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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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
  • 문덕윤
  • 승인 2015.03.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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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안녕하세요. 3월부터 법률저널 PSAT 언어논리 칼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베리타스에서 PSAT 상황판단을 강의하시는 강태길 교수님과 격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PSAT에 접근하는 참신하고 체계적인, 그러면서도 시험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강력한 독해방법론을 제시하겠습니다. 오늘은 언어논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점검하고요. 이 시험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의 읽기를 요구하는지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처럼 상대의 문맥대로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그 노력이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는가.’입니다. 기나긴 수험의 길을 묵묵히 지나가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고민이 있을 겁니다. 제가 과연 평소에 강조했던 것처럼 여러분의 문맥대로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지, 항상 이 부분을 생각하면 조심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수험은 ‘단 한번 뿐인 기회’이지만 제게 수험은 ‘일상’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생각이 여러분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을 보면서 여러분은 많이 조급해 합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아는 것이 적어서, 혹은 문제를 많이 못 맞춰서... 그런데요 여러분, 그 시기에 마음이 급해져서 점수를 올리기 위한 요령 습득에 급급하면 정말 근본적인 실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글 읽는 진정한 실력은 내 마음의 편견을 지우고 상대의 시선에서 바라봐 주는 것이랍니다. 쉬운 말로는 '말귀를 알아먹는다'고 하지요. 독해 훈련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만납니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내 상각을 비교하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담고 있었던 편견을 만나게 됩니다. 그냥 생각하기에 '편견' 하면 정의롭지 않는 것, 혹은 누가 봐도 잘못된 생각일 것 같지요? 하지만 의외로 편견은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한 곳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답니다. 때로는 '편견' 중에 우리의 근본적인 '믿음'이나 '신념'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 올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말을 밀어내게 됩니다. 듣고 싶어지지 않는 거지요. 실은 그런 점 때문에 지문의 내용을 아주 모르는 경우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 이를테면 내 전공 분야에서 평소 내 생각과 다른 각도에 주목하는 문제를 접할 때 정답을 맞히기 더 힘들답니다.

하지만 여러분, 지문을 읽으면서 상대의 생각을 상대의 시선에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세요. 독해는 '설령 그 얘기가 내 믿음과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 사람의 시선에서 읽어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될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어요. 내가 잘못 읽었나 소심해질 수도 있고 읽다가 짜증이 나서 던져 버리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꾹 참으세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참아야 합니다. 일단 끝날 때 까지는 들어봐야죠. 하나를 읽더라도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축적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의 사유는 바다처럼 깊고 넓고 관대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해는 참 재미있는 거로구나.'하는 깨달음의 과정으로 스스로 걸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 여러분은 논리학을 배우면서 사람들이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학문 연구를 위해 형성해 둔 방법론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논리적 사고’를 구성하는 요소들인데요. 우리들의 의사소통이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리한 일반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체적 형상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 표준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설정한 규칙인 겁니다. 그리고 문제에서는 정답을 도출할 때 논리학의 내재적인 기준과 절차로 명확한 답을 도출하는 겁니다.

여러분, PSAT 과목들 중에서 여러분께서 가장 친숙하게 보이는 영역이 언어논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형으로는 수능 언어의 연장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은 바로 그 “친숙성” 때문에 언어논리는 현재 상태보다 점수를 올리기는 어려운 과목이기도 합니다. 친숙한 것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이성적 사고 훈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려울 수 있거든요. 제가 한 수험생과 나눈 카톡 내용을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평소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세요.

언어논리는 여러분의 고급독해 능력을 측정합니다. 지문에는 세상의 모든 학문이 주제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친숙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쪽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기 쉽고,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지문을 보면서 “안다-모른다” 기준으로 해석하여 심리적 반응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문을 보고 싶은 대로 읽게 되면 주관적인 독해로 흐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출제자는 여러분의 심리적 상태를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제자의 기준은 여러분이 아니라 “글쓴이”입니다. 그래서 지문의 논리를 기준으로 할 때, 글쓴이는 어떤 것을 정답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주목하는 데 익숙해지면, 여러분은 객관적인 독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언어이해 고득점의 핵심 영역인 ‘원리’에 접근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분야의 주제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언어논리의 ‘원리’란 무엇일까요?

 

 (1) 구조독해 - 객관적 독해는 지문의 ‘바뀌지 않는 부분’에 주목합니다.

