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근면호 인사혁신, 삼성式 인재발탁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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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근면호 인사혁신, 삼성式 인재발탁 우려스럽다
  • 법률저널
  • 승인 2015.01.23 14:5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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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가 2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주요 업무 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공직 인사개혁 방안이다. 민간기업인 삼성그룹에서 오랜 기간 인사 혁신을 주도하다 지난해 말 공직에 발을 들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개방형 직위 확대 등 ‘국민인재 열린 채용’을 기조로 한 이른바 이근면 혁신안을 내놓았다. 민간 부문 인재의 공직 참여 기회를 넓히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민간 분야에서 발휘할 여건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무원의 개방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제대로 일하는 경쟁력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취진 방향은 먼저 민간 전문가의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해 그동안 민간에 개방돼 있었으나 사실상 공무원 출신이 임명돼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개방형 직위를 개편, 오로지 민간 출신만 채용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꾸기로 했다. 5년으로 묶여 있는 임용 한도도 아예 없애기로 했다. 1·2급 고위공무원 직위의 경우 장관이 공모 절차 없이 직접 민간 인재를 영입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2017년까지 5급 공무원 신규 채용에서 공개채용과 경력채용 비율을 5대5로 조정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처장은 또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사상 처음 해외 공직 채용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공직사회에 필요한 것은 글로벌 감각”이라며 “우수한 해외 인력을 영입해 이 같은 강점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해외 설명회를 통해 특별채용 형식으로 우수 유학생을 수혈한다는 방침이다. 이 처장은 또 “장기적으로는 공채에 유학생전형 등 별도 유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0년대 확립한 인사제도인 우수 유학생 선발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삼성그룹에서 37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11월 인사처 사령탑을 맡은 이 처장의 공직 개혁 첫 작품은 ‘삼성식’ 유학파 영입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이근면호의 인사혁신에 대한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올 하반기 해외인재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것에 대해선 내부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이 정책은 발표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새로운 음서제 또는 민간기업이 시도하는 것을 공직사회에 무리하게 이식시키려는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공무원 해외인재 특별채용은 또다른 신분 대물림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무원사회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부노조는 해외인재특별채용에 대해 “우수 유학생을 특별채용으로 수혈하겠다는 발상은 공무원채용시험의 가장 중요한 공평성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과연 ‘해외유학’이라는 조건이 공직자의 주요 채용기준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우수한 인재라는 것은 국내, 국외가 아닌 전문성 영역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견고한 댐의 붕괴가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듯이, 공직시험의 공평성이 무너지면 직업공무원제의 근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헌법체계가 흔들리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해외유학이라는 보편타당하지 않는 조건이 공직자 채용에 도입된다는 것은 정부와 공직인사 그리고 국가전체를 보는 안목과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에 걸맞는 처우와 근무여건이 보장돼야 국내·외의 우수한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공직사회에 수혈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혁신처의 해외채용설명회는 앞뒤가 뒤바뀐 처방이다. 공직인사는 공정함과 공평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이고, 그것은 공정한 입직경로의 토대 위에서만 제대로 세울 수 있다. 2017년까지 공채와 경채의 비율을 5대5로 하겠다는 것도 설익은 정책에 불과하다. 이근면호는 소통과 토론을 통한 정책의 생산보다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이벤트성 정책 생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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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국민 2015-01-26 21:45:33
좋은 말씀입니다. 지금의 정책들은 정말 앞이 안 보입니다. 하....

국민 2015-01-23 20:16:49
참으로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국민 2015-01-26 21:45:33
좋은 말씀입니다. 지금의 정책들은 정말 앞이 안 보입니다. 하....

국민 2015-01-23 20:16:49
참으로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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