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2 / 지상권, 미묘한 시각차이 (1)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72 / 지상권, 미묘한 시각차이 (1)
  • 이용훈
  • 승인 2015.01.02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는 완연하다. 만혼(晩婚)이 대세라고 볼 수 있다. 20년 전, 30대 초·중반인 남자의 결혼은 노총각의 늦장가로 이해했으나 현재는 결혼 적령기, 평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혼을 늦춘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육아의 육체적 부담, 경력단절 등 시간적 부담,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주요 키워드다. 기혼자의 조언도 한 몫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 못할 정도로 ‘서둘러 결혼할 필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과연, 자녀를 둔 부모의 삶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혼자에 비해 열악해졌다고 해야 할까? 혹자는 가정과 자녀에게 받는 기쁨은 이를 상쇄시켜 별반 차이가 없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일률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토지도, 혹처럼 붙은 것이 불리한 상황인지 별 영향이 없는 것인지 애매할 때가 있다. 시작은 토지의 소유자와 사용자가 분리될 때다. 그 때 사용자는 계약 혹은 법률의 규정에 의해 합법적인 사용권을 짧지 않은 기간 보장받는다. 민법 279조 이하는 물권(物權)중 하나인 지상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권리는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일컫는다. 당사자의 계약 혹은 법률의 규정으로 설정되는 이 권리는, 권리 전체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고 일부만을 임대할 수 있다. 그야말로 토지에 대한 ‘처분 가능한’ 사용권이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법률이 이 권리를 부여할 때, 이를 법정지상권이라고 부른다. 민법 제 366조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고 규정한다. 법정지상권(法定地上權)은 법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될 경우,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 간 토지 이용권에 대한 분쟁이 발생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소유자에게 법률상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제도화 된 것이다. 영미권과 달리 우리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별개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땅 주인이 입맛대로 지상 건물 소유자에게 방 빼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강제로 철거하라고 명령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강한 셈이다. 전세권에서의 법정지상권과 저당권 실행 경매시의 법정지상권이 있고, 매매 등의 원인으로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다.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취득한 이를 지상권자, 토지의 소유자를 지상권 설정자로 부르며, 지상권이 설정된 경우 양자는 그들만의 독점적 권리가 있다. 지상권 설정자는 지상권이 소멸되었을 때 지상권자로 하여금 지상 건물등을 철거하고 원상 회복을 명할 수 있다. 월세 2년치 이상을 연체할 정도의 수인 한도를 넘으면 효력 정지를 외칠 수 있다. 반대로 지상권자는 계약 기간이 종료된 때 현존 건물등이 있으면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토지 소유자가 그에 의할 용의가 없으면, 계약 갱신 대신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공통의 권리도 있다. 계약 지료가 현 지료 시세와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하면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토지 소유자는 조세 기타 부담의 증가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가의 하락을 그 사유 중 하나로 내세울 수 있다.

지상권이 발생하면, 토지의 소유자와 사용자에게 어떤 불이익 혹은 혜택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먼저지상권의 ‘존속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에 의했건 법률의 규정이건, 지상 물건의 종류와 견고함에 따라 최소 존속기간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쓸 만한 건물은 30년, 그렇지 못한 것은 15년, 건물 이외의 공작물은 최소 5년의 사용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아파트 신축 공사장 인근 혹은 역세권에 지어지는 모델하우스는 분양 기간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대개 1~3년이면 생명이 다한다. 주택, 상가 등의 건물이 들어선 토지 소유자가 30년 간 마치 내 텃밭에 남이 농사짓는 꼴을 봐야 한다면 어떨까.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사용료는 꼬박꼬박 수령하고 있으니 셈하기 애매해진다.

사용자가 지닌 지상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지상권이 있는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쪽은 편익의 정도를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고 다른 쪽은 그 환산된 가치를 아무 제한 없는 토지가치에서 차감하기 때문이다. 권리의 가치 혹은 가치하락의 정도는 그로 인한 편익과 부담을 화폐가치로 계량한다. 일단, 평가 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감정평가실무기준’의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상정착물과 소유자가 다른 토지’의 평가 규정은 그 정착물이 토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정착물이 토지에 미치는 영향은 지상권으로 인한 토지사용제약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약을 받고 있으면 있는 대로 평가하는 것이 감정평가 대원칙인 ‘현황평가기준’에 따른 것이다. 두 번째로 ‘제시 외 건물 등이 있는 토지’의 평가 규정은 ‘지상정착물과 소유자가 다른 토지’의 평가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면서, 해당 토지가 국·공유지인 경우 정착물을 무시하고 토지를 정상 평가하도록 했다. ‘제시 외 건물’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건물등을 지칭하는데, 역시 지상권이 설정될 여지가 있으니 이를 고려하도록 한 것이고, 국·공유지라면 점유자가 무단 신축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행정처분에 의한 철거가 가능하니 개의치 말고 없는 것으로 봐 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는 지상권이 설정되지 않는 상태의 가액에서 해당 지상권에 따른 제한정도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하되, 저당권자가 채권확보를 위하여 설정한 지상권의 경우에는 무시하도록 하고 있다. 저당권자는 토지사용에는 관심없고 빌려준 돈 받을 때까지 타인의 토지 사용을 막겠다고 펜스 친 것 뿐이니, 토지가치가 하락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평가기준을 정한 ‘감정평가실무기준’에도 지상권의 가치 혹은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의 가치 평가 시 원론적인 처리방침만을 언급한 이유는 감정평가업계내에서도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통용되던 방법 중 하나는 지상권자의 편익을 지상권 존속기간 동안의 ‘정상지료-현재지료’ 절감으로 본 것이다. 정상지료라 함은 사용하고 있는 토지가치에 상응하는 시장임대료를 말한다. 예컨대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지료는 통상 토지가치의 일정비율로 결정된다. 그런데 계약 임대료는 당사자 간 이보다 낮게 결정했다면 토지소유자는 불리하고 지상권자는 혜택을 보고 있다는 논리다. 결국, 핵심은 현재 지료의 수준 곧 지료에 대한 계약 조건으로 귀결된다.

지상권은 지료 지급이 그 성립요건은 아니다. 지상권 설정계약에서 지료에 대한 약정이 없다면 무상의 지상권으로 인정받는다. 지료와 그 지급시기를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 대한 대향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무상의 지상권으로 인정되므로 지료증감청구권도 묻힌다. 다만, 지료증감청구 사유로 인정되는 사정변경이 있으면 증감청구가 가능토록 했으며, 지상권의 내용 전반에 관한 규정에 위반되는 계약으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민법 제 289조)고 했으므로, 지료 계약 당시 당사자간 ‘지료를 앞으로 늘리지 않겠다’는 특약은 유효하지만, ‘지료를 절대로 줄일 수 없다’는 약속은 효력이 없다.

지료의 결정·변경 사유가 위와 같고 존속기간 등은 법률의 규정을 따르고 있어 지료 차액(정상지료-현재지료)과 존속기간을 기준으로 지상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무난해 보여도, 논리의 허점은 도사리고 있다. 정상적으로 월세를 수령해도 사용제약으로 파생된 처분 권한의 위축현상을, 어떤 토지소유자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평가의 목적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상당해, 상황별 접근방법은 복잡하다. 미묘한 시각차이가 있어, 이것저것 따져볼 필요가 있다.

(2)편에서 계속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