지문의 내용 중에서 핵심적인 줄기를 문제에서도 바꾸지 않고 일관성 있게 사용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글쓴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뀌지 않는 부분에 주목하는 훈련인 ‘구조독해’를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우리는 ‘문맥’과 ‘구조’라고 합니다. 기출문제를 통해 ‘문맥’과 ‘구조’를 파악하는 구조독해 연습은 여러분의 지문 분석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줄 것입니다.

(2) 발문은 ‘문제유형’으로 질문의 의도를 표현합니다.

발문은 출제자의 의도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언어입니다. 그래서 발문의 유형에는 질문의 목적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3) 선택지는 ‘바꿔쓰기’를 합니다.

선택지를 지문의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서 표현합니다. 명제논리의 동치규칙, 술어논리의 벤다이어그램, 논증 구조 파악을 위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등의 논리학적 지식은 선택지 분석 단계에서 위력을 발휘합니다.

[구조독해 테스트] ㉠의 문맥적 의미는? (풀이시간 : 2분)

공황의 세계적인 확산을 최소화할 국제 신용 체계는 없었는가? 1차 대전으로 중단되었던 국제 금 본위제가 전후에 재건되었으나 그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하였다. 당시 국제 신용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최대 채권국인 미국이었다. 전전의 영국처럼 전후의 미국도 국제 수지 흑자를 보였는데, 그 대부분은 자본 수출에 대한 이자와 전쟁 채무 원리금이었으며 전통적인 보호 무역 정책으로 인한 무역 수지 흑자도 거기에 한몫을 했다. 채무국들이 무역 흑자를 통해 채무를 상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며,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금이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만일 금 유입이 통화 공급 증대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면 사태가 달라졌겠지만,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였다. 국제 금 본위제는 결코 자동적으로가 아니라 강력한 최종대부자가 유동성과 안정성을 보증해야 작동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전전의 영란은행(Bank of England)과 달리 FRB는 국제 신용망의 유지가 아니라 국내 물가 안정에만 전념하였다. 때문에 FRB는 미국으로 유입된 금을 ㉠불태화함으로써 금 본위제의 국제 규칙을 사실상 지키지 않았다. 미국이 1920년대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좀 더 개방적인 정책을 취했더라면 대공황은 확실히 완화되고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불태화 :

 잘 찾아보셨나요? 정답은 “불태화 : 금 유입에 따른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는 것”입니다. 그럼 구조독해를 하겠습니다.

공황의 세계적인 확산을 최소화할 국제 신용 체계는 없었는가? 1차 대전으로 중단되었던 ① 국제 금 본위제가 전후에 재건되었으나 그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하였다. (태도 : 부정적,(-)) 당시 국제 신용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최대 채권국인 미국이었다. (전전의 영국처럼 전후의 미국도 국제 수지 흑자를 보였는데, 그 대부분은 자본 수출에 대한 이자와 전쟁 채무 원리금이었으며 전통적인 보호 무역 정책으로 인한 무역 수지 흑자도 거기에 한몫을 했다. 채무국들이 무역 흑자를 통해 채무를 상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며,) (역할 : 원인/ 중요하지 않음)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금이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②만일 금 유입이 통화 공급 증대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면 사태가 달라졌겠지만,(태도 : 긍정적,(+))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였다. 국제 금 본위제는 결코 자동적으로가 아니라 강력한 최종대부자가 유동성과 안정성을 보증해야 작동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전전의 영란은행(Bank of England)과 달리 FRB는 국제 신용망의 유지가 아니라 국내 물가 안정에만 전념하였다. 때문에 ③FRB는 미국으로 유입된 금을불태화함으로써/ 금 본위제의 국제 규칙을 사실상 지키지 않았다.(태도 : 부정적,(-)) 미국이 1920년대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좀 더 개방적인 정책을 취했더라면 대공황은 확실히 완화되고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①②③번 문장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 글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글쓴이의 태도가 명시적으로 드러난 문장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불태화’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②번 문장과 대비시켜 보면 문맥적 의미가 명확해지지요? 긍정적 상황이 금 유입이 통화공급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부정적 상황은 금 유입이 통화 공급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독해 시험에서는, ‘불태화’를 정의하기 위해 여러분 각자의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러분의 독해에 대한 고민을 몇 가지 해결하고, 기준을 확보하여 일관된 독해를 하는 방법인 구조독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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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2016-02-23 00:39:25
너무 유익한 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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