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험장 취재를 하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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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험장 취재를 하다보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3.13 12: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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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시험장을 빠져나오는데 기자라는 사람이 다가와서는 “난이도는 좀 어땠냐”, “어떤 문제가 나왔냐”며 꼬치꼬치 물어댄다. 시험을 마치고 잠시나마 홀가분함을 느끼고 싶을 순간에 이같은 질문세례를 받는 것은 시험을 만족스럽게 치르고 나온 수험생에게도 반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시험이 어려웠거나 실수를 해서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얼마나 불쾌한 일이겠는가.

사실 시험장 취재는 수험생들에게도 그렇지만 기자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 수험생이 있거나, 수험생이었던 경험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의 심경이 어떨지, 얼마나 지쳐있을지를 생각하면 말을 거는 것을 머뭇거리게 된다. 사법시험이나 PSAT의 경우는 시험의 중요성이 큰 만큼 매 교시마다 수험생들의 반응을 취재하고 2차시험의 경우 매일 시험장을 찾아가는데, 혹시라도 기자의 질문이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흩트리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기술고시 2차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에게 질문을 하려는데 손사례를 치며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인터뷰 거절은 시험장 취재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그런데 다음날 다른 수험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 다시 만난 그 수험생이 “어제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기에 ‘도를 아십니까’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며 사과를 하고는 “법률저널 기자인 것을 알았으니 오늘은 뭐든지 대답해 주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합격을 위해 몇 년씩 공부에 매진하는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험장 취재를 나갈 때는 기자도 잔뜩 긴장을 하고 나선다. 그리고 ‘이번 시험이 쉬웠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염불처럼 외우기도 한다. 경험상 시험이 어려웠을 때보다 쉬웠을 때 수험생들은 기자의 질문에 더 관대하고 또 수험생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법시험 취재는 부담이 더욱 컸다. 예정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올해와 내년이 1차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마음에 여느때보다 큰 부담을 안고 시험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직 1교시가 채 끝나지 않은 시간으로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먹이려고 나온 가족과 친구들이 시험장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사법시험 1차시험은 매년 2월 중순경 치러져 수험생들도, 시험장 밖에서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가족들과 친구들도, 그리고 취재를 나온 기자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따뜻한 초봄 햇살이 시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윽고 벨이 울리고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도 하기 전이라 더욱 지쳐 있을 수험생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수험생들은 선선히 대답을 해줬다. 다행히 지난해보다 어렵지 않았다는 대답이 많았다.

몇 시간이 흘러 시험이 모두 끝나고 다시 찾은 시험장, 수험생들은 점심시간에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를 편하게 대해줬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일은 오랜 시간 수험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으로서 수험생들과 만나왔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생과 인터뷰를 하고 나면 “꼭 합격하세요”, “2차시험장에서 또 만나요”,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면 합격자 인터뷰 부탁해요”와 같은 인사를 전한다. 그냥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수험생들이 법률저널에 느끼는 친숙함을 기자도 어느새 갖게 된 모양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이미 2차 준비를 시작한 수험생도, 합격선이 몇 점이나 될지 마음 졸이고 있는 수험생도,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도 모두 마음 속에 품은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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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2015-03-13 13:26:21
ㅠㅠ 법저에 항상 감사한 맘 가지고 있습니다... 사시생을 위해서 이렇게 까지 배려해주는 곳은 법저밖엔 없을거에요...ㅠ 나중엔 뭘하든 법저 항상 응원합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하회장님이 사시존치 법안에 사활을 걸겠다고 하셨는데 그 쪽 지원해주실 기사도 부탁드리곘습니다.

00 2015-03-13 13:26:21
ㅠㅠ 법저에 항상 감사한 맘 가지고 있습니다... 사시생을 위해서 이렇게 까지 배려해주는 곳은 법저밖엔 없을거에요...ㅠ 나중엔 뭘하든 법저 항상 응원합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하회장님이 사시존치 법안에 사활을 걸겠다고 하셨는데 그 쪽 지원해주실 기사도 부탁드리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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