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부의 神’ 사법연수원 수석 김동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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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부의 神’ 사법연수원 수석 김동호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1.19 14: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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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실천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은 오랫동안 가장 어려운 시험의 자리를 지켜왔다. 단순히 선발인원이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라 방대한 공부량과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높은 난이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시험이라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이 수없이 도전을 했고 그들 중 극소수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법시험이다.

그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내로라하는 인재들 중에서도 가장 특출난 성적을 거둔 이라면 가히 ‘공부의 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44기 사법연수원 수료생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김동호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더욱이 김씨는 지난 2011년 제53회 사법시험을 대학재학 중에 합격해 나이가 아직 만 24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당시 법률저널에 ‘단기합격수기’를 쓴 후 다시 한 번 인터뷰를 하게 되어 법률저널과의 인연이 깊다.

김씨는 인천에서 태어나 20년이 넘게 산 인천 토박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전교생 기숙사학교인 공주 한일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해 경제학을 복수전공했고 현재는 서울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언뜻 보면 책에 둘러싸인 채 살아온 것 같은 김씨지만 배드민턴과 축구, 농구, 탁구 등 다양한 운동은 물론 바둑과 체스, 컴퓨터 게임도 즐기는 평범한 면모도 갖고 있다.

그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석으로 연수원을 수료하게 된 소감을 묻자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완전히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작성한 답안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과분한 결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수석이 돼도 손색이 없을 만한 많은 분들 대신에 이 자리에 있게 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이 세상에 정의를 펼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2년간의 연수원 생활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김씨는 ‘시험만 없으면 천국’이라고 말했다. “법조인들의 모범이 될 만한 교수님들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뛰어난 능력에 인격이나 외모도 출중하고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영위하면서 놀기도 잘 노는 동기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의 말에서 스승과 동기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는 이어 1년차 때 밤에 기숙사에서 치킨을 시켜놓고 연수생들과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으며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눴던 기억, 체육대회 준비기간에 함께 반가를 짜던 기억, 스터디원들끼리 시험이 끝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던 기억 등 소소한 추억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았다. 수많은 추억들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일은 1년차 초반의 체육대회 준비기간을 꼽았다. 동기들과 함께 응원준비를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자. 고시생활에서 벗어났음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시험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4학기 시보생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즐거웠다. 김씨는 “이제 법조인이 된다는 것이 실감도 나고 실제로 일을 한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면서 재밌었다”며 시보생활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공부의 신’에게도 시험은 어렵고 힘든 일인 모양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단번에 ‘2학기 시험’을 꼽았으니 말이다. 시험기간도 3학기 시험보다 길고 과목도 많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보는 기록형 시험까지 더해져 부담이 컸다. 시간 압박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심리상태도 불안했다. 체육대회 이후로 특별한 재충전의 시간 없이 2학기 시험까지 달려왔기에 휴식도 절실했다. 김씨는 이 시기에 대해 “시험 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길고 기간도 2주에 이르러서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치기도 했다”며 “2학기 시험이 끝날을 때 연수원 생활의 8할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면 ‘공부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수험생활 이상의 공부를 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연수원을 경험한 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연수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인관계’를 꼽았다. 아니,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연수원 생활의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법조 생활이라는 것이 혼자의 능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면서 일을 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 ‘사람이 자산’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연수원 생활이 매우 힘들었는데 옆에서 저를 다독여주고 챙겨주는 형, 누나들이 없었다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편인 김씨에게 있어서 동기들은 힘이 들 때 챙겨주는 존재이자 인생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기도 했다. “동기 형, 누나들과 2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생활 능력은 물론 정신연령도 족히 3~4년치는 성장했다는 느낌을 항상 받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의 신’이 전하는 ‘공부의 비법’을 들어 보자. 먼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아야 수석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했다. 김씨는 2학기 때 법심리학(1학점)에서 A0를 받은 이외에 나머지 과목 모두에서 A+를 받아 평균평점 4.29를 획득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성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연수원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김씨에 따르면 연수원 시험은 형식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내용으로 무엇이 출제될 지만 알 수 없는 시험이고 2학기까지의 시험은 공식자료에서 100%로 출제되고 있다. 그는 연수원 교재에 대해 ‘시계 설명서’와 같다고 표현했다. 교재의 문구 자체를 암기하는 것보다 교재를 읽고 판결문이나 공소장을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본실무과목의 경우 무작정 교재의 회독수를 늘리는 것보다 교재를 읽고 실제로 자신이 판결문과 공소장을 기재례에 따라 작성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잘 써지지 않는 부분을 교재를 통해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판례를 공부할 때도 그 판례가 문제화된다면 어떻게 기록에 녹아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안 작성을 고민하면서 공부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새로 연수원에 입소하게 될 46기생들에게 “민사재판 주문연습이나 형사재판 법령의 적용을 준비해 두면 좋다”고 전했다. 기본실무 수업이 대부분 1학기에 끝나고 그 내용을 3학기까지 활용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수업 속도가 매우 빨라 선지식이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고 2학기 이후 비로소 이해할 만하면 수업은 이미 지나가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연수원 입소 후 4월 초까지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공부를 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게 김씨가 전하는 연수원 생활의 노하우다.

