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 경찰직 순경(2011년 합격)
♣ 시작하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1년에 경찰직 순경에 합격해 현재는 경장을 달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경찰공무원입니다. 처음 공무원 수험생활을 시작할 때는 제가 경찰공무원이 되어 합격수기를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제가 합격수기를 쓰다니 한편으로는 기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부족한 저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군대를 ROTC 학군장교로써 강원도 최전방 GOP부대에서 2년간 근무했습니다. 제대 후 누구나 하는 걱정처럼 저 또한 직장에 대한 고민을 했고, 보통 사람들처럼 일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첫 직장에 입사해 2년간 근무했습니다.
당시 입사한 회사가 수도권에 있었기에 저는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며 결혼 등 장래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향인 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고민하던 차에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경찰이란 생각에 경찰공무원 시험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군 제대 후 바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수험생활
경찰공무원 시험을 위한 수험생활은 2010년 1월부터 시작해서 2011년 12월에 경찰학교에 입학했으니 만 2년 정도 걸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31살로 다소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빨리 합격해야겠다’는 욕심에 체계적이지 못한 수험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마찬가지지만 막상 시험에 합격하고 나니 ‘좀 더 수험기간을 줄일 수 있었는데…’ 또는 ‘엉뚱한 곳에 시간을 낭비를 하였구나’하고 반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정보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일단 대구에 있는 경찰공무원 학원에 등록해 공부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인 중에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법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경찰학원에서 법 과목을 처음 접하고 교재의 두께와 내용 앞에 한숨부터 나왔던 것이 생각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구로 내려온 것을 아마 처음으로 후회한 것이 경찰학원에서 법 과목 책을 받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수험생에 비해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제가 영어공부가 어느 정도 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험기간 동안 법 과목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 욕심내지 마라
제가 합격수기를 쓰고 있는 이유 중에 한 가지는 저처럼 공부를 늦게 시작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과연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그만두고 나온 회사에 대한 미련이나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런 고민을 하며 수험기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합격하겠다는 욕심을 냈었고 그 욕심 때문에 제 자신에게 상처 입히고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수험기간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것입니다. 욕심을 부린 만큼 시험결과에 따른 충격이 컸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실질적인 첫 시험은 2010년 8월에 시행한 2차 채용시험이었습니다.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모든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저는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2차 채용시험에서 전략과목이었던 수사 과목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아 아쉽게 필기시험에 불합격했습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기에 수사과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결과가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시험이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경찰공무원 시험은 각 지방청별로 인원을 뽑기 때문에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필기시험 합격선이 높은 편입니다. 당시 제 필기점수는 고향인 대구지방청이 아니라 수도권에 지원했더라면 필기합격이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연고지인 대구가 수도권보다 합격선이 높게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도 고향에서 살고 싶어 대구지방경찰청에 지원했지만 막상 필기시험 결과가 불합격이 되자 ‘지원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나이에 대한 중압감, 믿었던 전략과목의 실패, 그리고 수도권에 지원하지 못한 선택의 아쉬움 등이 겹치며 필기 불합격은 저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필기시험 전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2010년도에는 추가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2011년 1차 시험을 목표로 다시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지만 마음처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1년 안에 합격하겠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이며, 또 위에서 언급한 나이에 대한 중압감,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 등의 이유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방황 아닌 방황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대로 시험을 준비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2011년도 1차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게 됐고, 이번에는 합격선보다 1점이 모자라는 점수로 또 불합격했습니다.
이제야 저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1점차 불합격이든, 10점차 불합격이든, 불합격이란 건 똑같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험에서의 불합격이 ‘이번에는 꼭 합격해야지’하는 동기부여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이 정도 하면 합격하는 시험인데 내가 운이 없어 떨어졌다’는 변명이자 자기합리화를 시켰던 것입니다. 합격을 목표로 다시 열심히 공부해도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인데 지난 시험의 불합격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사로잡혀선 절대 합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존에 있던 다양한 자료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다음 시험을 목표로 삼아 기본서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저는 직장생활을 통해 모아둔 돈이 조금 있었기에 필요한 강의나 교재를 구매할 때 금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기본서를 충실히 공부하라
사람마다 다양한 공부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각 과목의 기본서를 충실히 공부했는데 그렇게 시험을 준비한 결과 2011년도 2차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체력시험과 면접을 거쳐 경찰공무원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최종 합격자 발표 당일 아침 8시30분이 조금 지나 제 핸드폰으로 최종 합격 문자가 왔을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방법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합격한 수험생마다 공부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최선의 공부방법은 각 과목의 기본서를 충실히 공부하는 것이 최종합격으로 가는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공부를 오래하신 수험생이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많은 자료들 중에서 보지 않는 자료,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자료는 과감히 정리하시고, 기본서로 돌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래 공부하신 분들 중에는 기본서를 소홀히 하고 요약집이나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요약집이나 문제집도 좋은 방법이나 아쉽게 이번 시험에서 필기 불합격을 하신 분이라면 기본서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서 위주 공부의 장점은 이미 본 내용이기 때문에 눈에 교과서가 잘 들어와 회독 수를 높일 수 있으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기시험 약 2개월 전에 시작하는 경찰공무원 학원의 문제풀이 강의나 법 과목의 경우 최신판례 강의를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서를 통해 정리한 내용을 문제풀이강의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문제풀이 강의가 아무래도 기본서에 비해 양이 적다 보니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실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공부한 경험에 의하면 문제풀이 교과서만 100%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종 합격
경찰공무원시험 최종 합격 후 경찰학교에 입교해 8개월간 교육을 받고 졸업했습니다. 당시 17명이 한 생활실에서 지냈지만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로 재미있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나이도 개성도 다르지만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공통점이 이 모든 차이를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학교 졸업 후 저는 다행히 집 근처 파출소에서 경찰공무원으로써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함께 근무하시는 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습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저에게는 작은 일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업무 중에는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했고, 또 이를 통해 공직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것은 경찰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공부하고 계신 수험생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제넘지만 수험생 여러분께 욕심을 줄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종 합격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욕심을 줄이고 본인 계획에 맞춰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경찰공무원 시험의 최종 합격은 더 빨리 수험생 여러분에게 찾아 올 것입니다.
특히 필기합격 근처에서 빈번이 필기시험 불합격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현재의 공부법을 되돌아보시고 불필요한 교재나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서 위주로 공부를 하신다면 다음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 끝내며
경찰공무원이 되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는 수험생 여러분, 경찰공무원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멋진 직업입니다. 경찰은 10만명이 넘는 조직원과 한해 예산이 10조원 가까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조직입니다. 본인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개인발전도 이룰 수 있는 조직이 경찰입니다.
저는 요즘 제가 좀 더 일찍 경찰이란 조직의 장점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수험생 여러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수험기간이 힘들지 않은 수험생은 없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당당히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로 마무리 인사를 하겠습니다.
경찰공무원 수험생 여러분 ‘버티시고 그리고 이기십시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일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격수기에 소개된 공부방법·교재 등은 글쓴이의 개인의견입니다.
자료제공: 정책브리핑 www.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