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1 / 감정평가 제도 수출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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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71 / 감정평가 제도 수출 가능한가?
  • 이용훈
  • 승인 2014.1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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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통계의 무서움. 표본 집단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군집을 이루게 되면, 그 결과는 예상 값에 근접한다. 지난 대선 때 공중파 3곳과 한 곳의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린 적이 있다. 선거철이면 방송 화면 개표상황 란에 등장하는 유력, 경합, 확실이라는 문구 하나로 상황 정리는 깔끔하다. 경합인 곳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개표 종반이 되어서야 당선인의 얼굴을 결정해 준다. 통계업종에 종사하는 이는, 설문의 내용과 구성방식, 취합방식 및 데이터 처리 방법에 따라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속어로 ‘데이터마시지’로 불리는 이 방법은 신빙성 있는 조사자료 일부를 한쪽으로 쏠린, 이상(異常)데이터라고 우기면서 슬쩍 표본에서 빼 버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통계전문기관으로 자신하는 감정원 아파트 가격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간단히 동전을 던져 앞뒷면이 나오는 횟수는 동전 던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앞뒤가 무차별해진다. 몇 번 던지지 않을 때는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지만 무수히 반복하면, 이론적 확률 값에 수렴한다. 운동을 좀 해 본 사람이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실감한다.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은, 시간과 땀을 쏟아 얻은 ‘정자세’가 곧 실력이 된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는 팔과 어깨, 허리, 다리를 동반한 원운동을 통해 고정된 공을 타격하는 운동으로 폄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이야말로 무한 반복을 통해 몸이 기억하는 궤적을 완성하는 몸짓이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어도 꾸준함으로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일 것이다.

무한반복으로 ‘정자세’가 나올 때까지 시행착오는 적잖다. 비단 운동뿐인가. 업무도 이런 과정을 답습한다. 인턴과 수습직원은 선배가 거쳐 간 길, 실수의 양상을 피하기 어렵다. 무수한 사고가 터졌을 것이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는 관련 업계 종사자를 훈련시킨다. 감정평가업계도 다르지 않다. 감정평가서에 등장하는 숫자가 어떤 중요성을 띄는지 모르고 부주의하게 서명했다가 2~3년 뒤 폭탄으로 돌아오는 일을 적지 않은 이가 경험했다. 서명의 중대함을 그 때서야 느낀 이는 무리한 평가보고서의 서명이 곧 자살행위임을 절감한다. 그래도 여전히 곳곳에서 사고가 벌어지고 있으니, 탐욕은 이런 학습효과의 위력을 무감각하게 하는 진통제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감정평가사자격시험의 25기 합격생이 발표됐다. 수험생활을 청산했으니, 이제 업계 문턱에 진입할 준비를 할 참이다. 실제 발을 들여놓으면 생각과 현실은 간극이 큼에 분명 놀랄 것이다. 현 종사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피부로 와 닿을 것. 암울하다고 해야 할지, 격변의 시기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나, 모든 전문 자격사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은 더 많이 하는데,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25년의 업계 나이는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었을 연배고, 적어도 이제 걸음마를 내딛는 수습평가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려줄 성숙함이 있다. 그런데, 요즘 감정평가업계가 내부 신참자만 교육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기존 영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달 15일부터 21일까지 국민대학교에서 진행한 ‘2014 몽골 대표단 감정평가 및 법제도 연수교육'도 그 중 하나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몽골에 그들이 보기에는 선진화된 한국 감정평가 법·제도 수출을 모색한 것.

한·몽 감정평가협회 간 교류는 지난해 개시됐다. 2013년 5월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몽골 관계자에게 우리의 감정평가 법과 제도, 실무를 교육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한ㆍ몽 감정평가공동법인인 (주)MK-TRS를 설립했고, 이 달에 실무진을 초청해 7일 간 교육을 시킨 것. 이번 교육목적 방한에 동참한 이는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정부, 학계, 감정평가업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몽골 국립대학교 감정평가학과를 설치하는데 우리의 도움이 적잖았다는 관계자의 자찬도 들은바 있다. 어쨌든 내한해 우리의 교육을 받을 열의와 호기심이 있으니, 우리의 시행착오로 구축한 감정평가 ‘정자세’를 잘 전달해야 할 것이다.

감정평가 관련 교육은 유ㆍ무형자산 평가, 기업가치 평가, 광업권 평가, 관련법 체계 등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현직 중견 감정평가사가 강의를 담담했다. 필자 역시 한 타임 강의를 맡으면서 그들의 평가업계 수준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동시통역의 부담 때문인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무형자산을 강의하는 필자에게, 그들도 아직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해 줬다. 필자 역시 유형 자산에 대한 평가실력이 공고해지면 그 때 이 분야에 도전해도 늦지 않음을 조언했다. 사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서는 뜬구름 같은 이론적 내용보다는 실무적인 내용을 접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읽을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으니, 외국 실무자에 대한 이런 교육 일정은 감정평가업계 전체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하우는 땀과 시간으로 쌓아 올린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무형자산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의 자산을 썩히지 않고 돈 받고 파는 일에도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서구의 기술과 지식을 전수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으니, 최소한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는 우리가 비빌 언덕이 좀 남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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