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의 지정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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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의 지정학적 의미
  • 신희섭
  • 승인 2015.04.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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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08년 모습을 드러낸 베이징올림픽경기장은 둥지모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올림픽 개막식의 화려한 행사에서 중국은 자신이 이제 둥지를 박차고 나오는 강대국이 되었음을 전세계인들에게 선포했다. 올림픽은 중국의 새로운 시대 개막식이 된 것이다.

2015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가신청을 받았다. 47개의 국가가 신청을 했고 이후에도 참가신청국가가 늘어 2015년 4월 7일 기준으로 55개국이 참가를 신청했다. 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와 같은 미국과 오랜 동맹국들도 참여를 결정했다. 미국은 중국이 펼친 잔치판의 흥행성적에 놀라면서도 일본을 제외한 동맹국들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4월 8일자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정부가 AIIB참여를 전제로 기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 정보가 확실하다면 일본도 중국주도의 AIIB에 참가하는 것이고 이것은 현재 미국주도의 경제질서에 대한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AIIB설립을 위한 많은 국가들의 참가신청을 보면서 서방의 언론들은 중국패권의 신호탄이자 미국주도 금융질서의 종식과 새로운 중국 중심 금융질서를 이야기한다. 기대이상의 흥행으로 인해 미국의 주목과 견제를 의식한 중국은 공동발전의 가능성을 의제로 전환하면서 미국내 강경파들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2차대전이후의 세계경제질서인 미국중심의 브레튼우즈체제가 쇠락하면서 중국을 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 질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패권의 첫발을 내디딘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미국질서를 보완하는 입장에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인지는 역사를 지켜보아야 알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경제의 역학관계가 변동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 변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튼우즈체제를 만들 때 미국은 세계경제력의 50%에 육박하였고 세계 금보유량의 60%를 차지하였다. 미국은 유럽에서 전쟁을 종결시켰고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일본을 패퇴시켰다. 반면 미국의 패권은 현재 확연하게 약해졌다. IMF기준으로 2014년 미국 GDP는 17조 4천억 달러이고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떨어졌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중동에서 7000억 달러까지 군비를 늘렸지만 아직도 이슬람국가(IS)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힘의 관계를 경제력의 함수로 본다면 미국 중심적 질서는 확연하게 기울었다. 중국의 GDP는 10조 3천억 달러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정도 된다. 유럽연합이 세계 GDP에서 23.4%를 차지한다. 한때 세계 경제에서 15%에 육박했던 일본의 GDP는 4조 7천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3위지만 중국에 추월된 지 10년이 넘어선 현재 중국의 GDP의 1/2에 불과하다. 분산된 권력. 이것이 현재 경제력 분포상황이다.

미국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3%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고 일본와 유럽이 1%대의 경제성장이 예상되는데 비해 중국은 이전보다 낮아진 성장률이지만 7%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앞으로 중국성장만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AIIB를 주도하고 55개 국가들이 참가를 희망한다는 것이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만 국한될 것인가? 즉 AIIB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넘어선 정치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먼저 살펴본다.

일대일로 정책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에서 중국 시진핑이 발언을 하면서 등장했다. 이 정책은 2014년부터 2049년까지 향후 35년의 외교정책 비전으로 제시된 것으로 점차 구체화되어가고 있다. 2013년 6월 시진핑은 미국의 오바마와 만난자리에서 미중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3개월 뒤에 시진핑은 새로운 기획으로 일대일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 과정은 정치적 맥락을 담고 있다.

일대일로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은 2015년 3월 28일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이 구체적인 계획을 펼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한자에서 대(帶)는 띠 모양의 공간이나 일정 범위의 공간을 의미하고 로(路)는 연결도로를 의미한다. 이것을 풀어보면 중국이 육상으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이어 유럽까지 도달하는 경제적 벨트(帶)를 만들고 해상으로는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을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경제공동체와 거대한 물류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협력과 공동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일대일로가 비전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임을 ‘5대 통(通)’을 들어 제시하였다. 일대일로가 구축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5대통’은 정책 소통, 인프라 연통(聯通), 무역 창통(暢通), 자금 융통, 민심 상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책연대를 통해 국가 간의 협력과 조정을 강조한 것은 경제력의 격차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중국의 위압적인 외교에 대한 걱정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인프라 연통은 철도, 도로, 가스, 전력, 통신을 포함하는 것으로 육상실크로드와 해상실크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고 이들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도의 경우 철로의 폭을 일치시키거나 환승을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물류를 이동할 수 있다. 무역창통이라는 무역활성화를 위해 무역장벽을 낮추고 항구 등을 단일화하면서 통관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자금 융통부분에서는 사업에 들어갈 엄청난 양의 자금을 AIIB뿐 아니라 브릭스개발은행이나 실크로드기금 운용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과정과 경제적 과정 뿐 아니라 경제권역을 연결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차원의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민심 상통이 제시되었는데 핵심 골자는 매년 1만 명에 해당하는 외국인에게 중국이 정부 장학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일대일로를 중국판 마샬플랜이라고 부른다. 전후 유럽경제부흥을 위한 미국의 대규모 지원사업이 정치적으로 대서양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했고 유럽경제부흥을 통해 세계경제부흥을 이루어냈으며 유럽 내에 미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이 비교의 근거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5대통’은 국제정치학의 기능주의이론을 연상하게 한다. 기능주의의 핵심에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교류의 확대 속에서 정치를 아우르는 통합을 이루어낸다는 것이 들어있다.

중국 일대일로정책의 경제적 지향점은 명확하다. 중국내에 과도한 인프라투자를 해결하여 지역경제권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교역의 확대 속에서 중국경제의 저성장기조 즉 ‘신창타이(新常態)’를 해결해가는 새로운 전략이다. 2014년 5월 시진핑이 발언한 새로운 경제상태인 신창타이는 중국이 저성장기조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저성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새 성장동력인 것이다. 교역의 증대와 투자 증대를 통해서 위완화를 국제화하려는 것도 중국의 경제적 목적중의 하나이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의 부족한 연성권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서 아시아를 유럽으로 ‘연결’했던 그 경험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점에서 중국의 과거 문화적 영향력의 재현과 함께 부상하는 지배자가 아닌 ‘연결자(communicator)’로서 중국을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지원되는 인적인 교류와 투자 자금과 기술력은 1940년대 유럽에서의 미국의 위상을 중국에게 부여할 것이다.

그런데 지정학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고산지대와 해양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립된 공간이다. 그 자체 땅의 넓이에 비해 14개의 주변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어 포위될 수 있는 위치이다. 미국에게 주변 국가들의 위협이나 포위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비교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국가성장을 위해서는 외부를 향해 뚫고 나갈 곳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회귀(Pivot to Asia)를 외치면서 재균형(rebalancing)정책으로 정책조정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중국견제에 나섰다. 동맹이라는 안보장치를 이용해서 중국을 견제할 뿐 아니라 중국과 관계가 불편한 인도까지 끌어들여서 중국견제장치들을 겹겹이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견제가 봉쇄로 가기 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정지작업과 함께 중국에 대한 호감증대전략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와 유럽이 자신의 적대적 세력에 동참하지 않게 하고자 한다. 일대일로정책을 추진하는 업무영도소조지도부에 양제츠(楊潔篪)전 중국 외교부장이자 현 국무위원을 포함 시킨 것은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이 외교적으로 어느 정도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둥지를 뚫고 나오려는 중국과 둥지에서 나오는 것을 관리하려는 미국. 한국의 외교는 풀어야하는 점점 복잡해지는 수수께끼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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