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의 위헌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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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의 위헌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5.03.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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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행에서 비춰보면 다소 가혹하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절회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국민적인 열망이 입법화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인허가 등에 막강한 공권력을 가진 공직자가 민간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김영란법의 통과로 이어진 만큼 김영란법의 국회통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이 법이 국가 청렴도 지수 세계 47위라는 오명을 벗고 청렴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국회가 위헌 요소를 제거하지 아니하고 졸속으로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은 출발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시한을 지켰다는 모양새만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논란만 가중시킨 ‘미생법’을 만든 꼴이 됐다. 이 법의 본래 취지는 기존 법으로는 처벌하기 힘든 공직자의 부정과 금품 수수 등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법의 원안(原案)은 적용 대상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또는 준(準)공직자로 한정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민간 언론과 사립학교 이사장·교원 등을 집어넣었다. 이를 위해 여야는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공영 방송인 KBS, EBS, 공립학교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대면서 누더기로 만들었다.

이번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규율대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민간 언론’을 법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하여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특히 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언론과 취재원의 통상적인 접촉이 제한되고 언론의 자기검열이 강화돼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수사권을 쥔 경찰이나 검찰이 이 법을 언론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엄격한 법적용이 요구되는 공직자의 범위에 그 성격이 전혀 다르며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언론을 포함시킨 것도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또한 이 법에서 규정한 ‘부정청탁’의 개념만으로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여부 및 예외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 특히, 예외사유 중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사실상 위법성 조각사유의 내용을 사회상규에 미루는 결과로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이 밖에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을 받는 등의 경우에 공직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 규정도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공직자로 하여금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넘어 이를 위반한 사안을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배우자를 신고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되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 역시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란법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만큼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 지혜와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정과 보완을 한다면서 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형해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시행령을 통해 법 집행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문제들을 꼼꼼하게 담아 규율해야 법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법 시행시기를 1년6개월 후로 정한 것도 가관이다. 다른 법들처럼 시행시기를 1년후로 정했다면 내년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 된다. 19대 국회 임기 동안, 그리고 차기 총선때까지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선 6개월을 더 연장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추가 입법 및 시행령 제정, 필요하면 법 개정 등을 통해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은 삭제하면서 실효성 있게 집행되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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