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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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가전쟁과 국제질서의 재편가능성 (2)
  • 신희섭
  • 승인 2015.02.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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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재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와 관련한 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 미국의 패권질서를 붕괴시키고 중국 중심의 패권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과거의 미국패권안정론과 미국패권변동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말고 미국질서를 깨뜨리는 중국의 패권장악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그럼 무엇일까? 하지만 다양한 인간들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정확히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실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예상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몇 가지 논리를 가지고 미래의 추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 있다.

미중간 자웅을 가르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셰일가스가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셰일가스는 미중의 패권향방 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 번째, 국제정치적으로 볼 때 중동 산유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부활하고자 하는 러시아를 고립시킬 뿐 아니라 국가위기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에너지를 구매하지 않게 되자 중동 산유 국가들은 수요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게 되었고 이것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견제와 맞물려 러시아의 유럽가스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두 번째, 국제경제관점에서 볼 때 미국 뿐 아니라 미국과 연관된 국가들의 제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셰일가스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고 이는 선박과 에너지 플랜트 등을 만드는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적인 차원에서 볼 때 셰일가스의 영향이 정치적-경제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국내정치적으로 보면 정치지지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셰일가스 생산의 증대로 인해 셰일생산지인 텍사스는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증대했고 2012년 재선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베네수엘라의 경우 석유가격이 떨어지면서 세수 확보가 곤란해졌고 이것은 복지 예산의 감소로 이어졌고 국민들의 불만이 늘면서 폭동직전까지 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유가 하락의 가장 강력한 피해를 보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푸틴의 지지율이 조금밖에 안 떨어졌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블룸버그 통신이 민간여론조사기관의 발표 자료를 인용한 것을 보면 푸틴의 지지율은 3%하락하여 여전히 85%라고 한다. 이것은 과거 러시아의 혼란한 상황을 해결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경제제재의 역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재를 가해 피제재국 지도자의 정당성을 흔들고자 하지만 지도자가 제재를 이용하여 내부 결속을 다시며 제재국가를 극단적으로 혐오하게 하여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볼 것은 국내 경제적 변화이다. 셰일가스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즉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셰일가스의 개발이 활성화되면 실업률이 약화될 수 있다. 낙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20년간 3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편 이러한 경제성장으로 미국의 GDP의 증가율이 10년간 0.5%에서 3%까지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들도 있다.

이런 다양한 영향들 속에서 논의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셰일가스와 패권질서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세일가스를 두고 두 가지 입장이 나뉘어져있다. 하나는 셰일가스가 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꾼다고 하는 입장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편에는 셰일가스가 과도하게 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IT버블과 똑같이 거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마주하고 있다.

만약 셰일가스가 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면 셰일가스는 어떤 의미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가? 과거 1970년대 오일을 중심으로 국제정치에 새롭게 부상한 석유산유국들을 보면 셰일가스가 경제적으로 채굴비용을 낮추고 지속적인 생산이 보장되며 환경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경우 국제정치의 게임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셰일가스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논의를 좁힐 필요가 있다. 게임의 판을 바꿀 수 있는가에서 어떤 게임의 판을 바꿀 수 있는지로 분석의 영역을 한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논의를 넓히는 것은 다양한 주장을 담을 수 있지만 공허한 이야기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셰일가스의 영향중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힘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여 셰일가스의 게임체인저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면 좀 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제 질문을 좁혀서 셰일가스는 미국의 패권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론적 분석이라는 사고 훈련을 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권력변화가능성을 일반화하여 살펴보기 위해서 어떤 요인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까? 중국의 성장과 위협을 다룰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론으로 미시간대학에 있었던 올간스키(Abramo Fimo Kenneth Organski : 1923 – 1998)교수의 세력전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이 있다. 셰력전이론은 산업화의 차이에 따른 ‘성장속도’와 패권국가에 대한 잠재적 도전국가의 ‘불만족도’라는 요인을 통해서 어떻게 패권체제가 넘어가게 되는지를 설명한 이론이다. 이 이론의 논리는 이렇다. 성장속도의 차이로 도전국가가 빨리 패권국가를 따라잡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가 운영하는 국제질서 운영원리에 대해 만족하지 않을 때 도전국가는 패권국가를 몰아내고자 전쟁을 시도할 수 있다. 따라서 패권전쟁을 통해서 패권체제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논리를 더 발전시켜서 국내학계에서는 중국성장문제를 다루면서 성장속도간 차이와 체제에 대한 만족도와 도전국가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인식이라는 3가지 요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서울대학교의 정채호 교수가 쓴 『중국의 강대국화』가 대표적인 중국성장에 대한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분석을 한 책이다.

발전된 모델에서 제시된 3가지 요인을 일반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요인은 도전국가와 패권국가의 국력차이이다. 이것은 패권국가와 잠재적인 도전국가간의 성장속도간 차이와 그에 따른 상대적인 국력 차이를 의미한다. 패권국가보다 도전국가의 연평균 GDP의 증대와 같은 성장속도가 빠르게 되면 두 나라 간의 국력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질 것이다. 군사력이 경제력의 함수라는 점에서 경제력 상승은 자연히 군사력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도전국가의 도전의지를 보아야 한다. 현 패권국가의 운영방식에 잠재적인 도전국가가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다른 말로 하면 체제 운영에 대해 어느 정도 불만족 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패권국가는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체제를 운영하고자 하고 다른 나라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요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시장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체제를 체제 운영원리로 하여 IMF와 같은 제도들을 이용한다.

세 번째 요인은 도전국가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인식과 대응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국제정치는 진공상태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국가의 행동은 반드시 다른 국가의 대응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즉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에 대해 도전을 할 때 패권국가가 그냥 수동적으로만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또한 도전국가와 관련된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도전국가와 국경을 마주 하고 있는 국가들이 연합하여 도전국가를 견제하여 성장을 막고자 한다면 도전국가는 패권국가외에도 이 나라들을 상대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패권국가와 도전국가간의 관계를 일반화하여 예상하기 위해서는 ‘국력간 차이’와 체제에 대한 도전국가의 ‘불만족도’와 도전국가에 대한 타국들의 ‘인식과 대응방식’을 볼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이 틀을 통해서 셰일가스와 패권체제의 유지가능성을 다루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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