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제57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쯤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에선 초조와 불안감으로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사법시험 제도는 마지막까지 틀어막아 바늘 관문으로 만들면서 ‘출구없는 출구전략’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출구전략에 따라 현재 남아 있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사법시험은 내년에 1차시험, 2017년에 2차시험을 끝으로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올해부터 잔존기간 동안 선발인원이 150명-100명-50명으로 감축될 예정이어서 사법시험 합격은 진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최근 10년간 사법시험 응시자 대비 1차시험의 합격률을 보면 2009년까지는 통상 15% 내외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되고 선발인원이 감축되기 시작한 2010년의 합격률은 11.5%로 ‘뚝’ 떨어졌다. 2011년에 10%로 더 낮아졌고 2012년과 2013년에는 10%선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역시 10%의 합격률에 머물러 첫 문턱을 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올해도 비슷한 합격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경신할 듯하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갈 곳을 잃은 수험생들은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선발인원 감축은 더더욱 목이 죄어오는 느낌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험생들은 합격자 수를 최대한 늘려달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 ‘사법시험 바란다’ 코너에는 합격자 증원을 바라는 수험생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최종 합격 인원도 많이 줄어들어서 2차 시험 관리 어려움도 많이 줄어든 만큼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2차 시험 응시의 기회를 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은 만큼 너무나도 절박한 마음입니다”, “사법시험은 이제 내년 1차 응시를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달려왔고 지금까지 남은 수험생은 대부분이 적어도 1회 이상은 1차 시험에 응시했었던 수험생일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수험생 중 단 한명이라도 더 2차 시험에 응시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증원을 바라고 있다.
수험생들이 이런 간절한 증원 요청에는 일응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로스쿨 안착은 로스쿨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문제점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과 뒷받침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별로 없는 사법시험의 선발인원을 줄여서 안착시키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방법이다. 로스쿨 제도가 새로 도입되었다고 해서 그리고 그 로스쿨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명목으로 한쪽만 틀어막는 것은 부당한 처사이고 공정한 정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200명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로스쿨 안착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 줄여야 한다는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따라서 사법시험 잔존기간 최소 현재 수준의 선발인원으로 마지막까지 사법시험 수험생들에게 기회균등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수험생들의 증원 요청에도 법무부 입장에서도 쉽사리 귀를 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발인원 감축 로드맵에 따라 줄여나가야 하는데 1차 합격자 수를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매년 줄기차게 합격자 증원을 요구한 수많은 수험생들과 가족들의 요구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됐다. 이유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따른 사법시험 선발인원 감축 계획을 반영하여 종전과 같은 1차 선발인원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나아가 제2차시험 경쟁률이 종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들도 무턱대고 많이 뽑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최대한 선발해 달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법무부가 수험생들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너무 가혹한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