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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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산책-<아틀라스>
  • 법률저널
  • 승인 2003.12.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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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책...

에인 랜드 / 민음사 / 12,000원 / 438쪽

“나는 내 삶과 삶에 대한 사랑을 걸고 맹세하노니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거나 다른 사람더러 나를 위해 살아달라고 부탁하지 않겠다”

에인 랜드의 고전, <아틀라스>의 주인공 존 골트가 행한 세 시간 짜리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제 5권의 102쪽부터 219쪽까지 계속되는 이 연설에서 에인 랜드는 자신이 가진 독특한 ‘합리적 개인주의’ 이른바 ‘객관주의(Objectivism)’에 대한 견해를 존 골트의 연설을 빌어서 피력하고 있다.

객관주의라 불리는 그의 철학은 지금도 미국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인들에 대한 반감과 오해의 상당 부분도 그들의 가치관에 대한 이해 부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객관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면, 미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마치 자신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것은 천부인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 가고 있다. “역사의 진로를 결정하는 힘은 단 하나 밖에 없는데, 그것은 인간의 합리적 재능의 힘 즉 사상의 힘이다”는 에인 랜드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공동체주의적이고, 부족주의적이며, 집산주의적인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나라라면 한번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말이다.

한편 객관주의는 지적 유희와 가상세계에 바탕을 둔 철학이 아니며,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철학이며, 그것은 인간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생존하고 번영하기를 원한다면 마땅히 따라야 한 추상적인 원칙과 사고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객관주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우리 자신의 의지나 믿음과는 독립적으로 객관적으로 주어진 세계를 가정한다. 객관주의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자의적으로 구성하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한다. 머리 속에 자신들이 믿고 싶고, 보고 싶은 이상적인 현실을 구성하기를 좋아하는 지식인들과는 처음부터 뜻을 달리한다.

둘째, 인간은 이성(reason) 혹은 정신을 사용해서 지식을 구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생존과 번영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에인 랜드는 인간이 스스로 지식을 이용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임을 분명히 한다.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갈 권리가 있다는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수결을 이용해서 정치라는 수단으로 자신에게 보조금을 지불해 달라고 요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것이다.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자조(Self-help)의 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사람의 이성은 기본적인 생존 도구입니다. 생명이 인간에게 주어졌다 해도 생존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의 몸은 주어졌지만 몸의 유지는 거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성은 주어졌으되 그 내용물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으려면 행동해야 합니다.”

셋째, 인간은 자기이익(self-interest)에 충실하게 행동할 권리가 있다. 지적인 머리를 갖고 사회에 엄청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자들로 비난받는다. 이런 근거없는 믿음에 대한 에인 랜드의 비판은 가을날의 서리발 같이 준엄하다.

“지적 피라미드의 하층부에 있으면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자는 자기 위에 있는 자들에게 공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들의 두뇌에 있는 모든 것을 받는다. 그것이 지적으로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 있는 ‘경쟁’의 본질이다. 그것이 당신이 지적으로 강한 자들을 향해 비난했던 ‘착취’의 형태이다”

넷째,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체제는 인류 역사를 볼 때, 개인권리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 밖에 없다.

에인 랜드는 <아틀라스>에서 ‘이성-개인주의-자본주의 축’ 대 ‘신비주의-이타주의-집단주의 축’의 대결 구도를 생생하게 그리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사회의 지배적인 철학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그 사회의 진로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신념과 철학은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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