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단체행동권 등 제한 특별조치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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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단체행동권 등 제한 특별조치법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3.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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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전원 일치 “근로3권 본질적 내용 침해”
국가긴급권 위헌성 여부 구체적 판단요소 제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려는 경우 미리 주무관청에 조정을 신청한 후 그 조정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 제11조 제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6일 “특별조치법은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요건에 위반돼 위헌”이라며 “이를 전제로 한 특별조치법상의 규정이 모두 위헌이므로 심판대상조항도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A씨는 B주식회사의 노조지부장으로서 1980년 5월경부터 다음해 5월경까지 조정신청 없이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특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1982년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A씨는 2012년 10월 26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소송 계속 중 특조법 제9조 및 제11조 제2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3월 13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국가긴급권 한계 벗어난 특조법 제2조와 제3조를 전제로 한 모든 규정 위헌”

헌재는 “국가긴급권은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 국가를 보전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보장의 한 수단이지만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해 헌법이 중대한 예외로서 인정한 비상수단이므로 헌법이 정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요건과 사후통제, 국가긴급권에 내재하는 시간적 한계는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헌법은 제76조와 제77조를 통해 국가긴급권을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과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으로 규정함으로써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경우와 방법에 대해 규정한 특조법 제2조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 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의 창설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특조법 제정 당시의 상황이 초헌법적 국가긴급권 창설을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극단적 위기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헌법이 국회에 의한 민주적 사후통제절차와 일시적・잠정적으로만 행사가 허용되는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 대통령 자신의 판단에 의해 비상사태선포의 해제 여부를 결정하면 될 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도 없고 국회의 해제 건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조법 제3조에 대해서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과 사후통제절차, 시간적 한계를 위반한 특조법 제2조와 제3조가 위헌인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특조법상의 규정이 모두 위헌이고 이에 따라 심판대상조항도 위헌이라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다.

“단체행동권 허용 여부 주무관청에 포괄적 위임…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헌재는 근로3권을 제한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 자체로도 위헌이라고 봤다. 헌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면서 공무원과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근로자에게 헌법상 근로3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하고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등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심판대상조항은 단체교섭권와 단체행동권이 제한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그 행사요건 및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채 그 허용 여부를 주무관청의 조정결정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는 사실상 모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실상 자의적・전면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이 정하고 있는 근로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는 “이번 결정은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의 원칙적 위헌성을 선언하고 이를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극단적 위기 상황의 존재 여부에 대한 2단계 판단구조를 처음으로 설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 국가긴급권에 대핞 위헌법률심판의 구체적 판단요소로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절차, 시간적 한계 등을 제시함으로써 이에 위반되는 국가긴급권의 창설 및 그 행사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사건”이라고 이번 결정이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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