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통죄 폐지에 따른 보완책 서둘러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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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통죄 폐지에 따른 보완책 서둘러 마련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15.02.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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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제정된 형법 241조 간통죄(姦通罪)가 62년만에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간통죄 위헌 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간통 및 상간(相姦)행위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앞서 헌재는 1990년부터 가장 최근인 2008년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다섯번째만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성(性)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변화와 개인 사생활을 형사처벌하는 게 더이상 사회 현실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등 5명의 재판관은 “간통죄는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간통 행위가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고, 사회 전체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 역시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다수의견과 다소 논리 구성이 달랐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 처벌은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가 없는 미혼인 사람까지도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 본래 목적을 벗어나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 방지를 위해 사생활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간통죄 유형은 형태에 따라 죄질이 천차만별인데도 일괄적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책임과 형벌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를 반대한 소수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안창호·이정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란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호해야 하는 범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가족 공동체가 파괴됐을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부부 이혼시 가정 내 경제적·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과 간통으로 파괴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며 “간통죄를 폐지하면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쨌든 이제 법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간통죄는 최후의 1막을 맞았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 이후의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다수 국민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간통죄 폐지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에서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청구, 자녀양육, 면접 등에 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으로 간통행위에 대한 형법상 소추는 어려워졌다고 해서 간통죄가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통죄가 폐지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배우자에 대한 순결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만큼 민법상 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불륜에 따른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혼시 위자료를 징벌적으로 높이고 이혼시 재산분할에서도 간통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또한 형사적 절차 역시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 배우자가 직접 간통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배우자의 불륜에 따른 피해자가 상대의 불륜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보완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간통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을 한다는 것도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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