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시험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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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시험장을 다녀와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5.03.1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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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지난 1월 24일 소방간부후보 시험을 시작으로 올 주요 공무원 시험이 하나둘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2월에는 상반기 중 실시되는 국가직, 사회복지직 등 시험의 원서접수가 진행됐고 지방직과 교육행정직, 소방직 등 일정이 가시화됐다. 3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지난 7일 법원직 9급 시험이 진행됐고 오는 14일 사회복지직 시험이, 4월 소방직, 국가직, 기상직, 5월 국회, 경찰 2차, 6월 지방직, 교육행정직, 서울시 시험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절대다수가 택하는 공무원 공채 시험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들은 그 여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즉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험이 무엇인지, 어느 직렬에 응시할 것인지 수험생들은 시험별, 직렬별 현황 및 유의할 점 등을 면밀히 살펴서 전략적으로 시험(직렬)을 택해 치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7일 법원직 9급 시험이 전국 5개 도시에서 실시됐다. 공무원 시험 제도가 변화하는 만큼 응시자들의 이력도 다양해졌고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 저마다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소신 있게 시험을 택하고 치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법원직 9급 시험 날에는 공교롭게도 사법시험도 같이 진행이 됐다. 이날 기자는 우연찮게 사시를 준비하다가 올해 사시대신 법원직 시험을 택한 응시자들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응시자가 이번 시험을 어떻게 치렀느냐보다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사시를 포기하고 법원직 시험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 자못 궁금증이 솟아났다.

최근 중복 및 허수지원자의 응시를 제한키 위해 같은 날에 두 개, 세 개의 공무원 시험이 치러지는 경향이 짙은데 급이 다른 고시와 9급 시험이 한날 치러진다는 것도 생소했으며 나아가 사시를 포기하고 9급을 택한 것에 사연이 궁금해진 것이다. 법원직 9급을 일반직 9급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경로를 바꿨다는 것은 신선한 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기자와의 짧은 대화에서 사연을 구구절절 말하진 않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합격이 더 용이한 시험을 치러 수험생활을 이제 끝내고 싶은 것. 사시폐지 및 행시 선발 축소 등 정부의 공무원 채용 변화에 따른 것으로 고시생들의 7,9급 유입이 점차 늘고 있다는 수험가 분석이 점점 현실화되는 듯 한 모양새다. 2년 전만 해도 기자는 법원직 시험장에서 사시생들의 유입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2년 새 바뀌어도 뭔가 크게 바뀐듯한 기분이다. 그렇다고 고시생의 대부분이 타 시험으로의 응시를 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주위를 보면 사시공부를 그만두면 타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일반기업으로의 취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합격을 하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눈높이를 낮춰 다른 시험을 보거나 사시 준비생의 스펙에 맞는 전문성을 요하는 기업으로의 취업 등 각자 갈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가직 7급 시험에서는 행시를 준비하다 일반직 7급으로 방향을 바꾼 고시생들을 일부 볼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시생과 행시생들 간 약간 다른 행보를 준비 중인 듯 해보이는데 2017년 7급 영어가 토익으로 대체되면 행시생들의 7급 유입은 꽤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다른 법원직 응시자 역시 일전에 사시를 준비하다가 금번에 법원직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사시를 준비해오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다음을 기약한 후 마냥 공부만 할 수 없어서 취업을 했는데 공직에 미련이 남아 올해 법원직을 치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직장과 병행해 공부기간이 3개월 남짓했고 올해는 직장을 그만두고 4개월 남짓한 기간을 공부하는 데 쏟았다고 한다. 제대로 공부한 기간이 짧아서 금번 시험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에 법 공부를 한 이력도 있고 하니 영어점수만 잘 나온다면 기대해 볼 만 하다는 모습이었다. 한번 공부에 뜻을 둔 적이 있는 수험생들, 그 공부가 매우 치열하고 힘든 공부였을 경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전까지 수험생의 처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험생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기에 감히 기자가 사정을 이해를 하네 마네 하는 말은 쉽게 못하지만 이들의 사연을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법원직 시험장에서 기자는 몇몇 응시자들과 접촉을 했고 새삼, 아주 오랜만에 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응시자 모두 법원직 외 다른 일반직 시험은 전혀 치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급 시험장에서 만난 한 응시자는 시험을 마치고 집에 가는 전철을 타러 가는 내내 기자와의 동행에서 “3년을 공부했다. 올해는 뭐든 하나 붙어야 하지 않겠냐”며 “7급 전에 치른 9급 시험 최종결과에 따라 내 행보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해 경찰시험 합격자는 “고위공무원으로 있는 친지 분들이 많이 계셔서 사실 경찰시험은 생각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말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시험을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소신도 있고 불안함도 가지고 있었다. 시험별 응시자들의 마음가짐도, 시험을 치르는 이유, 시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다르다. 이제 굵직한 공무원 시험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공부가 힘든 것은 비단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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