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변호사시험 회의록, 공개 말라”
상태바
서울고법 “변호사시험 회의록, 공개 말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12.09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개, 득보다 실이 많아”...1심 판결 변경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록 및 심의사항에 해당하는 회의자료는 비공개 대상이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공개하는 것이 변호사시험 제도 및 합격자 결정에서 보다 합리적 결정기준 수립에 도움이 된다는 1심 판결이 뒤집어 진 셈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한다며 참여연대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낸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2013구합57174)’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변호사시험법에는 위원회 의사의 공개 여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상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에 따른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회의 발언자들의 인적사항만은 비공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의록을 비공개함으로써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과정을 비밀에 붙이는 것은 이해당사자와 국민으로 하여금 밀실행정에 대한 불신 속에서 소모적 의견대립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면서 “반대로 회의록이 공개되면 이해당사자 및 국민 사이의 상호 이해 및 발전적인 의견교환 등이 가능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보다 합리적인 결정기준의 수립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법무부장관이 1심 판결이 부당하며 제기한 항소심(2014누47909)에서 법무부 승소(참여연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회의록 공개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나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이익도 적지 않지만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이 공개로 인한 이익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정한 합격인원을 전제로 성적순에 따라 법조인을 선발하던 종래의 사법시험제도를 대체한 것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며 변호사시험의 합격기준이나 합격자 수 등은 시험관리위원회가 종래의 성적만이 아니라 로스쿨의 도입 취지나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 등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도록 한 것이 현 제도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신규로 배출될 변호사의 수, 변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지식이나 능력 등에 관해 각각의 이익집단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실제 로스쿨 도입 전후로 현재까지 이런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변호사시험법은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는 여러 집단 구성원을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견해가 위원회에 충분히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를 거침으로써 서로 충돌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고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에 따라 차선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회의록을 공개가 건설적인 논의를 촉진하는 기능도 있지만 자칫 각각의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고 위원회를 통한 최선이나 차선의 결론도 도출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위원회가 결정한 합격자 결정방법의 큰 틀이나 제1, 2회 시험에서의 합격자 결정기준 등은 부분적이나마 공표되고 있어 이에 기초해서도 건설적인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위원회는 합격자 수 또는 합격자 결정방법 등에 관해 폭 넓은 권한이 있어 논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대립되는 의견이 제시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 위원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며 “대립되는 의견이나 최종 결론과는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회의록을 공개한다면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로 하여금 외부 또는 내부에서의 부당한 압력이나 비난에 휘말리도록 하거나 공개로 인한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향후 위원회에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논의를 하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참여연대는 회의록에 기재된 위원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적사항 비공개만으로는 이를 해소할 수 없고 설령 발언자의 인적사항을 비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위원회의 특성상, 전후발언취지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어떠한 직역을 대표하는 위원인지는 쉽게 특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1차에서 제7차까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록 전부를 비공개로 하고 ▲회의자료 중 △합격자 결정방법 연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법조윤리시험 준비 및 출제기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소위원회 활동 결과 △2012년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및 2013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및 2014년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에 대해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다만 회의자료 중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운영규정, 변호사시험 시행시기, 변호사시험 준비 현황, 답안 작성 프로그램 이용 시험 보류, 로스쿨 졸업예정자 응시자격 부여,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변호사시험 시행방안, 2012년 시행 제1회 변호사시험 준비상황, 변호사시험 관리기준 등과 같은 보고사항 및 이에 근접한 회의자료는 공개하도록 했다.

앞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을 주창해 온 참여연대는 지난 해 5월 2일, 법무부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고 제1, 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등을 심의한 제1회부터 7회까지의 위원회의 회의록을 포함한 회의자료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고 또 회의 자료가 공개될 경우 위원들의 전문적이고 소신 있는 의견까지 오해를 받는 등 위원회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 통지를 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위원회가 ‘변호사의 자질과 능력을 판별하는 기준’을 어떤 근거로 마련했는지, 위원회의 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의 근거가 타당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8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이에 법무부가 항소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