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과락' 법정으로 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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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과락' 법정으로 비화되나
  • 이상연
  • 승인 2003.12.2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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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과락 사태를 낳은 올 사법시험 2차 시험에서 평균 점수가 합격선을 넘었음에도 한 과목에서 과락을 받는 바람에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끝내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이번 과락 파동이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됨으로써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지만 법무부나 수험생 모두에게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제45회 사법시험 2차 소송대책위가 주장하는 쟁점은 우선, 무더기 과락사태를 야기한 행정법에 대해서는 채점재량의 일탈, 남용인가이다. 대책위는 행정법 과락률이 60%를 넘었다는 것은 여타 과목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채점재량의 일탈, 남용이라는 것이다. 43회 2차시험의 경우 전체 과락률이 30.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2%에 이르고, 그 당시에도 과락률이 가장 높았던 행정법이 49.2%였던 점과 비교하면 재량 남용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채점행위 자체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채점행위 그 자체를 갖고 재량의 일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했지만 소송에서 주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으로 채점의 불합리한 점을 막기 위한 법무부의 작위의무 여부다. 대책위는 법 제11조 제1항의 상대평가원칙, 제2항의 성적산출방법의 위임규정, 시행령 제5조 제2항 '13할' 부분 및 '고득점순으로'라는 문언 그리고 시행령 제5조 제4항의 3차시험의 절대평가원칙, 또 제5항의 법무부령에 대한 위임 규정으로부터 그러한 작위의무가 법무부에게 부과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행정입법부작위라는 것이고 행정법의 과락 사태도 법령위반에 기인했다는 주장이다.


국가 최고 권위의 사법시험이 1차시험에서는 출제오류로 인한 소송이 빈발해 논란을 빚었으나 2차시험 마저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면 사법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에 대한 공신력에 금이 가 법조인력 선발의 공정성이 흔들리게 됐으니 문제다. 사법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사생결단의 시험이고 보니 매년 오답시비나 출제위원을 둘러싼 논란, 난이도 논란 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올해 특정 과목의 무더기 과락 파동에 관해서는 법무부의 대처가 적절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을만도 하다. 2차시험에까지 소송으로 비화되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이번 일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과락의 홍수사태를 야기한 원인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2차 채점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가 필수다. 하지만 법무부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다. 결국 원인 분석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고 왜곡된 정보가 소문을 타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험생들 사이에 선발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사법정책적' 의지가 작용했다는 주장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시험의 전 과정에 대한 관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철저해졌고, 더욱 합리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행정의 수요자인 수험생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수요자 중심의 행정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법무부는 시험관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낱낱이 공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과락의 기준점, 한 출제위원당 과중한 채점 부담, 학과간 동일한 배점, 2차시험 정보의 비밀주의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다. 사법시험에 운명을 걸다시피 한 수험생은 물론 법조인 선발제도의 안정화와 사법서비스의 미래까지 감안해 무엇이 합당한 길인지 법무부는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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