연수원에서의 교육이 수험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단연 실무수습일 것이다. 다년간에 걸친 법이론 교육도 실은 실무를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실무수습은 왜 오랜 시간 동안 힘들게 공부를 해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기간이기도 하다. 김씨는 “현장에서 수습을 하다보면 공부의 부족함도 느끼지만 그간의 공부가 왜 필요했는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더 공부해야 할지가 좀 더 명확히 보인다”고 실무수습의 의의를 전했다. 그는 “수료시험이 3학기로 오면서 시보기간 중 시험 부담도 없어진 만큼 자신이 선택한 특정 직역 외에 다른 직역수습을 경시하지 않고 매사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성실히 임한다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연간 법조인 배출인원의 급증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수원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에 가입해 2년간 활동을 한 김씨는 “한국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규모의 급속한 증대는 물론 국제적인 인지도가 급상승했지만 관련 법률서비스의 제공이나 법률인프라의 구축은 성장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개척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았다.

오는 2017년 폐지를 앞두고 존치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사법시험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법률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이자 2년의 연수과정이 더해진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또 사법시험과 로스쿨이 공존하면서 경쟁한다면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과 로스쿨 제도의 바른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2년간의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김씨는 3년간 법무관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김씨는 “법조인은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양 당사자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고 치유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면하는 모든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법조인, 매사를 공평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실천하는 법조인,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후배 법조인들에게 전하는 말에도 이 같은 소신이 드러났다. 김씨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탠다면 무엇을 목표로 삼든 어느새 그것이 성취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과 함께 “법조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뛰어남보다 배려심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점을 마음속에 되새기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시고, 지금까지 집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폐를 많이 끼쳤음에도 묵묵히 저를 지원해주시고 제가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었던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양가 친척분들께도 모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저를 항상 올바른 법조인의 길로 인도해 주신 문병찬 교수님, 심규홍 교수님, 정연헌 교수님, 임광호 교수님, 김명섭 교수님, 하재욱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연수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연수원 2년 생활하면서 부족함이 많았음에도 저를 이해해주고 챙겨준 44기 8반 동기 형, 누나들, 친구 지영이, C조 형, 누나들 특히 반장 창협이형, 조장 정규형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1년차 시기에 힘든 공부 함께 하면서 놀 때는 유쾌하게 놀기도 하고 많은 즐거운 추억을 남겨준 우리 ‘진가’ 스터디 혜선누나, 우중이형, 진하형, 보현누나, 도경누나 모두 감사합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태현이형, 기숙사 옆방 쓰면서 힘들 때 모든 푸념, 투정들 다 받아준 정훈이형 감사합니다. 항상 옆에서 저를 격려해주고 동시에 저의 부족함을 항상 일깨워준 사법시험·변호사시험 검토위원 여러분들에게 모두 감사 전합니다. 저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대학교 선배,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진가 스터디원으로서, 그 의젓함과 책임감으로 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정용이형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과 동시에 훌륭한 성적으로 수료하게 되어 축하한다는 말씀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면이 좁아 그 성함을 미처 싣지 못했지만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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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이 달라 2015-01-23 20:50:32
예전에 이 사람 사법시험 합격기 읽고 크게 될 인재라는 생각을 했다. 사려깊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겸손함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릇이 커보였다. 김동호씨.. 개인적 이익을 넘어 앞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십시오.

공주한일고졸업생 2015-01-19 20:28:43
이 친구 한일고 후배였구나. 한일고 동문회 좀 키워 주세요 후배님!! 연수원 수석 축하축하

떡잎이 달라 2015-01-23 20:50:32
예전에 이 사람 사법시험 합격기 읽고 크게 될 인재라는 생각을 했다. 사려깊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겸손함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릇이 커보였다. 김동호씨.. 개인적 이익을 넘어 앞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십시오.

공주한일고졸업생 2015-01-19 20:28:43
이 친구 한일고 후배였구나. 한일고 동문회 좀 키워 주세요 후배님!! 연수원 수석 축하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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