 집단간 갈등과 타협으로 본다는 점에서 집단이론과 공통점을 가지나, 정치적 결과의 특이성과 불평등성을 보다 더 강조한다.

㉡ 정치를 여러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체제(system)로 보는 점에서 구조기능주의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각 개인이 지닌 사회적․심리적․문화적 특성이 정치체제의 운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파악하는 구조기능주의와 달리, 정치경제적 제도가 집단행동을 구조화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정책결과를 발생시킨다고 본다. 결국 정치적 결과를 정치체제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는 ‘기능주의’보다는 그 정치체제의 제도 안에 함축된 ‘구조주의’를 강조한다.

② 기존 사회과학의 지배적인 조류가 비교정치학의 영역에서 각 국가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국가들의 공통점만을 찾아 정치현상을 과도하게 일반화했다고 지적하면서 각국의 제도가 지니는 독특한 측면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또한 지배적 정치이론들의 몰역사적인 접근방법을 비판하면서 행위를 형성하고 제약하는 맥락으로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러한 맥락이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중시했다.

③ 1970년대 신맑스주의에 대한 논쟁을 통해 국가는 더 이상 경쟁적 이익들간의 중립적 중개자가 아니라 집단갈등의 속성과 결과를 구조화할 수 있는 제도들의 복합체로서 인식되었다. 그 후 사회적․정치적 제도들의 상호작용 결과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국가의 특성을 형성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가 대두되었다.

(2)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특징 : 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① 분석수준 면에서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가 채택한 방법론적 개인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holism)의 입장을 취한다. 즉 현상을 개별 행위의 합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개별 행위의 합을 초월하는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체 자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② 중범위이론 수준에서 분석을 수행한다. 즉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는 제도적 변수는 계급구조 같은 거시적 변수나 개인의 선호체계와 같은 미시적 변수가 아닌 중범위적 제도변수로서 자본가단체나 노동조합 같은 경제적 이익집단의 조직형태, 정당체제 등이다. 이러한 중범위적 제도변수가 개별 행위자의 행동과 정치적 결과를 어떻게 연계시키는지에 대해 연구의 초점을 둔다.

③ 제도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제도가 다른 인과적 변수들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며, 변수간의 인과관계는 항상 맥락 속에서 형성됨을 강조한다.

④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는 역사적 우연성(contingency)과 맥락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연히 행태주의적 접근방법의 과도한 일반화를 비판하고, 국가간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파악하는 비교분석적 방법과 역사적 접근을 채택한다.

(3)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논의

1) 제도에 대한 폭넓은 논의

제도란 조직의 구조 속에 형성되어 있는 공식적․비공식적 절차, 관례(routines), 규범과 관습 등으로 정의되며, 사실상 개인과 집단의 행위에 대한 외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거의 모든 것을 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도는 헌정 질서의 제반 규칙이나 관료제의 표준운영절차(SOP)에서부터 노조들의 행태나 은행-기업관계를 규율하는 관행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2) 제도와 개인행위간의 폭넓은 개념화

행위자의 이해관계와 권력관계를 설명할 때 역사적으로 형성된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때 제도는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행위자의 선택을 제약하는 맥락을 제공할 뿐이다. 또한 제도와 개인행위의 관계를 일방향적으로만 보지 않고, 개인과 집단의 행위와 선택에 의해 제도가 변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제도가 정치를 제약하지만 제도만이 정치적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즉 사회경제적 발전, 사상(ideas), 권력배분, 계급구조, 집단역할(group dynamics)과 같은 여타 변수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러한 변수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형성되는 맥락을 중시한다.

3) 권력관계의 불균형에 대한 강조

제도의 운영 및 발전과 관련하여 권력의 비대칭성을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제도는 사회집단 사이에 권력을 불균등하게 배분하며, 이에 따라 이익이 결집되고 대표되어지는 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책적 결과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며, 수혜집단과 피해집단이 구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4) 제도의 지속성과 경로의존성,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 강조

제도의 변화과정을 설명할 때 기존 제도가 새로운 제도를 제약한다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강조한다. 특히 기존 제도에서 형성된 권력관계로 인해 각 행위자들이 새로운 제도의 형성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제도는 새로운 환경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문제해결에 오히려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도의 지속성과 기존 제도에 의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unintended consequences), 그리고 제도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며, 합리적 선택 신제도주의의 일반적인 주장과 대조를 이룬다.

5) 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설명

제도변화를 설명함에 있어서 사회관계와 제도를 재형성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주목한다. 제도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결정적 전환점(중요한 분기점, critical junctures)을 기준으로 역사적 사건의 흐름이 단절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즉 제도변화는 계속적이고 점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위기나 군사적 갈등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급격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된 제도는 위기상황이 다시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 구조와 형태를 그대로 지속한다. Krasner는 이러한 현상을 ‘단절적 균형’(punctuated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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