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영란법’ 헌재결정 아닌 정치권이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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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 헌재결정 아닌 정치권이 해결해야
  • 이관희
  • 승인 2015.04.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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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경찰대학 법학과 명예교수 / 대한법학교수회장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31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은 재판관 9명 전원의 위헌 여부에 대한 본격심사로 이어지게 됐다. 심판기간은 접수일로부터 180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헌재가 내년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위헌 여부를 결론지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

‘김영란법’ 지난 달 3일 통과된 후 5일 대한변협에서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서울변협·재계·언론계·시민단체 등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요구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대한변협은 공무원이 아닌 언론사 임직원 등을 규제대상에 포함한 점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처벌대상인 ‘부정청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헌법 제12조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 공직자라고 신고하도록 규정한 점도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위헌 소지가 있는 법을 여론에 밀려 통과시킨다"고 말했고 조해진 원내 수석부대표도 "우려되는 조항들을 다 보완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 수석부대표 역시 “(이 법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최종 심의를 맡았던 야당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법’ 이라고도 했다. 결국 김영란법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여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 법의 본래 취지는 기존 법으로는 처벌하기 힘든 공직자의 부정과 금품 수수 등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인허가 등에서 막강 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민간 업자 등으로부터 식사와 향응, 술자리, 골프 대접, 금전적 후원 등을 받아도 법정에서 대가성(代價性)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이 법이었고 원안(原案)은 적용 대상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또는 준(準)공직자로 한정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민간 언론과 사립학교 이사장·교원 등을 집어넣었다. 언론의 부패 문제는 언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국민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공직자처럼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지도 않은 민간 언론을 굳이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결과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검찰·경찰이 비판 언론에 대해서까지 무제한의 수사권을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자기 이익은 철저히 챙겼다. 선출직 공직자, 정당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삼자에게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하여 자기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갔다.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에 관한 부분은 아예 빼 버렸다. 이런 점을 들어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자신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 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반쪽법안’ 이라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 법 적용 대상자가 300만명 정도 된다고 하지만 간접적으로 영향받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자영업자나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입을 사회경제적 손실이 엄청날 것이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난마와 같이 얽힌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정치권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 과정에서 자칫 국론 분열을 가져올 첨예한 이해 대립이 예상되고 심리 기간 또한 예측할 수 없어 엄청나게 국력이 소모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국회에서 이 법을 개정할 뜻을 이미 밝혔으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제19대 국회의 책무이자 기본예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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