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제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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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제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 가다
  • 강지원 인턴기자
  • 승인 2015.01.20 18:2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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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강지원 인턴기자]  법조인력양성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로의 일원화를 2년 앞둔 가운데 1월 19일 제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있었다.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는 여느 졸업식처럼 꽃장수들이 서성댔다. 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진사들도 있었다. 카메라만 디지털이었지 아날로그 시대의 모습이었다. 건물 초입을 지나 마주한 연수원 풍경 역시 졸업식 클리셰들의 향연이었다. 꽃을 들고 사진을 찍고 대체로 즐거운 모습이었다. 간간이 보이는 셀카봉만 낯설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 탓인지, 이들이 장차 법조계를 이끌어나갈 가능성 때문인지 기자들이 많이 몰렸다. 각자 정석적인 수료식 사진을 담기 위해 은근한 신경전도 보였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스트로보는 종종 연수원 수료생을 향했는데 그들은 주로 맨 앞줄에 앉은 우등생들에게 주목했다. 사진기자들은 국민의례 순서 내내 그들을 향해 플래시를 쏴댔다.

▲ 월 19일 제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진행되었던 사법연수원 건물 앞 / @강지원
▲ 국민의례하고 있는 수료생들 / @강지원
“박수로 환영해주시길 바랍니다” 교수진,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 사법연수원장 등이 입장했다. 교수진이 입장할 때, 동기가 상을 받을 때 울려 펴졌던 박수 소리에서 돈독한 사제관계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수료식 시간이 지나고 각종 축사가 이어졌다. 이제 진정한 법조계로 들어서는 신입 법조인들을 위한 기대가 서려 있는 말들이었다. 여태껏 연수원생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한 것이라며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사들은 선배 법조인으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중엔 “길은 만드는 것이다”이나 “여러분은 생활인이 아닙니다. 비전을 갖으십시오” 같은 말도 군데군데 포진돼 있었다. 발화자만 낯설었지 전혀 낯설지 않은 발언이었다. 자기계발서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젊은이들, 초년생들은 ‘원래’ 힘들다는 문장이 수료식에서도 떠다니고 있었다.

이 문장들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수료한 제44기 연수생들의 취업률은 43.38%. 작년보다 3.41%p 하락한 수치다. 물론 43기 취업률은 8월 31일 기준으로 봤을 때 95.4%지만 발화자들이 처음 법조에 들어왔을 때보다 녹록지 않아진 것은 사실이다. 변호사 수도 늘어났고, 개업은 현실보다는 꿈에 더 가까워졌다.

▲ 대법원장상의 제44기 사법연수원 수석 김동호 씨 / @강지원
▲ 연수생들이 동료들의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 @강지원
‘길’은 온전한 개인의 능력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길 위에 자라는 잡초, 뿌려진 흙은 이미 누군가의 산물이다. 즉 개인이 길을 개척해나가는 뒤에는 분명 구조가 숨어있다. 그런 상황에서 길 위에 잡초도 별로 없었고 좋은 흙을 밟고 신입법조인 딱지를 뗀 옛사람들이 길을 개척하자며 그 문장 위에 방점을 찍는 모습은 의문스럽다.

요즘 상황을 고려한다면, 연수원을 떠나더라도 생계가 아니라 수험생 때 가졌던 꿈을 좇으라는 조언 역시 그저 상투적인 축하 메시지로 생각하기엔 가볍지 않은 조언이다. 꿈은 자존감이 전제될 때 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존감은 생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법원 내외빈이 참여한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이 수료 축사를 하고 있다 / @강지원
▲ 박동훈 사법연수원 제44기 수료생 대표가 사법연수원의 수습과정을 마치고 명예스러운 법조의 일원으로 출발하는 결의가 담긴 서약을 선언하고 있다 / @강지원 인턴기자
이제는 사회 어느 영역을 막론하고 자수성가는 수식어가 아니라 정말 신화가 되었다. 법조계도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활은커녕 생계가 불안정하고, 사회초년생이 자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비전을 갖으라는 조언에 별점을 매긴다면 몇 점이 나올까?

몇몇 수료생들은 연사들의 연설을 자장가 삼아 자고 있었다. 어느 시대나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잠언(箴言)보다는 그냥 잠이 오는 말에 더 가깝지만,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들이 왜 그들의 귓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지 교장 선생님께서 생각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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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 2015-01-28 15:08:41
청문회를 통하여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21세기 한국에서의 신흥귀족층의 형성은
학연과 지연에 따른 정보 독점, 거기에서 오는 부동산 투기, 뇌물, 탈세 등이
관행으로 이루어진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절망하는 국민에게 답은 오로지 전쟁뿐임을 아는가!!! 슬퍼다.

우울한 오후 2015-01-28 14:55:02
6.25의 폐허를 딛고 동일선에서 출발한 국민들은 2세대 만에 강고한 세습신분제 사회 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고시에 패스한다고 신분상승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러니지만 관피아법,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더더욱 신분상승은 불가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합법적으로 해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안되기 때문이다. 판사봉급으로 언제 집사며 사봐야 오르겠는가^^. 그렇다고 사업을 한다한들 촘촘한 세금망을 피할 순 없다.

새로운 희망 2015-01-28 15:08:41
청문회를 통하여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21세기 한국에서의 신흥귀족층의 형성은
학연과 지연에 따른 정보 독점, 거기에서 오는 부동산 투기, 뇌물, 탈세 등이
관행으로 이루어진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절망하는 국민에게 답은 오로지 전쟁뿐임을 아는가!!! 슬퍼다.

우울한 오후 2015-01-28 14:55:02
6.25의 폐허를 딛고 동일선에서 출발한 국민들은 2세대 만에 강고한 세습신분제 사회 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고시에 패스한다고 신분상승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러니지만 관피아법,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더더욱 신분상승은 불가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합법적으로 해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안되기 때문이다. 판사봉급으로 언제 집사며 사봐야 오르겠는가^^. 그렇다고 사업을 한다한들 촘촘한 세금망을 피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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