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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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이대로 좋은가
  • 김현
  • 승인 2015.03.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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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에게 성찰과 반성이 없이 외적 성장만을 향해 치달아온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 위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부조리한 경영, 기업활동 규제 및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작동, 공직자의 무능과 부패, 효율과 이윤을 인간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가치관 등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데 불과하다는 점에 뼈아프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사회를 불안사회를 넘어선 불량사회라고 진단한 것에 대해 반론하기가 어려웠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되돌아보고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한 공직자의 재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이 2014년 12월에 이루어졌다. 개정된 공직자 재취업제한 규정이 취업심사시 판단기준인 업무관련성의 범위를 확대하고, 취업제한대상 기업체의 범위를 일부 늘린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우선,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얻거나 확보한 영향력이나 인맥을 퇴직 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활용하거나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취업을 통해서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취업제한만으로는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행위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상 “상법에 따른 사외이사나 고문 또는 자문위원 등 직위나 직책 여부 또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취업제한기관의 업무를 처리하거나 취업제한기관에 조언·자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주기적으로 또는 기간을 정하여 그 대가로서 임금·봉급 등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취업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는데, 당장의 대가관계를 수반하지 않는 활동이나 일회적이고 단속적인 로비행위 및 영향력의 행사는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실질적인 활동 혹은 행위의 내용에 의해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행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다음은 미국 법령이 금지하는 행위의 예이다.

-타인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자신의 퇴직 전 3년 이내의 직무범위 내에 있던 사안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해당 부처나 기관소속 공무원과 접촉하는 행위

-퇴직공무원이 정부가 당사자가 되는 특정한 처분이나 거래, 협상 등에 연계되어 있는 특정인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또는 위 자들을 위한 행동을 함으로써 입장을 바꾸는 행위.

-자신의 고객에게 자신이 공직자로 재직하였던 혹은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부서의 비공개정보를 활용해 조언을 하는 행위.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제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직 중에 보유하거나 얻은 지위나 인맥을 이용해 현직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있고, 이 같은 행위는 퇴직공무원과 특정한 기업, 단체간의 고용관계나 대가관계를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활동의 내용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미국의 입법례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승인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다. 현행법상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법원 등 각 기관 산하에서 비상설로 운영되고 있으며, 총 11인의 위원 중 4인은 공무원으로, 나머지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각 행정기관 산하에서 예속되어 운영되고 공무원이 정부위원으로 다수 참석하므로 민간위원들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협조적인 입장이 되기 쉽고 결과적으로 심사의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형식적이고 온정적 심사를 초래할 여지가 있으며, 실질적인 심사를 위한 지원인력도 갖추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공직자 부패나 윤리문제에 관해 주로 결과주의적 입장을 취하여 전반적인 제도의 형성이 사후적 감사, 적발, 처벌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부패방지의 목적에서 비효율성을 초래하였다. 그래서 부패 발생 이전 단계에서 사전에 대응하는 공직윤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환으로 마련된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퇴직공무원 재취업제한에 관한 현행 제도는 여러 가지 허점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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