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3 / 지상권, 미묘한 시각차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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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73 / 지상권, 미묘한 시각차이 (2)
  • 이용훈
  • 승인 2015.01.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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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수 인이 지분참여한 경우,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수익은 지분비율대로 뿌려진다. 교육업체와 강사의 수익 배분은 수익의 기여도에 따르며, 나름의 관행이 있다. 실강의는 5:5배분, 촬영이 이뤄진 경우 온라인 수입은 약 7:3의 비율 전후에서 결정된다. 온라인은 실강의의 부가수입 성격인 점과 서버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교육업체가 부담하는 적지 않은 고정비를 고려한 조정배분비율이다. 일반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지분투자자 둘이 같은 금액을 낸 경우 동일지분으로 등록하면 의사결정 상 물리적인 충돌현상을 빚을 수 있다. 고육책으로 등장한 지분인정비율은 50.1 : 49.9의 형태이며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배분비율이다. 결국 지분비율이 주는 인상은 사람마다 큰 편차가 없어보인다. 6 : 4는 큰 격차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반면, 7 : 3이면 주체·부대의 구분이 확연하다. 토지의 사용권이 완전소유권의 30% 정도 된다고 보는 시각도 정치한 계산에 의한 게 아니다. ‘부대(附帶)’의 의미에 부여하는 관행적인 비율이다. 지상권의 가치도 그간 이 정도로 추산돼 왔다.

지상권의 가치를 정상지료와 현재지료의 차액이 주는 편익으로 보는 시각은 ‘회원권’의 가치를 판단하는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환불과 양도가 불가능한 골프장 회원권을, 비회원에 앞서 편한 시간 예약할 수 있고, 일반인보다 싼 그린피를 보장하는 특혜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논리를 따르는 식이다. 회원권 보유 여부로 뭔가 내세울 만한 게 있다고 느끼는 마음의 든든함은 계량할 수 없어 논외로 했다. 지료차액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건물은 이 편익을 누리고 있고 토지는 사용권한을 염가(廉價)에 내 줬다는 입장에서 건물은 지상권의 가치만큼 몸값을 올리고 토지는 그에 상당하는 값을 차감한다. 한 쪽은 내 주고 다른 쪽은 받았으니, 전체 부동산 가치는 변동 없다.

상각자산의 하나인 건물은 원가법으로 평가한다. 현 시점의 신축단가와 경과연수에 따른 노후도가 건물 가격을 결정한다. 시유지 상의 판자촌 내 주택 한 채의 거래 금액이 원가법에 의한 건물가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을 살펴 보자. 무허가건물 거주자에게 부여하는 ‘입주권’을 노린 투기목적의 거래가 아니라면, 원가법에 의한 가격 이상의 거래금액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경제적인 내용연수가 만료된,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의 가치는 원가법으로는 ‘0’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비바람 피하고 거주할 수만 있다면 몸값은 형성된다. 점유하고 있는 토지가치에 상응한 적정 대부료를 내고 있더라도, 취득가격은 몇 백만 원에 불과하고 월세 몇 만 원 내면 되는 싼 집이 도심 부근에 위치한다면, 거래가액에는 이런 프리미엄이 녹아든다. 원가법의 결과와 시세의 격차는 이런 사유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격차를 지상권가치로 판단하기는 애매하다.

무상의 지상권 설정으로 확인된 건물은 어떨까. 지료 한 푼 안 낸다고 순수한 건물 가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건물의 활용도는 지료 납부 여부와 무관하지 않은가. 토지가 사용권을 제약 당하고 있으니, 반대급부로 건물가치는 올라간다고 주장하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건물은 어딘가에 걸쳐 있어야 하는데,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남의 토지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을 향유한다고 봐야 한다. 누군가에게 건물 임대를 주더라도 건물가치와 점유하고 있는 토지가치에 상응하는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소유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적정 지료 절감만큼 수익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무상의 지료라면 건물은 지상권가치만큼 몸값이 뛴다.

타인 토지를 침범하고 들어서 있는 건물은 어떨까. 경계측량으로 타인 토지 일부에 건물이 걸쳐 있으나, 지상권 성립 요건은 충족돼, 평가를 통해 적정 지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물은 그 어떤 혜택도 없고, 또한 과도한 부담도 없다. 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과 지료 부담은 상쇄된다. 그러나, 그 침범한 영역 내부가 과도한 공용시설이었다면 달리 보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쓸모 없는 공간이지 않냐는 것이다. 지료 부담만큼 실질적으로 혜택 본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부(-)의 효과만 고려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과잉공간은 건물자체의 기능적 감가상각으로 다뤄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만 봐서, 건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상권 혜택을 보면 본 만큼 몸값을 올리고, 지료부담과 상쇄되면 가산과 공제로부터 자유롭다. 지상권과 관련된 미묘한 시각차는 토지에서 발생한다.

토지에 현재 원치 않는 건물이 들어서 있고 이 건물은 법정지상권을 포함한 정상적인 지상권으로 인정받
은 상황이다. 지상권 존속기간 건물의 수명은 보장받고, 토지는 그 불편함을 정상지료로 수령한다. 외견 상 건물에 지상권을 양보했지만 지료 수입으로 상쇄시킬 수 있어, 짝을 채우고 남는 효익과 손실은 없다. 이런 상황, 건물이라면 순수 건물값으로만 평가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1~2년의 정기 예·적금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이자만 받을 수 있는 강제 가입 예·적금이라면 제한이 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보장된 이자 포기하고, 그것도 안되면 원금 일부의 손해를 감수하며 해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보다도 처지가 더 딱하지 않는가. 토지는 좀 찝찝하다.

이같은 토지를 평가할 때 지료차액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지상권 감가라고 볼 수 없고 부득불 토지를 감액할 사유가 없다. 혹자는 경매물건으로 들어온 경우 정상적으로 평가해 주면 되고, 그같은 부담은 낙찰자가 고민해서 낙찰금액을 조율할 것이라고 편하게 말하기도 한다. 유치권이 성립된 경우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공사에 유치권자의 원금이 녹아 들어가 있어 강제 정산부담을 진 입찰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토지는 이 상태를 수 십 년 더 용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가치하락 요인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이런 상태의 토지는 환영보다는 냉대를 받기 쉽고, 낙찰금액은 최초 법사가보다 한참 밑돌기 마련이다. 또한 낙찰받은 사람도 아무 제한 없는 정상 토지 상태의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장참가자들이 지상권이 발생한 토지를 거래할 때 어느 정도 페널티를 주는지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지료 차액에 의한 지상권 가치 판단의 방법으로 이런 토지의 가치가 얼마쯤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위 토지가 표준지라면 지상권 성립여부와 지상권 가치 상당액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표준지는 건축물이 없는 상태 곧 ‘나지상정’ 평가 원칙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보상평가라면, 소유권 권리 외의 가치에 지상권이 포함되므로 앞선 ‘지료차액’방법에 의해 지상권 가치를 판단한 후 권리자별로 보상액을 책정하면 된다. 한편,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채권기관은 선입견이 강하다. 평가기관과의 협약서에 의해 대부분 담보 평가 대상에서 배제시키곤 한다. ‘얼마’라고 판단받는 자리에 나가기 전에 ‘누구’의 문제에서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이런 토지를 원할 때 강제 매매시킬 수 없다는 걱정 때문이다.

경매 평가에서는 좀 색다르다. 지상권 성립여부를 평가자가 구태여 판단하지 않는다. 일단 지상 건물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정상적인 평가를 한 후, 별도로 무상의 지상권이 성립할 경우의 감액된 토지가격을 병기한다. 제한받는 상태 가격을 병기하는 이유는 건물 소유자 등의 입찰 가능성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부담을 준 당사자가 부담이 생긴 물건이라고 좀 싸게 들고 가는 숨어 있는 폐단을 챙긴 것이다. 한편, 재개발평가에서는 골치 아프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면 전면 철거를 앞두고 있어, 건물의 지상권은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로 바꿔주기 전의 현 재산은 그 어떤 제한이나 개발이익을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면, 지상권은 건물쪽으로 붙을 수 있다. 증여나 상속의 경우는 어떤가. 대부분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의 직계존·비속인 경우가 많아 무상의 지상권이라도 감액하기는 부담스럽다. 끼리끼리 형성된 관계에서 토지의 과표를 낮춰주는 용도로 평가서가 오용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와 건물이 한 통속이라면 여태까지의 고민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황은 복잡하고 경우의 수는 확장된다. 토지 위에 들어선 불청객은 물질적 부담이든 심리적 부담이든 안겨준다. 종합하면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는 현재까지는 계량화된 물질적 부담(지료차액)만 반영하고 있고, 심리적 부담에 대한 판단은 유보 상태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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